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을 향해 간다'는 비장한 마음은 여행길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서서히 바뀌어 갔다. 너무나 살갑던 강원 양양군 게스트하우스 사장, 자녀와 같은 대학에 다닌다면서 고기를 사준 부부, 전남 영광군에서 전북 고창군을 향해 걸어가던 그를 태워준 이름 모를 트럭 운전기사, 경북 영덕군에서 길을 묻던 그에게 먹을 것을 챙겨준 할머니들은 저마다 최씨 삶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경주에서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보는데 '가만히 보면 모든 인연이 다 신기하고 귀해. 행복하게 살아. 그게 갚는 거야'라는 대사가 나왔어요. 다음 날 걸으면서 그 대사를 되새겨 보니 여행에서 만난 분들, 대학교에서 만난 친구들이 떠올랐고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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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살지"라고 자문할 때마다 떠올랐던 "죽지 못해 산다"는 대답은 석 달 가까운 여정에서 어느덧 "살고 싶어서 사는 거다"로 바뀌어 있었다. 소중한 인연들이 너무도 보고 싶었다. 어릴 적부터 사랑받지 못한 채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니 주변에서 적지 않은 사랑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최씨는 "만약 영광에서 트럭을 안 탔더라면, 어느 날 덜 걸었더라면 이렇게 많은 사람을 만났을까 싶다"며 "여행을 떠난 덕분에 수많은 인연이 생겼다"고 말했다.
최씨는 "지금도 우울증이 완전히 해소되진 않았지만 극단적 선택을 하겠다던 생각은 완전히 떨쳐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 사람들에게 위로의 말을 전했다. "인생을 혼자서라도 살아가는 이유는 지금은 힘들더라도 미래에 또 다른 누군가를 만나기 위함이 아니겠어요. 무책임한 말이란 걸 알지만, 그래도 희망을 잃지 말라는 말을 정말로 해주고 싶어요."
https://news.v.daum.net/v/20211202043138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