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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20년 만에, '수능시험'을 봤다[남기자의 체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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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27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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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수능시험, 직접 치러보니…국어영역 평이하단 말에 울컥, 비 맞으며 교문 나서던 수험생 "하늘도 내 기분 같아" 한숨…잊고 있었다, 이렇게 어려운 시험이었다는 걸]



헤겔에게서 변증법은 논증의 방식임을 넘어, 논증 대상 자체의 존재 방식이기도 하다. 즉 세계의 근원적 질서인 '이념'의 내적 구조도, 이념이 시공간의 현실로서 드러나는 방식도 변증법적이기에, 이념과 현실은 하나의 체계를 이루며, 이 두 차원의 원리를 밝히는 철학적 논증도 변증법적 체계성을 지녀야 한다.

국어영역 지문을 읽다 울컥했다. 이게 무슨 반려견 똘이가 배달 왔을 때 현관문을 향해 짖다가 음식을 보고선 꼬릴 치다 안 주면 앞발로 벅벅 긁는 것 같은, 복잡하고 역설적이며 정성스러운 강아지 소리인가. 그 문장이 이해가 안 돼 무려 세 번을 읽었다. 그래도 뭔 말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주어진 단 80분의 시간은 무자비하게 뚝뚝 떨어졌다. 아직 4번 문제인데 붙잡고 있다간 망한다, 불교의 공(空) 사상을 새기며 집착을 버려야 한다, 속으로 계속 되뇌었다. 그런데 그게 잘 안 됐고 마른 침만 꼴깍꼴깍 넘어갔다. 애꿎은 밑줄과 동그라미만 반복해서 쳤다.

아마 다들 비슷하리라. 18번 시험실의 다른 친구들을 슬쩍 보니, 모두의 정수리에서 보이지 않는 열이 느껴졌다. 좀 더 살펴보려다 수능시험 감독관과 눈을 마주쳐서 황급히 시험지로 눈을 깔았다.

2022년도 수능시험을 보고 있었다. 2002년 처음 수능시험을 본 뒤 20년 만이었다(물론 그 이후 몇 번 더 봤다).

이미 다 끝낸 수능을 다시 본 이유가 있었다. 떠들썩한 시험의 속내 비슷한 걸 찬찬히 들여다보고 싶었다. 출제 경향이나 등급 컷이 아닌 그 너머 이야기가 필요했다. 고3 수험생이었을 때, 내 인생 전부 같아 온통 긴장하며 봤을 땐 그럴만한 여유가 없었다.

예컨대, 그걸 실제 준비하고 푸는 마음이란 건 뭔지. 시험실에서 학부모들이 다 보지 못한 자녀들 표정은 어떤지. 끝날 때 나가면서 교문을 바라보는 심경은 무엇일지. 그런 것들 말이다. 혹여나 수능이 대박 나면 기자를 관두고 재입학할까 싶기도 했다.


https://news.nate.com/view/20211127n0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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