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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초, 울산중부경찰서가 북구의 한 냉동창고를 덮쳤다. 피의자들은 불법으로 잡은 밍크고래를 전북 군산에서 싣고 와 해체하고 있었다. 6명이 현장에서 체포됐는데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창고엔 많은 고래고기가 냉동 상태로 보관돼 있었다. 그 양이 27톤에 달했다. 장생포 식당에서 파는 고래고기는 1㎏에 12만원 안팎. 소비자가로 치면 30억~40억원에 이르는 유례가 없이 많은 양이었다.
피의자들은 해체 작업 중이던 밍크고래가 불법 포획된 고래라는 점은 인정했지만 27톤에 대해선 부인했다. 합법적으로 유통 승인된 고래라며 유통증명서도 제시했다. 이 유통증명서의 진위 여부 역시 고래연구센터의 대조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었다. 경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8명을 구속했고(불구속 18명) 식품위생법 위반, 수산자원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문제는 고래연구센터의 디엔에이 대조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었다. 디엔에이를 분석하는 장비가 울산 고래연구센터엔 없었다. 고래연구센터 역시 부산의 국립수산과학원 본원으로 샘플을 보내야 했고 본원에서 대기 중인 의뢰건은 많았다. 27톤 전체의 불법 혐의를 입증할 수 없다고 판단한 울산지검은 4월말 피의자들이 인정한 6톤 분량만 불법 포획된 고래고기로 보고 기소했다. 피의자들의 변호인은 나머지 21톤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무혐의로 판단한 검찰로선 돌려주지 않을 근거가 없었다. 5월 초 수협위판장 냉동창고에 보관돼 있던 고래고기 21톤은 피의자들 손에 넘어갔다. 압수물을 돌려줄지를 결정할 권한은 검찰에 있기 때문에 경찰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경찰은 고래고기가 피의자들 손에 넘어갔다는 얘기도 변호사 사무실 직원에게 들어야 했다.
피의자들에겐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선고됐다. 고래연구센터의 디엔에이 분석 결과, 47개 샘플에선 고래연구센터가 보유한 밍크고래 데이터베이스와 일치하는 개체가 나오지 않았다. ‘불법 유통된 밍크고래로 추정된다’는 뜻이었다. 분석 결과는 8개월 정도 지난 지난해 12월 말에야 나왔다.
‘법적으로 문제될 건 없다’는 검찰의 주장에 동물보호단체 등도 일정 부분 동의한다. 그럼에도 ‘의심’을 품을 만한 정황들은 많다. 피의자들이 21톤 고래고기를 돌려받은 시점(2016년 5월3일)은 5월 고래축제(26~29일)를 앞둔 때였다. 평소보다 고래고기 수요가 증가하는 축제 기간을 앞두고 있던 피의자들로선 하루빨리 고래고기를 돌려받아 식당에 내다팔아야 할 유인이 충분했다. 피의자 중엔 장생포에서 고래고기 식당을 운영하는 이도 있었다. 피의자들이 선임한 변호인 중 ㅎ변호사는 2011년 2월부터 2년 동안 울산지검에서 근무하면서 환경 해양 사건을 전담했다. 27톤을 압수한 울산중부경찰서 수사팀을 지휘한 부서다.
또한 경찰이 피의자들을 체포할 당시 불법 포획된 밍크고래를 해체하는 중이었고, 2016년 울산에서 유통 승인을 받은 밍크고래가 한마리도 없었다는 점, 피의자들이 동종 전과가 있었던 점 등은 불법 포획된 밍크고래로 의심하기에 충분한 사정이었다. 당시 경찰 수사팀 관계자는 “피의자들의 범죄 전력, 조직화 정도와 규모 등을 고려하면 불법 포획으로 볼 여지가 많았다. 돌려주는 과정에서 평소와 달리 경찰 입회도 배제하는 등 이례적인 상황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상식과 관행을 무시한 불법 포획 고래고기 처리 방식을 보면서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심”(고발장)을 하고 있다. 경찰의 수사 부족을 탓할 게 아니라 보강수사를 지시하는 등 의지를 보였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법 절차는 어기지 않았을지 몰라도 적어도 수사 의지는 부족했다”고 비판한다.
해경은 외관상 작살 등에 찔린 상처가 없으면 혼획으로 보고 유통증명서를 발급한다. 고래가 다니는 길목에 그물을 쳐 사실상 포획을 했더라도 유통증명서만 ‘따내면’ 수천만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어부들이 ‘바다의 로또’로 불리는 고래 혼획(또는 혼획을 가장한 포획)의 유혹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고래연구센터가 집계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혼획된 고래는 모두 1만1816마리였다. 연평균 1969마리, 하루에 5.4마리가 혼획되고 있다. 반면 그물에 걸린 살아 있는 고래를 놓아줬거나 발견했다는 신고는 1년에 한두건에 불과하다.
