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데뷔에 실패한 前 아이돌 연습생이 말하는 하루 일과.TXT
11,718 11
2016.03.23 22:46
11,718 11




나는 ‘슈퍼스타K’ 슈퍼위크 진출 이후 유명한 가수가 간판으로 있는 소속사에서 연습생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엔 기뻤지만 이제 와서 돌아보니 지난 1년 동안의 연습생 생활은 그야말로 끔찍했다. 매일같이 울었던 기억이 가장 먼저 난다. 고통스러운 트레이닝을 버틸 수 있었던 건 무대에 서고 싶다는 꿈 하나 때문이었다. 학교까지 휴학하고 올인 했던 그 회사에서 나는 반드시 데뷔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때의 나는 직장인처럼 아침 9시까지 연습실에 출근해서 사무실 청소를 했다. 거울을 닦고 가습기를 세척하고, 화장실 청소까지. 그 후엔 10시까지 차로 이동해 유명하다는 헬스장에서 PT를 받았다. 헬스, 필라테스, 요가까지 쉴 틈이 없었고 점심 시간이 끝나면 다시 차를 타고 안무연습실로 이동했다. 2시간 동안의 안무 연습이 끝나면 다시 차를 타고 아카데미로 이동해 발성, 노래 연습을 했다. 이 모든 일정이 끝나면 저녁 7~8시 즈음이었다. 그 사이의 식사는 모두 야채와 닭가슴살 뿐이었다. 말로만 듣던 그런 연예인 식단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춤 선을 예쁘게 만들기 위해서 했던 다리찢기였다. 연습생들 사이에서는 악명 높은 코스다. 아는 언니 중엔 억지로 다리를 찢다가 허벅지 핏줄이 다 터져서 응급실에 실려 간 경우도 있었다.

‘나는 알앤비 보컬인데 왜 다리를 찢어야 할까?’

한동안은 피멍이 든 다리가 모아지지 않아서 오리처럼 걸어 다녔다.


처음엔 이런 스트레스와 근육통 때문에 너무 고통스러웠지만 나중에는 육체적인 문제 보단 정신적으로 더 힘들었다. 회사에는 연애, 음주, 흡연 등 통상적인 금지 조항들이 있었는데 그 외에 사소한 것들도 트집을 잡히게 될까봐 모든 것들이 조심스러웠다. 부모님과 통화만 해도 눈치가 보였고, 회사 앞 편의점에 잠깐 다녀오는 것도 누군가 보게 된다면 불성실한 모습으로 비춰질까 무서웠다.

회사 밖의 생활은 과장을 조금 보태 24시간 통제 당했다. 휴일에 외출을 하게 된다면 사진을 찍어서 보고해야 했다. 클럽 같은 곳은 물론이고 사람 많은 곳은 거의 금지였다. 다른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 얘길 들어보면 우리 회사가 유난히 이상했던 거 같기도 하다. 난 그 와중에도 부질없이 영화감상문에 독후감까지 꼬박꼬박 써내야 했으니까.

특히 스트레스였던 건 동기들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고 성격들도 다르다 보니 그 중 마음 맞는 사람이 없어서 굉장히 외로웠다는 점이다. 겉으로는 연습생들끼리 ‘우린 가족 같은 한 식구야!’라고 한다지만 물밑 경쟁은 살벌했다. 어린 친구들이라 그랬을 수도 있지만 먼저 데뷔하고 싶은 마음에 누구든 흠을 잡아 밉보이게 하려는 경우도 있었다.


자율적인 듯 보이지만 가장 가혹했던 건 정해진 퇴근 시간이 없다는 거였다. “알아서 퇴근해”라고 하시니 대부분의 연습생들은 밤 11시~12시까지 남아있기 일쑤였다. ‘너희 집에 안가니?’라고 물어보기라도 하면 연습생들 사이에서 금세 소문이 퍼졌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나이도 많은 내가 집이 멀단 이유로 혼자 갈 수는 없었으니 눈치를 보다 차가 끊기면 연습실에서 자고 가기도 했다. ‘아 쟤는 저 애들 만큼은 열정이 없구나’로 비춰지고 싶진 않았으니까.

무서웠던 건 회사에 남자 직원 분과 단 둘이 남게 됐을 때였다. 나한테 무슨 짓을 하진 않겠지 싶었지만 어린 나이에 연예계가 무섭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기에, 녹음실에서 편하게 자고 가라는 호의도 괜히 거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과민했던 것일 수도.


매일 연습이 끝나면 두꺼운 공책에 연습일지를 써야했다. 오늘 하루 연습하면서 느낀 점과 출근 이후의 일정을 시간대별로 상세하게 적어냈다. 어차피 하루하루 똑같은 연습 생활인데 매일같이 다른 내용의 일지를 써내야 한다니. 다른 스트레스가 심해지니 이것조차 짜증이 났다.

물론 이런 스케줄 속에서도 매 주, 매 월마다 평가가 진행됐다. 월말 평가 전날 밤에는 잠도 오지 않았다. 스트레스로 피부가 뒤집어지는 건 일상이었다. 몸무게는 48kg으로 맞춰야 했지만 불안함을 채우려고 밤마다 몰래 먹게 되니 살도 점점 쪘다. 체중계는 내 일탈을 눈감아주지 않았다. 그 행동은 부메랑처럼 야단으로 돌아왔다.

팀장님은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이런 식으로 하면 다 엎드려뻗쳐에 기합을 받았다”고 했다. 요즘엔 그런 게 없는 대신 정신적인 압박이 더 세졌다. 차라리 기합을 주고 가족으로 품는 게 좋았을지도 모른다.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체벌보다 방출이었으니까.


