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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일흔 살 서양인이 바라본 지드래곤 _ GQ 15주년 기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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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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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 살이 넘은 나 같은 사람이 스물일곱 살 케이팝K-pop 스타에 대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패션쇼장이건 무대 뒤건, 가는 곳마다 카메라 플래시를 몰고 다니는 엄청난 청년에 대해? 그러다 문득 십수 년 전, 서울에 머물며 잡지 컨설팅을 진행했던 때가 떠올랐다. 한국판 <보그걸>을 창간을 돕던 그때도 마찬가지였다. 중년의 미국 아저씨가 한국의 소녀들에 대해서 아는 게 뭐가 있었다고…. 이런 과제가 주어질 때마다 난 과거의 경험을 떠올린다. 젊을 때 겪은 비슷한 문제들을 찾는다. 종종 어떤 문제는 사라지지 않고 지금도 똑같이 삶 속에서 누군가를 괴롭히니까. 인생은 쉽게 바뀌지 않고, 그래서 사람의 선택엔 항상 보상이 필요하다. 그리고 비슷하게 반복되는 경험 속에서, 지드래곤은 당신에게 최고의 선택은 아닐지 몰라도 가장 최신의 선택인 것은 확실하다.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세상의 모든 걸 접해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음악으로 치면 펑크에서 뉴 로맨티시즘 장르까지 전부다. 지드래곤의 음악은 그런 장르와 비슷한 면이 있다. 그는 착실히 쌓아온 과거를 이용해 현재를 꾸렸고, 어쩌면 이제 미래를 만들지도 모른다. 나는 최근 일본 <보그>에 데이비드 보위 음악 인생 후 반의 레트로풍 번개retro flash와 마크 볼란의 마크 비Mark B를 듀란듀란과 80년대 초반 뉴 로맨티시즘에 비교하는 기사를 썼는데, 지금 지드래곤의 모습이 그들과 매우 흡사하다. 런던 펑크신 전에 유행했던 화려한 머리 색깔까지도.

지드래곤을 둘러싼 세간의 관심과 세계적인 유명세는 한국이라는 미스터리에 많은 부분 기대고 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이 잘 모르는 나라였지만, 우리는 이제 서울을 ‘쿨 한 도시의 대명사’라고 부른다. 그리고 지금 서울은 그 수식어가 들어맞는 곳이다. 지드래곤 뿐만 아니라 카라, 소녀시대 같은 아이돌 그룹이 한국의 이미지를 바꾸는데 많은 영향을 끼쳤다. 사람들은 케이팝의 힘이라고 하지만 사실 케이팝은 형태만 달랐을 뿐 예전부터 존재했다. 지금 터질 것 같은 케이팝의 인기는 화려한 무대의상과 안무의 영향이 크다. 60년대 런던에서 태동한 젊은이의 반란youthquake 이후 사라진 순수한 파워 팝이 다시 나타난 셈이다. 신나고 매력적인 데다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어떤 순수함을 갖고 있는 음악.

게다가 지드래곤은 스스로 ‘스타’라는 사실과 ‘게임의 룰’에 따라야 한다는 점을 확실히 파악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역할에 맞는 옷을 입고 살아간다. 본인이 만든 기대치가 높으면 높은 대로 적응해 살아간다. 싫던 좋던 자신이 어떤 사람이라는 정의를 내리면 그 역할에 충실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서 다시 이렇게 질문을 던져본다. 아무리 반복되는 삶이라 해도, 나의 젊은 시절과 비교해 지금 가장 달라진 것은 과연 뭘까? 내가 찾은 답은 ‘미디어’다. 이제는 평범한 삶을 사는 사람도 한순간에 유명인사가 될 수 있다. 지드래곤은 기본적으로 타고난 재주가 뛰어나지만, 이 상황에는 딱히 재주가 중요하지 않다. 인터넷에서 2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는 패션 모델이 가장 정확한 예다. 그들이 거머 쥔 힘으로 뭘 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지드래곤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그가 그의 목소리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를 바랄 뿐이다. 지드래곤은 지금 시대의 창조물이자 미래이기도 하니까.

불투명하고 대부분 어두운 이 세상에서 지드래곤의 존재는 어떤 위로다. 화려함이 그 자체로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하는 아이콘이다. 삶은 경멸이 아닌 축복의 대상이라는 확신을 갖게 해주는 화려한 위로랄까? 지드래곤은 ‘성공’은 사람을 망치는 독이 아니라 ‘선물’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는 점에서 이 산업에 기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지드래곤은 실재하는 인물이지만 상상 속의 인물이기도 하다. 만화 속 영웅 캐릭터 같기도 하고 록스타 같기도 하다. 스스로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어 하는 대중의 심리를 딛고 그가 존재한다. 그는 우리의 일부분이기도 하고 사실 전혀 아니기도 하다. 지드래곤은 상상 속 어느 비밀스러운 공간에 존재하는 나 자신이기도 하다. 우리가 우리 운명의 주인이라는 가능성을 확인시켜주는 존재. 지드래곤은 환상이자 전설. 내가 원하는 남자친구. 예전에 같이 학교를 다녔지만 지금은 대스타가 된 고등학교 동창의 느낌. 다시 반복하지만 지드래곤은 우리 시대의 결과물이다. 우리가 믿고 싶은 꿈.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이제 그의 음악, 패션마저 상관없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지드래곤을 통해 특정한 세대들이 자신을 정의하는 실용적인 방법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는 것, 그들이 어떻게 보였으면 하는지를 실현하는 명확한 방법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모든 건 이미 짜여진 판일까? 성공을 위해 미리 준비된 각본이 있는 걸까? 과연 세상은 이렇게 뻔한 걸까? 매번 이런 질문을 하지만 난 매번 같은 답을 내린다. 다 의미없다. 왜냐면 이 세상은 어차피 지랄맞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축복받은 소년 지드래곤이 당신에게 줄 수 있는 기쁨과 행복을 맘껏 누려라.

나이가 들면서 가장 힘든 건 사랑하는 것들이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지드래곤이 지금 당신에게 제공하는 이 시대 최고의 유산을 통해 당신은 젊음 그리고 순수함을 기억하게 될 것이 다. 빅뱅 콘서트 티켓을 구하는 게 가장 힘든 일이고 그가 올릴 블로그 글을 기다리는 게 가장 중요했던 그때 그 시절 말이다. 지드래곤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해나갈 때 우리도 우리의 존재를 확인한다. 그를 통해 나는 나만의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성스러운 공간을 만들어간다.

지드래곤이 아티스트로서 얼마나 뛰어난지를 통해 성공을 측정할 수도 있지만, 사실 그가 자신을 받아들이고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소통한 것으로도 이미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이 스타의 행운을 빈다.

글 / 진 크렐(일본 인터내셔널 패션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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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크렐 약력 : 
인터내셔널 패션 디렉터 디자이너. 
일본 지큐, 보그 에디터, 
한국 보그, 보그걸 창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보그, 보그걸, 더블유, 얼루어, 지큐코리아 크리에이티브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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