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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16년도 안창림 화보 (보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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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6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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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 선수 안창림은 촬영 당일 휴대폰을 잃어버렸다. 올림픽이 끝난 후 참석할 행사는 쏟아지기 마련이고, 그날도 수원에서 서울역으로, 태릉선수촌으로, 강남의 스튜디오로 이동하면서 휴대폰을 어디에 뒀는지 몰랐다. 어떡하냐는 걱정에 “괜찮아요, 정말 괜찮아요” 연신 대답했다. 촬영이 끝날 때까지 휴대폰이고 뭐고 피해를 주지 않겠다는 태도였다. 메이크업을 하는 내내 허리는 꼿꼿했다. 저녁인 샌드위치는 입에도 못 댔고, 아이스커피는 얼음이 녹아 양이 늘었다. “제가 메달도 못 땄는데 불러주신 이유가 뭔가요?” 긴장과 걱정이 섞여 있다. 우린 메달과 상관없이 깊은 인상을 남긴 선수를 만나고 싶었다.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들. 안창림은 속눈썹이 무척 긴 눈을 깜빡이며 “고맙습니다. 다른 일을 하면 경기를 잊을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여섯 살 때 유도를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한 달간 운동을 쉬었다. 친구를 만나 웃고 떠들다가도 숙소로 돌아가면 견디지 못해 편의점으로 가 맥주 한 캔을 샀다. “누우면 잠이 안 와요. 괴롭고 마음이 아파요. ‘나는 시합에 졌다. 아버지도 오셨는데…’라면서요. 원래 시합에 지면 이 정도로 괴로워하지 않는데 올림픽 금메달은 정말 따고 싶었어요. 정말.” 그는 -73kg급 세계 랭킹 1위다. 어느 유도 전문가는 “상위 랭커에게 경기는 선글라스를 낀 채 벌거벗고 뛰는 것 같다”고 했다. 안창림은 단호하게 아니라고 했다. “제가 시합을 못 풀었을 뿐이에요.” 그의 패배에 많은 분석이 따랐다. 올림픽 경기 직전까지 운동하느라 힘이 빠졌다, 무리해서 5kg을 감량했다 등. “흔히 힘이 빠지고 멘탈이 흔들렸다고 하잖아요. 그냥 기술이 부족해서예요.” 패배에 대한 짐을 온전히 짊어진다. 변명은 없다.

우리의 큰 기대는 재일 교포 3세로 일본의 귀화 권유를 뿌리치고 용인대로 편입, 국가 대표가 됐다는 스토리텔링 때문이기도 했다. 한국 이름은 안창림. 일본 이름은 없다. 자라면서 늘 곁에 있던 차별은 인생이 걸린 유도에도 뻗쳤다 “2013년에 전일본학생선수권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그보다 큰 대회에 나갈 수 없었어요. 제가 이겨도 일본 선수가 선발됐고, 한국인이라서 출전에 제한이 많았죠. 어릴 때부터 재일 교포로 받는 차별에 어느 정도 적응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막상 대학교에서 저는 출전 못하고 응원만 하러 가니… 경기장 밖에서 기다리다가 집에 가서 운동했죠.” 그는 2014년에 용인대 교수의 도움으로 편입했다(현재는 졸업 후 수원 시청 소속이다). “그땐 카드도 없어서 등록금을 이만큼 현금으로 뽑아서 한국에 왔어요. 한국에서의 성적이 없으니 장학금을 받지 못했거든요.” 그는 한국에서 일본의 열 배 되는 거 같다는 훈련을 매일 7~8시간씩 했다. “태릉에서도 새벽에 제일 먼저 나가서 뛰고, 마지막에 끝나는 게 유도죠.” 올림픽 전에 들어온 자동차, 스포츠 음료 광고도 모두 거절했다. “사람마다 버티는 방법이 다르겠지만, 저는 올림픽을 생각했어요. 제가 60년, 70년을 더 산대도 인생에서 올림픽이 가장 중요할 거 같았죠.”

인터뷰가 끝나고 돌아가는 밤 10시, 휴대폰을 찾았다. 그는 같이 찾아준 에디터에게 밥을 사겠다고 했다. 한참 누나인 내가 사겠다고 우기며 “창림 선수가 좋아하는 간장게장을 먹으러 가자”고 했다. 그는 코앞의 비싸 보이는 간장게장집을 두고 아무 데나를 외치다가 치킨집에 들어갔다. 자리가 파할 즈음 그가 조용히 얘기했다. “올림픽 이전에는 시합만, 유도만 봤다면 처음으로 인생의 다른 면을 돌아보게 됐어요. 메달 대신 얻은 거죠. 지금의 아픔도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시간이 약이니까.”

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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