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오은영의 화해] 다이어트 약에 중독된 딸, 경찰서를 들락거립니다
12,485 34
2022.01.19 21:45
12,485 34

편집자주

‘오은영의 화해’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오은영 박사가 <한국일보>와 함께 진행하는 정신 상담 코너입니다

일러스트=박구원 기자

올해 서른다섯 살이 된 큰딸이 20대 때부터 복용한 다이어트 약에 중독됐습니다. 상태가 나빠지면 집을 나가 무전취식, 절도를 저지르는 일이 몇 년째 반복되고 있어요.

큰아이가 다이어트 약을 먹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5년 전쯤이었습니다. 쇼호스트를 준비하면서 살을 빼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하더군요. 못 먹게 해도 소용 없었고 나중에는 제 지갑에서 돈을 가져가거나 집에 있는 귀금속, 가방 등을 팔아 약을 샀어요.

처음에는 불안해하거나 자다가 소리를 질렀는데 시간이 갈수록 증상이 심해지더니 범죄를 저지르기 시작했습니다. 트렁크 하나 들고 3~6개월간 가출해 떠돌면서 물건을 훔치거나 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계산하지 않은 채 나오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돈 없이 네일아트를 받고 택시를 타고 다니기도 합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호관찰을 조건으로 3년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어요. 그런데 또다시 가출을 하면서 보호관찰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교도소에 12개월간 수감되기도 했습니다.

딸 아이의 학창 시절은 평범했습니다. 남편의 유학 생활로 초등학교 저학년을 미국에서 보냈고 음악성이 뛰어나 악기를 전공했어요. 얼굴도 예쁘고, 활발한 성격에, 말도 잘했습니다. 중학생 때 왕따를 당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제게 그런 내색은 전혀 하지 않았어요. 고등학생 때는 서울로 혼자 레슨받으러 다니며 입시에 집중했고 수도권에 있는 음대에 합격했습니다.

그런데 대학 입학 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한 학기를 다니고서는 저 몰래 다음 학기 등록할 학비를 가지고 서울로 올라가 와인바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요. 그때 친해진 가게 사장이 아이 이름으로 제2금융권에서 1,000만 원을 대출받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랜드피아노를 사는 데 필요하다며 돈을 빌려달라 했다고 해요. 애가 둘인 나이 많은 남자를 사귀기도 했습니다. 취업할 때가 돼서는 쇼호스트를 준비했는데 한 곳에서 최종 면접까지 올라갔다 고배를 마셨습니다.

남편은 사회 활동이나 대인 관계가 활발하지 않아요. 아이들과도 사이가 좋지 않았어요. 화가 나면 욱해서 손찌검을 할 때도 있었습니다. '눈치가 없다'며 유난히 큰딸에게 히스테리가 심했고, 특히 애한테 뭘 먹이는 걸 유독 싫어했어요. 아이가 초등학생일 때 아침에 밥 먹여 보내려고 하면 '살찌게 뭘 그렇게 먹이려고 하느냐'고 말하고는 했습니다.

아이는 교도소에서 나와서도 달라진 게 없습니다. 집에 무전취식으로 벌금형을 통보받은 우편물이 20개 정도 쌓여 있어요. 다이어트 약도 가방에서 다시 발견됐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경찰서에서 조사받던 중에 아이 병명이 지적자폐성정신장애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재판받을 때 아이를 상담했던 의사 선생님 판단인 것 같아요.

딸은 모든 치료를 완강히 거부합니다. 방에서 혼자 깔깔 웃기도 하고 누가 옆에서 괴롭히는 양 소리를 지르기도 합니다. 자의 입원이나 동의 입원은 불가능할 것 같고, 요즘은 인권 문제로 강제 입원도 어렵습니다. 박사님, 아이는 왜 이렇게 변해버린 걸까요. 다시 건강해질 수 있을까요.

박지영(가명·61·주부)




지영씨, 자식이 부모로부터 독립해 자기 삶을 꾸려나가야 할 시기에 병으로 아파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얼마나 가슴이 무너지고 답답하실까요. 가뜩이나 마음고생도 심한데 자꾸 범죄에 연루되니 뒷수습까지 하느라 감당하기 더 힘드실 거예요. 지영씨 딸은 지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집중 치료가 필요한 상태입니다. 다이어트 약에 만성 중독된 게 발병의 여러 요인 중 가장 큰 원인으로 보입니다.

별도로 보내주신 딸의 진단서를 보면, 약물로 유발된 정신병이라고 돼 있습니다. 환자를 대면하지 않아 조심스럽지만, 서면으로 살펴봤을 때 제 판단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특히 딸이 복용한 약은 펜터민 성분으로 4주 이내 단기간 처방하며 장기간 사용하지 않게 돼 있는 약입니다. 강한 정신적 의존성을 유발할 수 있고 심각한 사회적 기능장애와 연관될 수 있어요. 딸이 복용한 다이어트 약은 중추신경계를 자극해서 식욕을 떨어뜨리는 기전을 갖습니다. 사람이 산에서 갑자기 맹수를 맞닥뜨렸을 때의 신체적, 정신적 상태를 조성해 식욕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르실 거예요.

