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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염산녀'를 둘러싼 어떤 실험, 비참한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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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3.08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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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O녀'라는 호칭은 여성을 대상화하고 고정하는 남성 중심적인 사회적 시선이 부여된 개념이다. 이렇게 계속해서 부를 때, 각 성별에 대해 기대하는 이미지는 더욱 강화되고 고착된다."
ⓒ pixabay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1908년 3월 8일, 미국 여성 노동자들이 열악한 작업장에서 화재로 숨진 여성들을 기리고 참정권을 요구하며 벌인 시위를 기념하는 날이다. 해마다 3월 8일에는 세계 곳곳에서 여성 인권과 노동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집회이자 축제가 진행된다.  

1975년부터는 유엔에 의해 공식적인 기념일로 선포되었다. 2016년 108번째를 맞이하는 여성의 날이지만, 한국 사회의 여성 인권 현주소를 돌아보면 여전히 갈 길이 먼 것만 같아서 씁쓸하다. 

한국에서도 2001년 여성부가 출범하고, 여성 국회의원이 늘고 있다. 5급 이상의 공무원 시험에서 여성 합격자 수가 늘어나는 등 여성의 사회 진출이 두드러지는 추세다. '성 평등'은 이제 한물간 이슈라는 반응도 있다. 오히려 '남성이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는 담론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은 과대포장 된 착시현상에 불과하다.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기에는 무색할 정도로 오늘날 한국사회는 '여성 혐오'로 시끌시끌하다. 여성 혐오란 단순히 여성에 대한 증오심을 넘어, 여성을 남성보다 열등한 '제2의 성'으로 인식하는 모든 언어와 행동을 의미한다. 

또한 남성 중심적인 시선에서 여성성과 남성성을 나눠서 정의하고, 여성성을 열등한 것으로 취급하는 것도 포함한다. 여성을 차별하는 것과 넓게는 여자를 성적 도구로만 생각하고 여성을 나타내는 기호에만 반응하는 것도 여성 혐오라고 말한다. 

필리버스터 참여한 의원도 '가녀린 여성'?

여성을 남성과 동등한 성적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이러한 여성의 객체화, 타자화(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여성 멸시)를 일본 여성학자 우에노 치즈코는 '여성 혐오'라고 불렀다(우에노 치즈코, <여성혐오를 혐오한다> 중에서). 

이렇게 본다면 가부장제 아래의 성차별과 관련된 '현상'들이 여성 혐오라는 개념과 연결될 수 있다. 현재 한국 사회의 여성 혐오 현상은 생각보다 깊고 넓게 퍼져있다. 최근의 사례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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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김광진 의원 관련 기사 검색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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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은수미 의원 관련 기사 검색 결과. 제목에 "가녀린 50대 여 의원"이 거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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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최근에 이슈화된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김광진 의원과 은수미 의원에 관한 기사 제목들이다. 김광진의 무제한 연설을 두고는 '김대중'이 호출되고, 은수미 의원은 "가녀린 오십 대 여(女)의원"이 되어 있다. 김광진 의원과 동등한 한 명의 '국회의원'임에도 불구하고, 은수미 의원이 전하고자 한 메시지보다 성별와 나이에 초점을 두고 보도했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들은 온전한 인간으로 취급되지 않고, 성적인 대상으로서만 인식된다. '남성' 김광진 의원은 공적 영역에서 투쟁하는 주체로 위대한 영웅이었던 아버지의 계보를 잇는 훌륭한 인물로 묘사된다.

반면 '여성' 은수미 의원은 '가녀린' 몸을 가진 존재이거나, 혹은 분노를 일으키는 '희생자'로 묘사된다. 그래서 투쟁할 남성 주체를 호출한다. 즉 여성은 '운동의 주체'가 아니라 남성의 투쟁을 불러일으키는 '보조적 계기'로 소비된다.

'대장내시경녀'부터 '트렁크녀'까지... 논점 흐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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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인 아파트 벽돌 투척 사망 사건 기사 검색 결과. 제목이 피해자를 가리키는 '캣맘' 사건으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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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면내시경 검진 도중 환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의사 양씨가 구속된 사건. <헤럴드경제>는 기사 제목에서 피해자를 '대장내시경녀'로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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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5년 10월 8일 경기도 용인의 한 아파트에서 50대 여성이 벽돌에 맞아 사망하는 일이 있었다. 이 사건의 본질은 '캣맘'이 아니라 '벽돌에 맞아 사람이 죽은 것'이었지만 '캣맘 사망 사건'이라고 보도되면서 알려졌다. 

