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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법원, ‘혼인 중’ 아이이름 엄마姓으로 변경 허가

무명의 더쿠 | 11-07 | 조회 수 3708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혼인 중’에 아이 이름을 엄마 성(姓)으로 바꾸게 해달라는 청구를 법원이 받아들였다. 이 같은 판결이 대중에 알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자녀 성을 변경하고 싶다면 부부가 이혼을 하고 재혼인신고를 하면서 변경하거나 가정법원에 신청을 하는 방법뿐이다. 호주제가 폐지되는 등 ‘부성 우선주의 원칙’ 폐기가 추진되는 상황에서 유사한 청구도 늘어날 전망이다.

5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가정법원은 올해 5월 아빠의 성으로 출생신고된 자녀의 성을 엄마의 성으로 바꾸게 해달라며 A·B씨 부부가 낸 성본변경청구에 대해 “이유가 있음으로 허가한다”고 결정했다.


이 부부는 혼인 당시에는 자녀계획이 없었다가 결혼 8년차에 출산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부모의 성 모두를 아이의 이름에 넣되, 성은 엄마 성을 따르기로 결정했다. 두 사람은 청구서에 취지를 “자녀가 엄마의 성·본을 따름으로써 자신의 이름이 여성을 배제시킨 가부장적 가족질서에 저항하는 맥락에서 지어졌다는 사실을 알고 평등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삶을 꾸려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법원의 결정을 환영하며 성평등한 가족문화를 만드는 데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국가가 가족의 자율성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여성의 지위가 상승된 상징적인 사례”라며 “전통적 개념의 가족이 소수가 되는 미래가 다가오는 상황에서 부계 혈통주의를 고집할 게 아니라 가족의 개념을 확대할 시점이 왔다”고 평가했다.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장은 “엄마 성을 법적으로 물려줄 방법이 있다는 것 자체도 모르는 분들이 많다”면서 “가족 안에서도 엄마만 성이 달라 이질적 이방인 또는 출가외인 등으로 가부장제 속에서 여성이 인식돼오기도 했는데 앞으로 ‘엄마의 성도 따를 수 있다’는 걸 전제로 부모 성 중 어느 것이든 고를 수 있다는 선택권을 늘리는 방법으로 민법 개정이 이뤄져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8년 호주제가 폐지됐지만 여전히 민법은 부성주의(父姓主義)에 근거하고 있다. 민법은 자(子)는 부(父)의 성·본을 따르되, 혼인신고 시 모(母)의 성·본을 따르기로 협의한 경우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엄마 성을 물려주려고 할 때는 혼인신고 시 이 같은 의사를 밝히고, 이를 증명하는 별도의 협의서를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출생신고가 아닌 혼인신고 때부터 자녀의 성을 결정을 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구시대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혼인신고 때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경우 아이 출생 후 성본변경청구를 통해 법원에 신청할 수는 있지만 지금까지 이 청구는 주로 재혼가정 등에서 활용돼왔다. 청구인 쪽에서 자녀의 복리를 위해 성을 바꾼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했기 때문이다.

부모가 협의해 자녀 성을 결정할 수 있다는 국민적 공감대도 형성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6월 실시한 ‘가족 다양성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서는 출생신고 시 부모가 협의해 자녀의 성·본을 따를 수 있다 항목에 응답자의 73.1%가 찬성했다. 비슷한 시기,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자녀에게 엄마 성을 줄 수 있는 권리도 동등하게 보장해주세요’라는 청원글이 올라와 한 달 만에 2만8778명의 동의를 받았다.

이에 여성가족부는 지난 4월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2021~2025)을 확정하며 자녀의 성 결정 방식을 자녀의 출생신고 시 부모 협의로 결정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한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오는 9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서울가정법원 앞에서 ‘엄마의 성·본 쓰기’ 성본변경청구 허가 결정을 환영하는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다.

hope@heraldcorp.com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211105000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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