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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덕’ 큰 대한민국이 온다” BL 드라마 어느 선까지 허용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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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06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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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대한민국이 오고 있습니다.” 2006년 국정홍보처의 광고 멘트가 16년이 지난 현재 “덕 큰 대한민국이 오고 있습니다”로 남았다. ‘오덕’(특정 분야의 마니아를 뜻하는 일본말 오타쿠를 한글로 변형한 오덕후의 줄임말)으로 스스로를 규정하는 젊은 세대들을 겨냥해 장르 불문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는 시장을 가리키는 말이다.

특히 2021년부터 1년 사이 다양성의 홍수가 일고 있는 OTT 시장에서는 해외 서비스에 맞선 토종 OTT 플랫폼의 약진이 눈에 띈다. ‘드덕’(드라마 오덕후), ‘장르덕’(장르물 오덕후)을 겨냥해 이전까지 국내 시장에서는 음지에 놓여있던 특정 장르를 재조명 받게 하는 식으로 이슈 몰이를 하는 것. 이런 흐름 속에 여성 동성애를 다루는 GL(Girls Love, 지엘), 남성 동성애를 다루는 BL(Boys Love, 비엘) 등의 로맨스 장르가 이런 방식으로 ‘드덕’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https://img.theqoo.net/EYnln

최근 가장 뜨거운 화제작은 2월 16일 국내 OTT 서비스 왓챠가 내놓은 오리지널 드라마 ‘시맨틱 에러’다. 컴공과 ‘아싸(아웃사이더)’ 추상우의 완벽하게 짜인 일상에 에러처럼 나타난 안하무인의 디자인과 ‘인싸(인사이더)’ 장재영, 극과 극 청춘들의 캠퍼스 로맨스를 그린 이 작품은 동명의 인기 BL 웹소설(작가 저수리)을 원작으로 한다. 보이그룹 크나큰의 전 멤버 박서함이 장재영 역을, 마찬가지로 보이그룹 동키즈(DONGKIZ)의 박재찬이 추상우 역을 맡았다.

원작 웹소설은 3만 명이 넘는 실구매자들로부터 5.0 만점에 4.8점의 별점을 받은, 적수 없는 부동의 판매 1위를 굳히고 있던 인기작이다. 앞서 오디오 드라마, 애니메이션, 웹툰 등으로도 제작됐으며 이 가운데 애니메이션은 제작 및 독점 스트리밍을 맡은 애니메이션 스트리밍 서비스 ‘라프텔’의 2021년 이용자 최다 소장 구매 작품으로 기록됐을 정도다. 그만큼 분야를 막론하고 뜨거운 관심을 입증해 왔다.

원작의 인기와 출연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캐릭터 싱크로율’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시맨틱 에러’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 언급량을 집계하는 OTT 콘텐츠 트렌드 톱10(바이브컴퍼니 썸트렌드 제공)에서 공개 직후 주인 2월 넷째 주(2월 18일~24일)에 2위를 차지했다. 1위인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tvN, 티빙, 넷플릭스 등에서 방송·스트리밍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제까지 OTT 업계에서 눈여겨볼 만한 영향력을 끼치지 못했던 왓챠의 약진이 더욱 뚜렷하게 느껴진다.