게티이미지뱅크


딸은 이 약을 고용량으로 장기간 복용해, 지금 기분이 지나치게 고양돼 있는 상태로 보입니다. 기분이 고양돼 있다는 게 꼭 기분이 좋은 것만을 의미하는 건 아니에요. 마치 풍선에 바람이 빵빵하게 들어가서 터지기 일보 직전인 것처럼 감정이 과도하게 팽창돼 있다는 뜻이거든요. 그러니 별것 아닌 일에도 감정 조절이 안 되면서 화를 내고 분노가 폭발합니다. 항상 흥분된 상태로 잠이 안 오고,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무언가를 요구하고, 돈을 펑펑 씁니다. 주변 사람들과 사소한 일로 자주 다투기도 하지요. 증상이 심해지는 계절이 있을 수 있어요. 더 심해지면 환청이 들리기도 하고 망상이 생기기도 하지요. 현실검증력이 떨어지면서 판단력이 약화해 절도 같은 범죄도 저지르게 됩니다.

해당 약에 만성 중독되면 불면, 자극 과민성, 조현병과 유사한 정신 이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현재 딸의 상태와 매우 유사합니다. 딸은 집중적이고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정신과 치료가 시급해요. 시간이 지나면서 저절로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이와 함께, 딸의 원활한 치료를 돕기 위해서는 이 사람이 다이어트 약을 왜 이렇게까지 복용하게 됐을까를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요. 보내주신 자료에 딸의 성장과정, 중요한 사람과의 경험, 본인의 감정과 생각 등이 담겨 있지 않아 내면을 잘 파악하기 어렵지만 조심스럽게 이해를 해보려고 합니다.

딸은 어린 시절 아버지와의 관계가 원활하지 않았어요. 무엇보다 아버지의 태도에 영향을 받아 자신의 신체에 대해 부정적인 자아상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지영씨 남편은 어린 시절부터 딸의 몸무게에 대해 언급하며 '날씬함'을 강조했어요. 딸은 이럴 때마다 굉장히 힘들고, 상처받고, 불편하고, 헷갈렸을 것 같아요. 자식은 부모가 자기가 어떤 모습이든지 조건 없이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고 사랑해 주기를 바랍니다. 이를 통해 내가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지요. 반대로 외모, 학업과 같은 잣대로 아이를 재단하기 시작하면 자존감이 떨어집니다.



전문은 링크로

https://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ec&oid=469&aid=0000652997&sid1=001

목록 스크랩 (0)
댓글 34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3.8℃ 쿨링 시어서커, 순수한면 쿨링브리즈 체험단 모집 이벤트🩵 296 05.11 38,963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5,181,212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2,418,845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3,143,696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5,717,258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118,166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5 21.08.23 8,571,813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70 20.09.29 7,481,305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23 20.05.17 8,691,317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21 20.04.30 8,583,796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534,346
모든 공지 확인하기()
3068732 이슈 한국인들이 (소시민 기준) 생활수준 확 뛰어오른거 피부로 체감됐다는 추억담 많이 나오는 시기 16:26 86
3068731 유머 아파트 단지서 프로포즈 순간, 알고보니 16:25 348
3068730 이슈 빌리 글 쓰면 자꾸만 댓글이 많이 달려서 용기내어 써보는 빌리 수록곡 영업글...jpg 16:25 44
3068729 유머 아빠가 출근하는 게 싫은 강아지 3 16:22 387
3068728 이슈 (대군부인) 이 잘못된 고증이 그렇지 않아도 역사 왜곡을 심심치 않게 주장하는 중국 네티즌들에게 아주 좋은 먹잇감이 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21 16:18 1,140
3068727 이슈 알바비를 못받고 있어요 4 16:18 942
3068726 이슈 인용 난리난 하말넘많.twt 50 16:14 4,022
3068725 유머 늑골라 5 16:13 342
3068724 기사/뉴스 부산에서 특산물화 중인 외래종 청게가 제주도에서 대거 출현중 22 16:12 1,837
3068723 이슈 2026 월드컵 JTBC 프리뷰쇼&리뷰쇼 라인업 1 16:12 444
3068722 이슈 <조선구마사> 이후 모든 주조연이 종영 인터뷰 패싱한 드라마 ipg 33 16:12 3,050
3068721 정치 삼성 첫 고졸 여성임원에게 "생산직이라 잘 모를텐데." 18 16:12 1,258
3068720 이슈 야생 판다는 맹수 🐼 14 16:10 780
3068719 이슈 다시 공개된 다음주 옥문아 양상국 출연 예고영상 15 16:10 1,362
3068718 유머 한국 축구 대표팀 알못인 독일 근황.jpg 16:10 730
3068717 이슈 모델링 된 캐릭터 같다고 반응터진 은발 츠키 6 16:10 850
3068716 유머 일주일동안 매일 3끼 식사가 이렇게 나온다면? 177 16:08 7,719
3068715 유머 헐 트럼프 술 마심 8 16:08 1,994
3068714 이슈 월드컵 대표팀 명단 4 16:08 581
3068713 이슈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월드컵 최종명단 (오피셜) 16:08 4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