불법으로 포획한 고래고기를 냉동해버릴 경우, 이후 적발되더라도 합법이라고 잡아떼면 이를 형사 처벌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12209.html#csidxf3e37f3dd8517a7b7bf0cef4f16c7a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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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 초, 울산중부경찰서가 북구의 한 냉동창고를 덮쳤다. 피의자들은 불법으로 잡은 밍크고래를 전북 군산에서 싣고 와 해체하고 있었다. 6명이 현장에서 체포됐는데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창고엔 많은 고래고기가 냉동 상태로 보관돼 있었다. 그 양이 27톤에 달했다. 장생포 식당에서 파는 고래고기는 1㎏에 12만원 안팎. 소비자가로 치면 30억~40억원에 이르는 유례가 없이 많은 양이었다.
피의자들은 해체 작업 중이던 밍크고래가 불법 포획된 고래라는 점은 인정했지만 27톤에 대해선 부인했다. 합법적으로 유통 승인된 고래라며 유통증명서도 제시했다. 이 유통증명서의 진위 여부 역시 고래연구센터의 대조 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었다. 경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8명을 구속했고(불구속 18명) 식품위생법 위반, 수산자원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문제는 고래연구센터의 디엔에이 대조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었다. 디엔에이를 분석하는 장비가 울산 고래연구센터엔 없었다. 고래연구센터 역시 부산의 국립수산과학원 본원으로 샘플을 보내야 했고 본원에서 대기 중인 의뢰건은 많았다. 27톤 전체의 불법 혐의를 입증할 수 없다고 판단한 울산지검은 4월말 피의자들이 인정한 6톤 분량만 불법 포획된 고래고기로 보고 기소했다. 피의자들의 변호인은 나머지 21톤을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무혐의로 판단한 검찰로선 돌려주지 않을 근거가 없었다. 5월 초 수협위판장 냉동창고에 보관돼 있던 고래고기 21톤은 피의자들 손에 넘어갔다. 압수물을 돌려줄지를 결정할 권한은 검찰에 있기 때문에 경찰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경찰은 고래고기가 피의자들 손에 넘어갔다는 얘기도 변호사 사무실 직원에게 들어야 했다.
피의자들에겐 대부분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선고됐다. 고래연구센터의 디엔에이 분석 결과, 47개 샘플에선 고래연구센터가 보유한 밍크고래 데이터베이스와 일치하는 개체가 나오지 않았다. ‘불법 유통된 밍크고래로 추정된다’는 뜻이었다. 분석 결과는 8개월 정도 지난 지난해 12월 말에야 나왔다.
‘법적으로 문제될 건 없다’는 검찰의 주장에 동물보호단체 등도 일정 부분 동의한다. 그럼에도 ‘의심’을 품을 만한 정황들은 많다. 피의자들이 21톤 고래고기를 돌려받은 시점(2016년 5월3일)은 5월 고래축제(26~29일)를 앞둔 때였다. 평소보다 고래고기 수요가 증가하는 축제 기간을 앞두고 있던 피의자들로선 하루빨리 고래고기를 돌려받아 식당에 내다팔아야 할 유인이 충분했다. 피의자 중엔 장생포에서 고래고기 식당을 운영하는 이도 있었다. 피의자들이 선임한 변호인 중 ㅎ변호사는 2011년 2월부터 2년 동안 울산지검에서 근무하면서 환경 해양 사건을 전담했다. 27톤을 압수한 울산중부경찰서 수사팀을 지휘한 부서다.
또한 경찰이 피의자들을 체포할 당시 불법 포획된 밍크고래를 해체하는 중이었고, 2016년 울산에서 유통 승인을 받은 밍크고래가 한마리도 없었다는 점, 피의자들이 동종 전과가 있었던 점 등은 불법 포획된 밍크고래로 의심하기에 충분한 사정이었다. 당시 경찰 수사팀 관계자는 “피의자들의 범죄 전력, 조직화 정도와 규모 등을 고려하면 불법 포획으로 볼 여지가 많았다. 돌려주는 과정에서 평소와 달리 경찰 입회도 배제하는 등 이례적인 상황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상식과 관행을 무시한 불법 포획 고래고기 처리 방식을 보면서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심”(고발장)을 하고 있다. 경찰의 수사 부족을 탓할 게 아니라 보강수사를 지시하는 등 의지를 보였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동물보호단체들은 “법 절차는 어기지 않았을지 몰라도 적어도 수사 의지는 부족했다”고 비판한다.
해경은 외관상 작살 등에 찔린 상처가 없으면 혼획으로 보고 유통증명서를 발급한다. 고래가 다니는 길목에 그물을 쳐 사실상 포획을 했더라도 유통증명서만 ‘따내면’ 수천만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어부들이 ‘바다의 로또’로 불리는 고래 혼획(또는 혼획을 가장한 포획)의 유혹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고래연구센터가 집계한 2011년부터 2016년까지 혼획된 고래는 모두 1만1816마리였다. 연평균 1969마리, 하루에 5.4마리가 혼획되고 있다. 반면 그물에 걸린 살아 있는 고래를 놓아줬거나 발견했다는 신고는 1년에 한두건에 불과하다.
불법으로 포획한 고래고기를 냉동해버릴 경우, 이후 적발되더라도 합법이라고 잡아떼면 이를 형사 처벌할 마땅한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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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12209.html#csidxf3e37f3dd8517a7b7bf0cef4f16c7a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