그래도 데뷔는 금방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회사의 노선이 계속 바뀌었다. 처음엔 다비치 같은 팀을 해보자더니 그 다음엔 마마무 스타일, 그걸 엎더니 갑자기 요즘 대세인 어쿠스틱 사운드로 가자고 했다. 함께 연습하고 있는 멤버도 계속 바뀌었다. 그래서 중간에는 보컬 스타일도 바꿨어야 했다.

부드럽고 낮은 음색을 갖고 있던 나는 새로 바뀐 콘셉트의 걸그룹스러운 노래를 부르기 위해 지금까지 잡아놓은 보컬 톤을 완전히 바꿔야 했다. 거미에게 이선희 같은 목소리를 내라고 하는 셈이다. 낼 수 없는 소리를 억지로 내려다보니 목도 많이 상했다. 태어나서 줄곧 노래로는 1등이었던 나는 트레이너에게 매일 ‘못 한다’는 야단을 맞아야 했다.


결국 그 회사는 데뷔가 확실해진 보이그룹 멤버들을 남기고 나머지 연습생들을 모두 방출했다. 물론 나도 같이 나오게 됐다. 그 와중에도 ‘너희가 실력이 부족해서 그러니 알아서 살길 찾아가길 바란다’는 식의 핑계를 들었지만 허무함보다는 시원한 마음이 컸다. 큰 회사 애들처럼 계약에 묶이지나 않은 게 다행이다 싶었다.

곧바로 다른 소속사로부터 걸그룹 A의 후속 그룹 데뷔조 연습생 제의를 받았지만 이 회사에서 받은 충격과 압박을 겪으면서 생긴 트라우마 때문에 선뜻 응할 수 없었다. 결국 연습생 생활 대신 대학교 복학을 선택했다.


나중에 함께 연습하던 애들이 데뷔하는 모습을 화면으로 보게 됐을 땐 말도 못하게 씁쓸했다. 내가 나갈 수도 있었던 음악방송, 내가 오르고 싶었던 무대, 내가 듣고 싶었던 객석의 환호. 모든 게 손에 닿을 듯 가깝다고 생각했지만 무대에 오른 건 내가 아니라 그들이었다.

이제 데뷔한 아이돌들을 보면 그 팀이 인기가 있든 없든 너무 대견해보인다. 저 애들도 뒤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은 거다. 특히 연습생 생활을 6~7년 버텼다는 사람들 보면 굉장한 정신력의 소유자가 아닐까 싶다. 모두가 나 같은 생활을 한 건 아니겠지만 그들도 나름의 크고 작은 고충들이 있었을 테니 말이다.


http://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3763200&memberNo=22401813&vType=VERTICAL

목록 스크랩 (0)
댓글 11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졸리아우어🫧] 들뜸 없이 화잘먹 피부 만들기! #진정냠냠세럼 체험 이벤트 (50인) 307 03.12 61,089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977,021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952,117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965,200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5,291,143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065,468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2 21.08.23 8,517,570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8 20.09.29 7,431,578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04 20.05.17 8,642,597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6 20.04.30 8,522,253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409,387
모든 공지 확인하기()
3021088 유머 쓰레기통에 버려진 강아지 줍줍해서 키움 4 07:51 606
3021087 이슈 진짜 멋지고 멋진 한국 여자 스포츠 국가대표선수들 근황 07:49 297
3021086 이슈 SBS 금토드라마 <신이랑 법률사무소> 시청률 추이 7 07:47 801
3021085 이슈 갑자기 치킨집으로 돌진한 차량 3 07:45 564
3021084 이슈 [WBC] 이탈리아 4강 진출 7 07:44 845
3021083 유머 아이유 커뮤니티 하루 일찍 도착한 편지 3 07:43 609
3021082 정보 (속보) 이란 외무장관 : 미국 이스라엘을 제외한 모든 국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가능 23 07:41 1,602
3021081 기사/뉴스 '왕사남’ 장항준 “등수 관심 없다…영화감독 오래 하고 파” 1 07:40 205
3021080 이슈 재결합하더니 제대로 김치찌개 낋여오신 푸시캣 돌스... 3 07:34 707
3021079 이슈 롱샷 어릴때 사진 모음 (스압주의) 5 07:25 415
3021078 기사/뉴스 [단독]하이브, 민희진과 화해할 생각 없다..풋옵션 강제집행 '취소' 신청 15 07:25 1,346
3021077 유머 @엄빠랑 왕사남 보고와서 밥 먹는데 태산이도 노산 밑에서 공부하지 않냐 제발 시험 준비해라 이래서 나도 인강 선생님 얼굴이 박지훈이엿으면 햇지 이랫더니 아빠가 물 뿜음 9 07:18 1,169
3021076 이슈 깨끗한 물, 따뜻한 샤워, 와이파이, 그리고 안전한 집이 얼마나 소중한 특권인지 절대 과소평가하지 마세요. 14 07:14 2,766
3021075 정보 신한플러스/플레이 정답 3 06:59 198
3021074 유머 엄마 손 잡고 가자 어떤 게 엄마 손이게? 4 06:54 1,380
3021073 유머 딸 아빠와 아들 아빠의 온도차이 5 06:51 1,494
3021072 유머 비행기에서 처음보는 할부지가 너무 좋음 7 06:47 2,480
3021071 이슈 마트엔 절대 없는 '무지개 계란'의 정체 🥚 4 06:44 2,244
3021070 이슈 털많은 댕댕이가 금손집사를 만나면 9 06:42 1,226
3021069 이슈 반에서 제일 소심한 친구에게 중요한 종이뽑기를 시킨 선생님 8 06:29 1,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