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딸이 아동학대범이 됐고, 아버지는 사표를 냈다… 딸의 무고 밝혀낸 아버지의 ‘5년 6개월’
4,015 53
2021.07.27 14:23
4,015 53
장구핀 아동학대' 어린이집 교사 대법서 무죄 확정
5심 끝에 무고 밝혀낸 아버지 이은제씨
“국가가 한 가족 살해한 것… 다시는 이런 일 없어야”

하루아침에 딸이 아동학대범이 됐다. 2016년 1월 12일 아침이었다. 딸이 교사로 있는 어린이집 학부모 4명이 아침일찍 어린이집을 찾았다. 딸이 아이들을 뾰족한 무언가로 찌르는 학대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그날부터 시작이었다. 딸의 무고함을 밝히는데 5년 6개월의 시간이 걸릴 거라고 이은제(63·남)씨는 그때 알지 못했다. 알았다면 시작도 못 했을 싸움이었다.

“경찰은 몰라도 검찰은 믿었습니다. 사법부는, 재판부는 옳은 판단을 할 거라고 절대적으로 믿었습니다.”

이씨의 믿음은 2018년 11월 15일 깨졌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이씨의 딸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A씨의 아동학대 혐의를 인정하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피해아동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본 법원 전문심리위원의 의견이 유죄 판결의 결정적 근거였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례적으로 A씨를 결심공판에서 법정구속하기까지 했다.


.




이씨는 딸의 무고를 밝히기 위해 직접 발벗고 나섰다. 다니던 직장은 그만두고 법원이 새직장인 것처럼 법원을 출퇴근하듯이 돌아다녔다. 무죄를 소명하는 데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기 위해 일주일에 두세 번은 법원을 가야 했다. 서류를 작성하느라 하루 평균 4시간 정도만 잤다. 구치소에 있는 딸 걱정에 밥맛은 없고 술과 담배만 늘어갔다. 그나마 변호사 사무실에서 사무장을 한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날 어린이집에서 가르친 영어 알파벳 교재에 ‘펭귄(Penguin)이 뾰족한 핀(Pin)에 찔리고 말았어’라는 내용이 있었던 사실, 그 내용을 어린이집 원생 중 한 명이 혼잣말을 하다 학부모가 듣고 문제 제기를 한 사실, 학부모들이 상해진단서를 끊으려 했지만 여러 의사들이 거부한 사실, 장구핀에 찔렸다는 상처가 23개에서 115개, 40개로 고무줄처럼 줄었다 늘었다 한 사실 등이 담긴 자료가 차곡차곡 모였다. 그렇게 모은 자료가 모두 3만장이었다.

.
.


A씨의 무고함은 결국 밝혀졌다. 2019년 5월 30일 대법원은 A씨에게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유죄의 결정적인 근거인 전문심리위원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공정성과 객관성이 결여됐기 때문에 다시 재판을 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A씨도 233일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후 2021년 1월 15일 부산지방법원(4심)은 A씨의 아동학대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고, 검찰의 재상고 끝에 지난 6월 3일 대법원(5심)이 최종 무죄를 확정하면서 A씨는 완전한 자유의 몸이 됐다.

하지만 이씨의 싸움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딸이 아동학대범으로 몰린 이후 어린이집 학부모와 국가가 자신들에게 한 행동은 “살인행위와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아동학대범이라는 굴레를 뒤집어 쓴 채 온 가족이 죄인처럼 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검사의 전횡, 사법부의 잘못된 판단이 한 가족의 5년 6개월을 지옥으로 만들었다.

이씨는 “사회정의를 실현해야 할 수사기관과 사법부가 이런 짓을 벌였다는 게 충격적”이라며 “우리 가족은 사회 어느 곳에도 기대지 못하고 처절하게 살아야 했다”고 말했다. 이번 일을 겪으며 이씨는 30년을 살아온 부산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A씨는 공황증세를 보여 무죄가 확정된 지금까지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고, 제대로 된 직업도 구하지 못한 채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이씨는 대법원의 최종 무죄 판결이 나자마자 국가를 대상으로 형사보상을 청구하고, 재판과 관련된 국가기관에 담당 경찰과 검사, 판사를 대상으로 한 징계 요청 민원을 넣었다. 증거 조작과 졸속 수사 등으로 억울한 누명을 쓰는 일이 없도록 계속 싸운다는 것이다.



.



http://naver.me/FCb0zKfG
목록 스크랩 (0)
댓글 53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드라마 이벤트] 장기용X천우희 쌍방구원 로맨스! JTBC 새 토일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릴레이 댓글놀이 이벤트 8158 05.03 27,077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848,948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3,395,992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4,161,319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0,570,767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1,649,910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4 21.08.23 3,505,985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18 20.09.29 2,360,945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50 20.05.17 3,067,566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53 20.04.30 3,640,192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글쓰기 권한 포인트 상향 조정) 1236 18.08.31 8,010,200
모든 공지 확인하기()
2401086 이슈 일본 야구팬들이 이대호를 잊지 못하는 이유.gif 00:01 117
2401085 이슈 14년 전 오늘 발매♬ 모모이로 클로버-Z '行くぜっ! 怪盗少女' 00:01 3
2401084 이슈 2024.05.04 토요일 박스오피스 좌판/좌점 00:01 38
2401083 이슈 감자칩 선호도.jpg 3 00:01 147
2401082 이슈 배드빌런 BADVILLAIN - 'Hurricane' Performance Video 00:00 61
2401081 이슈 2년전 오늘 발매된, 클라씨 "SHUT DOWN" 00:00 20
2401080 이슈 외국인한테는 고무줄로 밖에 안 보임..............jpg 18 05.04 1,189
2401079 기사/뉴스 정보공개청구 354만건중 82만건, 악성민원인 10명이 쏟아냈다 12 05.04 327
2401078 유머 ???: 한국어 띄어쓰기 개어려움... 1 05.04 452
2401077 유머 @ 멤버 두명이 같이사는데 1명은 교촌 레드콤보 시켜먹고 1명은 식단도시락 먹음 (ㅈㅇ 세븐틴) 3 05.04 836
2401076 정보 나만 이제 발견한 네이버 멤버쉽 혜택(?) (FT, 롯데시네마 할인, GS25할인?) 8 05.04 1,389
2401075 유머 집순이 테스트 13 05.04 480
2401074 유머 아이브, 아기다이브들에게 1초만에 정체를 들킨 이서.shorts 16 05.04 782
2401073 이슈 김지원 처음처럼 포스터.jpg 27 05.04 1,824
2401072 유머 누가 내 미국생활 물어볼 때 4 05.04 1,054
2401071 유머 일찍 끝날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안끝나고 코어가 생긴거같은 패션 37 05.04 4,089
2401070 이슈 1초만에 화면전환이 3번되는데 연출이 미친 음중 아이브 해야 무대 5 05.04 788
2401069 이슈 mbti가 자길 대표하는게 싫어서 검사도 안해봤다는 장원영.jpg 22 05.04 1,765
2401068 유머 @: 자취러들한테 배달 말고 요리해먹으라고 훈수두는 사람들에게 이 영상 보여줘야함 127 05.04 8,995
2401067 이슈 스테이씨 - intro + so bad + teddy bear @240420 뮤직뱅크 벨기에 4 05.04 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