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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40년전, 그 시절 한국프로야구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알아보자 (完) -장문, 스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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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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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heqoo.net/2246629957 0편 (첫편)
https://theqoo.net/2254768903 14편 (전편)
https://theqoo.net/2537752724 구단 변동사 1편

주의사항

인터뷰, 취재기사, 책(한국야구사 등), 특집다큐 등 여러 개를 참고해서 쓴 글

글의 재미를 위해서 상황을 뭉뚱그리거나 일부러 강조한 것도 있음. 약간 각색했다는 뜻

당시 기록이 거의 없어서 관계자들의 증언에 의존. 이야기마다 정보가 조금씩 다르기때문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인물의 발언이나 좀더 극적인ㅋㅋ 자료를 참고해서 씀






-마지막 관문-

큰 문제였던 롯데 문제가 해결되면서 프로야구 출범선언은 정말 눈앞까지 다가왔어

이제 마지막 남은 문제는 두산의 연고지 문제

두산 문제는 프로야구 협상 중 제일 먼저 발생했던 문제인데, 가장 끝까지 해결을 안하고 방치해놓은 문제잖아?


사실 이건 야구계가 좀 안일했는데, 은근히 시간을 끌어서 두산이 남는 충청지역팀을 맡길 기다리고 있었거든

일단 두산 박용곤 회장의 프로야구 참여의지는 확실했으니까 그걸 믿고 있던거지

실제로 경인팀 1순위였던 현대쪽과 접촉하기 전부터 두산에게 대전충청을 맡아달라고 지속적으로 부탁하고 있었어. 두산은 현대가 불참을 선언하자 차라리 경인팀을 달라고 했지만 계획이 꼬일것을 걱정했던 야구계가 거절했지


https://img.theqoo.net/oYcVd
두산도 강경했어. 두산 입장에서도 정말 아무 연고도 없는 대전에 내려갈 이유가 없잖아

게다가 그때는 충청지역 야구가 활성화되지 않았거든. 70년대 당시 고교야구 인기가 엄청났다고 했었지? 그런데 유독 충청지역은 고교야구에 시큰둥했어. 그러다보니 인재풀이나 성적이 썩 좋지 않았지


그래도 일단 계속 두산 관계자와 접촉하면서 설득하려고 노력했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었어


롯데에게 했던 것처럼 블러핑+협박을 써보면 어떨까?

아니 안돼. 상황이 달라

https://img.theqoo.net/aOXDJ
일단 두산을 충청지역으로 보내는것 자체가 정당성이 없어

게다가 럭키금성이라는 허상과 진실이 섞여있던 대체재가 있던 상황과는 달리, 대전은 블러핑으로 쓸만한 대안 자체가 없었어

충청지역 1순위였던 동아그룹과의 협상에 실패한 후, 2순위였던 한국화학과는 아예 접촉도 못했거든

(당시 한국화약 창업주인 김종회 회장이 고작 3개월 전에 세상을 떴거든. 그렇다보니 야구계가 협상을 위해 접촉하는것도 쉽지 않았을거야)



결국 두산을 구슬릴 무언가가 필요했지. 하지만 그렇다고 딱히 무언가가 떠오른것도 아냐

그러던 중 두산 관계자였던 박용성 기획실장의 입에서 한 가지 제안이 나왔어

"그런데 서울을 꼭 1팀이 가져야할 필요가 있습니까?"



어? 듣고보니 그렇지. 서울같이 큰 지역을 굳이 1팀만 맡으라는 법은 없어

물론 아주 좋은 타협안은 아냐. 연고지를 공동으로 쓰면 드래프트, 경기장 등등 또 해결해야할 문제가 생기니까

하지만 어쨌든 평행선을 달리던 양쪽의 이야기가 조금 다른 방향으로 틀어졌다는건 긍정적인 신호였지



이 이야기를 들은 이호헌은 곧바로 MBC 실무자와 만나서 이야기를 전했어

MBC가 양보해주면 일이 쉽게 풀리는거니까


"...나는 못해요. 이 이야기를 우리 사장님한테 전하라고요?"
"네. 그냥 운만 띄어주시고 의견만 여쭤보면 됩니다."

https://img.theqoo.net/ahdDK
"이봐요! 이진희 사장님 성격을 몰라서 나한테 그런 총알받이를 시킵니까!!!"


MBC 실무자는 펄쩍 뛰면서 자신은 못한다고 극구거절했어. 그도 그럴것이 MBC 이진희 사장의 성격은 불같기로 유명했거든

게다가 이진희는 지금 이미 심기가 불편한 상태였어

왜냐면 원래 이진희는 1회 구단주 회의에서 총재로 추대될 예정이었거든. 그런데 롯데의 뜬금없는 불참 선언으로 미뤄져버려서 여러모로 짜증났거든


결국 이호헌이 직접 이진희를 만나서 설득하기로 했어



하지만...
https://gfycat.com/ScholarlyForcefulHarborseal
"서울은 처음부터 MBC 연고인데 무슨 소리요? 두산한테 가서 전해요! 두산 안중에도 없으니 충청도 맡기 싫으면 프로야구에서 나가라고!!"