국내 드라마 시장에서 동성 로맨스를 다루는 장르는 주로 소규모 웹드라마에 한정해 ‘아는 사람’ 위주로만 소비돼 왔다. 영화판에서는 2002년 김인식 감독의 ‘로드무비’를 시작으로 퀴어(Queer·성소수자) 영화가 꾸준히 제작돼 왔으나, 드라마의 경우는 제작사도 방송사도 동성애를 전면에 내세우는 작품 자체를 터부시하는 기류가 있었던 탓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OTT 서비스 플랫폼 홍보 담당자는 “이전까지 국내 드라마는 사실상 이용자의 100%가 한국 시청자였기 때문에 한국인들의 정서에 맞지 않으면 제작하기 어려웠다”며 “지금은 해외 시청자들도 실시간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돼 수출 길도 넓어졌으므로 좀 더 다양한 시각을 담아 더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고자 하는 게 업계의 시각”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진입 장벽이 높고 이용자들의 파이가 적다는 이유로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해외에선 동성애를 다루는 드라마가 고정 이용자들을 충분히 확보한 인기 장르로 꼽힌다. 선두 주자인 태국은 물론이고 일본, 중국, 대만 등 아시아 지역과 미국, 유럽 일부 국가에서 동성 커플의 로맨스 작품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특히 한국, 일본, 미국 등에서 인기몰이를 했던 중국의 ‘진정령’이나 방영예정인 ‘천관사복’도 BL 웹소설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다. 중국의 서슬 퍼런 검열을 뚫고도 제작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이용자들이 입증해 낸 셈이다.

‘보는 사람만 보는 장르’에서 ‘안 보는 사람들까지 보게 만드는 장르’로 저변을 넓혀 가고 있는 BL 드라마 시장은 2022년 ‘시맨틱 에러’를 시작으로 웹툰·웹소설 원작 기반의 영상화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전까지는 장르 특수성 탓에 배우·아이돌 기획사마다 캐스팅 기피 1위로 꼽혔으나 OTT 시장이 확대되기 시작한 2021년부터 이런 기류도 바뀌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한 배우 기획사 관계자는 “동성 로맨스 작품은 이미지 고착화를 우려한다는 이유로 유독 기피돼 왔는데 최근엔 오히려 배우들이 먼저 관심을 가지고 하고 싶어 한다. 출연 후 여성 시청자들에게 이미지가 훨씬 더 좋아지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고 귀띔했다.

다만 BL 장르 자체가 성인물에 주력해 온 만큼,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할 경우 어느 선까지 허용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시맨틱 에러’의 경우 원작의 이용등급은 청소년 이용 불가였으나, 웹툰은 15세 이상 이용가, 드라마는 12세 이상 이용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표현 수위도 적정한 수준에서 편집됐다. 지금까지 국내 드라마 시장에서 공개됐던 BL 작품들이 대부분 12~15세 이용가로 제작돼 온 것도 대중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려는 시도의 일환이었다.

이런 가운데 매우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는 원작의 영상화 소식을 놓고 공개 전부터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웹툰·웹소설 플랫폼 레진코믹스의 인기 웹툰 ‘킬링 스토킹’ 이야기다. 여성공포증을 가진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와 그를 짝사랑하는 스토커 사이의 애증 어린 고수위 관계성을 다룬 이 작품을 두고 “과연 국내에서 제대로 영상화를 시킬 수 있겠나”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BL의 경우 여성 독자·시청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데 ‘킬링 스토킹’은 작품 내 여성 캐릭터의 의도적인 배제나 악역화 등이 문제점으로 꾸준히 지적받아 오기도 했다. 게다가 여성 살인이 주요 소재로 나오는 19금 작품의 영상화가 가능하겠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제작과 세일즈를 담당하는 키다리스튜디오 측은 아직까지 구체적인 영상화 계획과 방영 시기는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순차적으로 웹툰·웹소설 기반 작품 20여 개의 영상화를 진행하는 만큼 적정 수위의 각색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앞선 OTT 플랫폼 담당자는 “‘킬링 스토킹’의 경우 파격적인 소재와 스토리텔링으로 해외 독자들로부터 뜨거운 인기를 얻어낸 만큼 그런 부분을 모두 삭제·편집할 수는 없겠지만 국내 대중들의 반응도 좌시할 순 없을 것”이라며 “넓어진 국내 시장과 해외 시청자들도 놓칠 수 없는 상황에서 제작사의 고민도 깊을 것으로 보인다. 작품과 장르가 다양해지면서 겪는 과도기적인 문제”라고 짚었다.

https://m.ilyo.co.kr/?ac=article_view&entry_id=423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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