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학, 변호사 자격증 딴 뒤 현장으로 유턴
이 대장은 2017년부터 지구대장으로 일했다. 서울 은평경찰서 연신내지구대장으로 부임해 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장을 거쳐 지난해부터 화양지구대장으로 근무했다. 이전엔 경찰청이나 지방청 정책부서, 경찰서 내근직에 몸담았다. 그의 ‘스펙’에 부합하는 경력이었다.
이 대장은 경찰대 17기 출신(97학번)으로 서울대 사회학 석사와 영국 케임브리지대 범죄학 석사, 한림대 법심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6회 변호사시험까지 합격했다. ‘고스펙자’로서 앞날이 탄탄대로였을 그가 2001년 경찰 입문 이후 16년 만에 현장을 선택했다. 왜 그랬을까.
“고위공직자 관사 우범지대에 있어야”
지구대장이 되고 나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관내에서 강간 사건이 발생한 장소 앞으로 이사한 것이었다.
“범죄를 업무로서가 아니라 나의 생활로 느끼고 싶었어요. 가보니까 왜 사람들이 ‘여기 밤에 무서워요’‘골목길 무서워요’하는지 알겠더라고요. 내 일이 되니까 치열하게 고민하게 됐습니다.”
이 대장은 “그런 의미에서 모든 고위 공직자들의 관사는 우범지대에 있어야 한다. 주변 환경이 빨리 개선 될 것”이라는 다소 도발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지구대장을 그만두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 공동현관 1층에 도어락이 없는 세대를 찾아가 설치를 권유하는데 집주인은 “경찰이 오면 집값이 떨어진다”고 문전박대를 했다. 이 대장은 “그때 ‘아무도 나한테 이렇게까지 하라고 안 했는데…정말 그만둘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나 동시에 ‘범죄 예방은 경찰 혼자서는 못하겠구나. 공동체 협조를 얻어내는데 경찰이 신경을 많이 써야겠구나’라고도 느꼈다고 한다. 지구대장 1년 차를 마친 그에게 민갑룡 전 경찰청장(당시 차장)이 “현장 경험도 했고 승진해야 하니 본청(경찰청)으로 들어오라”고 권유했는데도 거절한 것도 그래서였다.
동료들을 향해서도 눈을 돌렸다. 독직폭행으로 고소를 당한 동료 경찰관이 있었다. 그의 소송 합의금과 변호사 선임비용을 위한 모금 운동을 진행했는데 이틀만에 1억4000만원이 모인 것이다. 이는 현장 경찰관의 책임 부담을 덜기 위한 경찰법률보험 시행을 앞당기는 계기가 됐다.
“‘거봐, 안된다니까’란 말 듣기 싫었다”
이 대장은 “‘안전’한 곳으로 가서 승진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지만, 조직으로 봐선 슬픈 일 아니냐”며 “열정적이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 현장으로 나가서 문제를 해결하고 바꿔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구대장 4년 차가 됐을 땐 “거봐 안된다니까. 고집 피우지 말고 경찰서 과장으로 가라”는 말도 들었다. 이 대장은 “사실 오기로 여기까지 왔다. 여기서 승진이 된다면 본청, 지방청만 바라보는 경정들이 지구대도 돌아보지 않을까. 제 진심이 닿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장은 지난해 경찰의 부실대응이 논란이 된 인천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도 언급했다. 훈련과 인원 부족을 지적하면서다. 이 대장은 “경찰관은 범죄 현장에서의 공포심과 두려움을 훈련으로 극복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천 사건 이전에 테이저건을 한 번도 격발 안 해 본 직원들이 많았다. 훈련도 움직이는 피사체를 대상으로 해야 한다. 실전 훈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전문기사도 좋으니까 읽어줘!
https://news.v.daum.net/v/20220112050044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