이진희의 뜻 또한 완고했지








-최종보스가 된 조력자-

서울팀 쪼개기

그나마 설득해볼만한 협상안이긴 했지만 MBC의 반대의사가 확실했어

MBC 이진희의 뜻이 워낙 완고한지라 다시 설득에 나서려면 새로운 타협안이 필요했지


이호헌, 이용일은 또다시 머리를 맞대고 상의했는데 마땅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어



의외로 새로운 타협안을 내놓은건 삼성측 인사였어

"그러면...두산이 충청도를 일단 맡았다가 3년 후에 서울로 올라오는 건 어때요?


https://img.theqoo.net/VIRjg
오 그럴듯해?

"그리고 추가로 충청도쪽이 선수수급이 워낙 힘든건 사실이니까 서울 선수의 1/3을 배분해주는 형식으로 분배하고요."


음 이정도면 MBC에게 서울을 반으로 쪼개라!, 두산에게 그냥 충청에 남아라! 하는 것보다는 어느정도 타협안이었지

야구계 입장에서는 새로운 충청 모기업을 찾을 시간도 벌 수 있었고, 충청지역 리그 형평성 문제도 해결 가능했지


이호헌은 이 의견을 적극 반영해서 두산과 다시 협상 자리에 앉았어

두산도 이 타협안에는 어느정도 수긍하는 편이었어

다만 반응 자체는 시큰둥했는데, 3년 후에 서울로 올라올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기때문이었어

3년 후에 가서 야구계에서 모르쇠로 일관해버리면 손해보는건 두산이잖아


그 말을 듣자마자 이호헌은 두산을 제외한 다른 5개팀에게 "두산이 3년 후 서울로 올라온다."는 공증을 받으러 뛰어다녔어


당연히 별 상관없었던 삼성, 해태, 롯데, 삼미는 쉽게 공증을 받아냈지



하지만 MBC 이진희 사장은 여전히 쉽지 않은 상대였어

이호헌은 이상주 청와대 수석비서관까지 데려와서 전력으로 설득에 나섰지만 그럼에도 진전이 없었어

MBC는 서울을 먼저 보장받았다는 것, 프로야구 창설에 적극적으로 협력했다는 것을 들며 이 타협안도 거부했지

선수 분배까지는 해줄 용의가 있지만 3년 뒤 서울팀 쪼개기는 해줄 생각이 없다고 밝혔어


https://img.theqoo.net/kkftC
그리고 여기서

프로야구 창설에 있어서 처음으로 청와대의 파워를 빌리게 돼


이학봉 "민정수석"

야구계와 상당히 친분이 있었고, 직접적으로는 아니지만 뒤에서 조력했던 인물. 이 사람에게 도움을 청했어

당시 청와대의 민정수석은 정말 엄청난 파워를 가지고 있었지. MBC의 사장이라해도 민정수석의 파워는 꽤나 벅찼거든

결국 MBC도 이 타협안에 대해 공증을 해주면서 순탄치 않았던 두산의 연고지 문제를 해결하게 됐어




이것이 바로

https://img.theqoo.net/kFpWl
KBO 역사에서 평생 기록될 기념비적인 초대 우승팀
https://img.theqoo.net/nvbtE
충청 프로팀의 시작이자 훗날 잠실의 주인을 두고 다투게 되는 구단
https://img.theqoo.net/RcHTJ
https://img.theqoo.net/QSaMP
21세기 탄탄한 전력을 바탕으로 강호로 올라선 팀



길고 길었던 프로야구 출범협상의 마침표
https://img.theqoo.net/yRmFL
https://img.theqoo.net/NuTHL
OB 베어스의 첫걸음이었어






-마침표이자 시작-

이렇게 MBC, 삼성, 해태, 삼미, 롯데, 두산의 참여가 확정되면서 6개구단 체제가 제대로 완성됐어

https://img.theqoo.net/AGzMw
아 참고로 왜 두산은 OB 베어스라고 이름을 붙였는지 궁금할텐데

그때 당시에는 두산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고 주력이었던 상품이 OB 맥주였거든. 그래서 처음에는 OB 베어스로 활동했어


6개 구단 체제를 확정한 뒤 프로야구를 운영하기 위해 KBO를 창설하고 인력배치를 시작했어

사실 시대가 시대이다보니 프로야구 창설에 큰 협력한 바 없어도, 이름값이나 정치적인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이 윗선을 맡은 경우가 많아


프로야구 창립을 위해 열심히 뛰었던 이호헌과 이용일은 애초에 초석만 다지고 빠질 생각이었어서 뒤로 물러날 채비를 했지



하지만 그들과 같이 일했던 이상주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그들을 불러서 사무총장, 사무차장을 맡아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했어

정말 실세인 자리는 낙하산이 아니라 공헌자들이 맡아야한다고 주장하면서 말이지

이 제안을 수용한 이용일이 사무총장, 이호헌은 사무차장을 맡으면서 프로야구 첫 시즌을 위해 일하게 돼




이후 40년간 여러 문제도 일으키고, 사람들을 많이 실망시키기도 하고

또 사람들을 흥분에 빠뜨리기도 하고, 사람들을 감동시키기도 할 프로야구는



미국에서 날아왔던 한 재미사업가의 웅대했던 야구 계획과

신군부에 의해 물러났었던 야구 원로들의 협상과 노력으로


https://gfycat.com/FancyMintyButterfly
1981년 그해 가을, 그리고 겨울

이렇게 시작된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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