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녹차를 재배하는 농부들은 녹차 잎이 줄기에서 자라나 차가 되기까지 엄청난 기술과 생각뿐 아니라
혼신의 힘을 다해 인내심을 갖고 애정을 쏟아 붓는다.
녹차의 아름다운 생애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먼저 순이 돋고, 가지가 자라 차나무가 되어 최상의 녹차를 얻기까지 녹차를 기르는 농부는 수개월 동안 쉼 없이 일하며 인내해야 한다. 하지만 차나무가 한번 제대로 자라고 나면 30년에서 50년 동안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을 아낌없이 주기 때문에 농부는 그간 쏟았던 사랑과 보살핌에 대한 보상을 받는 셈이다. 오랜 시간 공들여야 하는 이 지루하고도 기나긴 과정은 소중하고도 짧은 순간들로 이루어진다.
모목에서 자라난 차나무가 잎을 수확해도 될 정도로 자라려면 3년에서 5년이 걸린다. 차나무는 그냥 두면 대략 15미터까지 큰다. 마치 아장아장 걷던 아기가 어느 날 비틀비틀 뛰어다니며 손에 닿는 물건을 죄다 잡아채는 것처럼 차나무 또한 순식간에 자라난다. 그래서 농부는 직접 관리할 수 있는 높이로 줄기를 다듬은 다음 가지가 수평으로만 뻗어 나가게 해야 수확기 때 허리 높이에서 편하게 찻잎을 딸 수 있다.
차나무를 키우기에 가장 이상적인 지형은 산꼭ㄷ기로 이어지는 비탈길이다. 경사진 토지는 나무가 성장에 필요한 수분만 머금고 나머지 물은 잘 빠져나가게 한다. 또한 산악지대는 차나무가 영양이 풍부한 땅 속 깊숙이 쉽게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해 준다.
그러나 고도가 높은 지대는 급격한 기후 변화 때문에 대체로 농사짓는 데 애로사항이 있다. 낮 동안에는 잎이 햇빛을 충분히 흡수하지만, 저녁에는 찬 공기 때문에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아 성장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차나무는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해야 오히려 더 품질 좋고, 영양 많고, 맛좋은 잎으로 거듭난다. 이는 잎에 저장한 엽록소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녹차의 생존 본능 때문이다. 그래서 종종 농부들은 수확기를 몇 주 앞두고 차나무에 검은 천을 덮어 둔다. 녹차 잎이 앞으로 닥칠 위험에 미리 반응하게 해 스스로를 보호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즉, 녹차나무는 어려운환경을 이겨 내고 스스로 안전성을 유지하며 자라나도록 해야 한다.
일본 사람들은 녹차를 하나의 예술이자, 존경하고 느긋하게 즐기며 소중히 간직해야 하는 의식으로 여겼다.
고대하던 수확의 날이 찾아왔다. 겨울 내내 얼었던 잿빛 땅 위로 청명한 하늘이 펼쳐지고, 뿌리에서 줄기를 타고 올라온 영양분이 추위에 움츠려 있던 잎에 도달하는 이른 봄만이 찻잎을 따는 유일한 시기이다. 그렇게 찾아온 봄은 지난 계절 동안 안개를 담요 삼아 잠자던 찻잎들에게 부드럽고 촉촉하게 무르익었음을 알려 준다.
이렇게 그해 처음으로 딴 찻잎으로 우려낸 신차 (しんちゃ)를 우린다. 이런 시기가 너무 이르면 딸 수 있는 잎이 많지 않고 맛도 덜 하다. 또 너무 늦어지면 차의 질이 떨어진다. 조금만 있어도 몸이 녹초가 되어 버리는 따가운 햇살 아래서 일꾼들은 민첩하고 정확하게 몇 시간 동안 찻잎을 딴다. 줄기에서 맛이 최고로 좋은 가장 바깥쪽 잎 두 개만을 따서 바로 차집 (Tea House)에 넣는다.
찻잎을 따는 농부의 손길은 다른 누구보다도 분주하다. 찻잎은 나무에서 떨어지는 순간부터 생물학적 시계가 뒤로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효모 때문에 찻잎이 빠르게 산화되어 찻잎 자체를 못쓰게 될 수 있다. 그래서 따온 잎들은 더 이상 상태가 나빠지지 않도록 재빨리 대나무 바구니에 넣고 쪄야 녹차의 상징인 초록색을 얻을 수 있다.
와인 제조자처럼 차를 재배하는 사람은 예술가가 된다. 찻잎을 찌는 시간은 20초에서 2분까지 지속할 수 있는데 그 미묘한 시간 차이가 찻잎이 녹차 제품으로 가공되었을 때 맛을 좌우한다. 방금 딴 찻잎, 즉 '아라차 (あらちゃ )'는 일반적으로 건조에서 조형 과정까지 거치는 제작사들한테 팔린다. 찻잎 재배에서 수확, 가공까지 전 과정을 혼자서 관리하는 농부는 오늘날 보기 힘들다. 그들은 (자식 같은) 자기들의 상품을 잘 키워 세상에 보내면서 그 찻잎이 생명을 다해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리라 믿는다.
일본 사람들은 녹차를 하나의 예술이자, 존경하고 느긋하게 즐기며 소중히 간직해야 하는 의식으로 여겼다. 나무에 붙어 있을 때 찻잎에 깃든 평온과 고요함은 나무를 떠나 여러 과정을 거치는 동안 잠시 사라지지만, 가족 친구들과 함께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찻잔을 마주하며 깃든다.
- 본문 출처 : K I N F O L K (VOLUME EIGHT)
WORDS BY JOSH LESK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