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에서 본 거, 지하철에서 본 거, 인터넷에서 본 거 등등
그동안 메모장에 틈틈이 모아뒀던 시들인데 함께 보면 좋을 것 같아서 올려
내가 시집에서 본 건 시집 이름도 써놨어
읽고 다들 힘내자!

너의 하늘을 보아
-박노해-
박노해, <걷는 독서>
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
네가 꼭 이룰 것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은
네가 가야만 할 길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다시 울며 가는 것은
네가 꽃피워 낼 것이 있기 때문이야
힘들고 앞이 안 보일 때는
너의 하늘을 보아
네가 하늘처럼 생각하는
너를 하늘처럼 바라보는
너무 힘들어 눈물이 흐를 때는 가만히
네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 가 닿는
너의 하늘을 보아

넘어짐에 대하여
-정호승-
나는 넘어지지 않으려고 할 때만 꼭 넘어진다
오히려 넘어지고 있으면 넘어지지 않는다
넘어져도 좋다고 생각하면 넘어지지 않고
천천히 제비꽃이 핀 강둑을 걸어간다
-
아직도 넘어질 일과
일어설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일으켜세우기 위해 나를 넘어뜨리고
넘어뜨리기 위해 다시 일으켜세운다 할지라도

-나호열-
이 세상에 못난 꽃은 없다
화난 꽃도 없다
향기는 향기대로
모양새는 모양대로
다, 이쁜 꽃
허리 굽히고
무릎도 꿇고
흙 속에 마음을 묻은
다, 이쁜 꽃
그걸 모르는 것 같아서
네게로 다가간다
당신은 참, 예쁜 꽃

당신으로 충분하다
-정혜신-
괜찮다
모든게 다 무너져도 괜찮다
너는 언제나 괜찮다
당신의 상처보다 당신은 크다

무제
-타일러 노트 그랙슨-
류시화, <마음챙김의 시>
나는 가늠할 수조차 없다.
당신의 나무가
얼마나 높이
올라갈 수 있는지.
다른 누군가가
당신을 잘라 버리는 게 두려워
당신 스스로
꼭대기를 자르는 일을
멈추기만 한다면.

아닌 것
-에린 핸슨-
류시화, <마음챙김의 시>
당신의 나이는 당신이 아니다.
당신이 입는 옷의 크기도
몸무게와
머리 색깔도 당신이 아니다.
당신의 이름도
두 뺨의 보조개도 당신이 아니다.
당신은 당신이 읽은 모든 책이고
당신이 하는 모든 말이다.
당신은 아침의 잠긴 목소리이고
당신이 미처 감추지 못한 미소이다.
당신은 당신의 웃음 속 사랑스러움이고
당신이 흘린 모든 눈물이다.
당신이 철저히 혼자라는 걸 알 때
당신이 목청껏 부르는 노래
당신이 여행한 장소들
당신이 안식처라고 부르는 곳이 당신이다.
당신은 당신이 믿는 것들이고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며
당신 방에 걸린 사진들이고
당신이 꿈꾸는 미래이다.
당신은 많은 아름다운 것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당신이 잊은 것 같다.
당신 아닌 그 모든 것들로
자신을 정의하기로 결정하는 순간에는.

원석原石
-남정림-
너는 알고 있니?
너의 심장 아궁이 깊은 곳에
사위어 가는 불꽃처럼 반짝이는
보석 하나 숨겨져 있는 것을
종종걸음치는 부지깽이에 차이고
거친 욕망의 불길에 녹아내려도
너는 여전히 너만의 결을 가진 보석인 것을
너는 알고 있니?
햇살의 발자국도 남기지 않는
투명한 알로 깎이고 다듬어지는
아픔의 여정 너머
너의 광채 찬란하게 뻗어간다는 것을
껍데기를 훌훌 태워버리는 날,
너의 알몸 작아져 슬프겠지만
너의 빛은 별이 되어
하늘에서 비춘다는 것을

응원
-나태주-
오늘부터 나는
너를 위해 기도할 거야
네가 바라고 꿈꾸는 것을
이룰 수 있도록
그날이 올 때까지
기도하는 사람이 될 거야
함께 가자
지치지 말고 가자
먼 길도 가깝게 가자
끝까지 가 보자
그 길 끝에서
웃으면서 우리 만나자
악수를 하자
악수하며 하늘을
올려다보자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렌터 윌슨 스미스-
슬픔이 그대의 삶으로 밀려와
마음을 흔들고
소중한 것들을 쓸어가 버릴 때면
그대 가슴에 대고 다만 말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행운이 그대에게 미소짓고
기쁨과 환희로 가득할 때
근심없는 날들이 스쳐갈 때면
세속적인 것들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이 진실을 조용히 가슴에 새기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청춘의 길
-남정림-
앞에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눈물로 앞을 가리지는 말자
뒤돌아보면 없던 길도 보이고
조급하면 있던 길도 보이지 않는다
남의 길이 나의 길이 아닌데
앞서간 궤적만 추적해 뭐하리
청춘의 길은 별처럼 어둠 속에서
하나씩 총총 태어난다
오늘 길 없는 길에서 흘린
고달픈 고독의 흔적이 내일
낯선 길의 이정표가 되기도 한다
끝까지 자신의 길을 간 청춘은
아직 눈 뜨지 못한 길을
비추는 하나의 별이 된다

별은 너에게로
-박노해-
어두운 길을 걷다가
빛나는 별 하나 없다고
절망하지 말아라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
구름 때문이 아니다
불운 때문이 아니다
지금까지 네가 본 별들은
수억 광년 전에 출발한 빛
길 없는 어둠을 걷다가
별의 지도마저 없다고
주저앉지 말아라
가장 빛나는 별은 지금
간절하게 길을 찾는 너에게로
빛의 속도로 달려오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