비슷한 예는 찾아볼 수 있다. 9월 9일 충남의 한 대형마트에서 30대 여성을 살해하고 트렁크에 가둔 뒤 방화한 사건은 가해자 이름인 '김일곤 사건'이 아닌 '트렁크녀 사건'이란 제목으로 보도됐다. 

최근에는 지난 2일 한 언론이 '의사가 대장내시경 검진 도중 마취 상태의 여성을 성추행한 사건'을 소개하면서 기사 제목에 '대장내시경녀'라는 단어를 넣었다. 성추행 의사는 가려지고 피해 여성만 부각되며 수치스러운 호칭을 얻은 셈이다. 

지난 2008년 '나영이 사건'에서는 사건 이름에서 비록 가명을 쓰고 있긴 하지만 이러한 지칭 방식은 범죄자가 아닌 피해자를 더욱 강조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는 가해자를 은폐하는 잘못된 방식이므로 지양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그 이후로 '조두순 사건'으로 보도하는 등 지난한 과정을 거쳤다. 그런데도 최근에 와서는 별로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사건에 여성이 연루되면 어떻게든 '여자'를 이미지로 불러내려 애쓰는 것 같다. '여성 가해자–남성 피해자 구도'인 사건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을 볼 수 있다. 그동안 여성들에게 염산 테러한 남성들에게는 '염산남'이라는 호칭이 붙는 경우가 없었다. 

하지만 여성의 경우는 다르다. 지난해 어느 인터넷 사이트에 누리꾼이 '나는 여성인데 남자친구 얼굴에 염산을 뿌렸다'고 글을 쓰자, 글을 쓴 여성에게는 곧 '염산녀'라는 호칭이 붙었다. 이후 해당 게시글은 실제 '염산 테러' 사건이 아니라 남성 가해자의 염산 테러를 '미러링'한 것이라고 알려졌다. 글을 작성한 누리꾼은 여성에 대한 언어 폭력이 '차별'이라고 주장하기 위해 염산 테러 사건의 구도에서 '성별만 뒤집어 적은 것'이라고 밝혔다.

여자를 성적 도구로만 생각하고 여성을 나타내는 기호에만 반응하는 사회에서 여성은 엽기적 범행 수법과 엮이면서 가십거리가 된다. 극단적으로 남성 중심적인 시선 속에서는 여성이 남성에게 염산 테러를 당해도, 남성에게 염산 테러를 가해도 '염산녀(女)'가 될 뿐이다. 

2016년에도 '인간의 기본형'은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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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어 맞춤법 / 문법 검사기' 검사 결과
ⓒ 부산대 맞춤법 검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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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에도 인간의 '기본형'은 남성인가 보다.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로 검사한 결과를 보면 교수·의사·직원·가수는 남성을 디폴트로 두지 않으면 '틀렸다'고 나온다. 간호사는 심지어 여성이 많이 종사하는 것으로 알려진 직업인데도 '여의사', '여교사'처럼 '남간호사'라고 성별이 붙진 않는다. 

이는 곧 남성은 '일반적인 인간'으로 분류되지만, 여성은 '특이한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반영된 사례들이다. 남성은 '둘 이상의 성 중에서 하나의 성'이 아니라 성을 구분하는 '기준'이기에 여성에게만 성별 표기가 붙는다. 

여의사·여교수, 또는 '김치녀', '개념녀'와 같은 'OO녀' 시리즈. 수식어로 '여'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은 그 사람의 행동 자체가 아니라, 그 사람의 성별에 포인트를 짚어 여성이라는 사실을 부각한다. 

'OO녀'라는 호칭은 여성을 대상화하고 고정하는 남성 중심적인 사회적 시선이 부여된 개념이다. 이렇게 계속해서 부를 때, 각 성별에 대해 기대하는 이미지는 더욱 강화되고 고착된다. 

여성이라는 사실에 초점을 맞추는 행위는 이제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남성이 인간의 디폴트로, 여성이 특별한 존재로 취급받지 않는 세상. '여교사', '여의사', '김치녀', '개념녀' 등의 단어가 사라지고, 남성 중심적인 시선으로 판단되지 않는 세상. 성별이 아니라 개인의 능력과 개성으로 평가받는 세상이 올 때 진정한 성평등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실질적인 성 평등을 이루기 위해서는 여성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 전체가 함께하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3월 8일 여성의 날, 우리 안의 남성 중심적인 시각을 돌아보고 '여성 혐오 철폐'를 위해 함께 행동하는 하루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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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질적인 성 평등을 이루기 위해서는 여성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 전체가 함께하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3월 8일 여성의 날, 우리 안의 남성 중심적인 시각을 돌아보고 '여성 혐오 철폐'를 위해 함께 행동하는 하루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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