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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어느 대체역사 웹소설에서 철종과 흥선대원군이 사망하는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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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0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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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 설명)


군밤장수 노릇을 하던 할아버지 '귀남'이, 

임금이 되기 전 어릴때 고종의 몸으로 들어와 두번쨰 삶을 사는 대체역사소설






#1

얼떨결에 시골 농사꾼에서 임금이 되었지만, 일생 내내 세도정치에 시달렸던 '강화도령' 철종의 마지막



어김없이 상강이 되자 서리가 내려앉았고, 보름 뒤에는 첫눈이 내렸다. 부용지는 곧 얼어붙었고, 북악산부터 목멱산까지 궁에서 보이는 모든 산은 하얀 삿갓을 뒤집어썼다. 


그 동안 종종 귀남은 대조전에 들러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신이 당연히 상식이라 여겼던 것 중 무엇이 지금의 조선에 쓸모가 있을지를 살피었다. 


세자시강원의 신료들이야 이런 얘기를 하면 질색을 하고, 하다못해 잠저에 있을 적만 하더라도 재미있는 수업을 지상과제로 삼았던 오경석까지도 여기에서는 엄격하고도 근엄, 진지한 스승이었기에, 이러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말동무는 여전히 임금 한 사람 뿐이었다. 임금도 귀남의 입에서 나오는 해괴한 생각들을 가지고 말장난하는 것을 꽤나 재밌게 여기는 듯 했다.


허나 귀남이 어떤 결의를 품건 세월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이제 임금은 기력이 쇠하다 못해 한때 총명하였던 마음까지도 흐려진 듯, 종종 이야기하다 그대로 쓰러지는 듯 잠에 빠지는 것은 물론이요 점차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때로는 -그게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양순'을 부르면서 미안하다고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그 '김가 놈'의 첩자가 대들보 위에 올라앉아 있다면서 당장 궁시를 내오라 소리를 지르기도 하였다. 그저 우스운 '강화 도령'으로만 알았던 사내의 참 모습을 몇 달 간이나마 보면서, 친근하고도 가엽게 여겨왔던 터. 한때의 말벗이 저렇게 병마에 시달려 초라하게 무너져가는 모습은 참으로 안타까웠다.



지켜보는 궁녀들이 눈시울을 붉힐 만큼 귀남은 병구완에 모든 정성을 기울였다. 


딱히 의술이라 할 것을 익히지 못하였기에 해줄 수 있는 것은 임금의 옆에 앉아서 끝없이 말동무를 해주는 일 뿐이었지만, 십 수년 간 알아주는 이 없이 궁궐에서 외롭게 버텨야 했던 왕에게 그렇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귀남 한 사람 뿐이었다.


그리고 그러던 어느 날, 간밤에 발작이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안도하던 귀남에게 갑자기 급한 기별이 왔다. 


황망히 대조전으로 향했더니, 침전에는 한번 접한 이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임종의 분위기가 무겁게 깔려 있었다. 


귀남이 들어오는 소리를 들었는지, 임금은 느릿한 손짓으로 그를 가까이 불렀다. 그리고는 간신히 움직이는 혀를 놀려 신음하듯 말하였다.



"재황아... 내 묘는... 강화도 보이는 곳에...."


원 역사에는 지켜줄 이 없이 기록에도 남지 못한 유언이었다. 애통함에 사무친 울음소리가 침전을 메웠다.


"상위복(上位復)! 상위복! 상위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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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들(고종)이 이끄는 점점 살기 좋아지는 나라 속에서 원 역사와 달리 평온하고 흐뭇한 말년을 살던 흥선대원군의 마지막



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강산 바뀌는 사이에 저도 바뀌어, 모난 곳 깎이고 한은 풀렸다.


그 뒤의 저는, 평생 원수 될 줄 알았던 장동 김문도, 그 다음 정적 될 줄 알았던 박규수도 뒤로 한 저는 과연 범상치 않은 사람이었던가?


(중략)


어느 쪽이 더 좋았는가, 생각하면 난초 치는 데서는 그 옛날 천하장안 모두 거느리고 인정 친 밤거리 활보하던 흥선군 시절이 더 좋았다. 하지만 짜릿한 멋을 제쳐두고 생각하면, 어느 쪽이 더 복락에 가까웠는가. 저는 아들이 고마운가? 아니면 아들이 제게 고마워해야 할 것인가?


'하늘에 물을 일이로다.'


아니, 사실 구차히 하늘을 끌어들일 것도 없다. 머리는 몰라도 나머지 몸은 알고 있으니, 손이 움직이고 눈이 뒤따른다.


곧 일필휘지로 저어, 번질 것은 번지고 머물 것은 머무는데, 드러나는 모양새 볼작시면 뾰족한 것과 뭉툭한 것이 공히 있으되 난초도 아니요 바위도 아닌 군밤이었다.


저의 마지막이 인구에 회자될 것 같으면, 마지막 그림도 필히 그러할 터. 그것을 남 주기는 아깝지 않은가. 물론 난초라고 받았는데 군밤이었을 때 대구보의 얼굴도 궁금은 하였지만.


"게 있느냐."


지키는 사람 불러 곧 치우라 하였는데, 문득 주상이 한 번 더 보고 싶어졌다. 이왕이면 직접 그림을 넘겨줌이 좋지 않겠는가.


"거 궁에 기별을..."


그러나 다 큰 주상 눈물 흘릴 일 만들어서 좋을 것 없겠다 싶어 곧장 단념하였다.


"아니, 되었느니라."


"예, 마님."


공손히 고개 숙이고서 전깃불 끄고 나가니 휘영청 보름달만 밝았다.


그래도 한 폭 그림은 남겼으니 보람차다 생각하며, 이하응은 눈을 감았다.


늙은이 잠자리답지 않게 뒤척임 없이 곧 새근새근 들숨과 날숨이 이어지다가, 동틀 즈음 누구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멎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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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귀남과 함께 조선의 평화로운(그러나 광기 넘치는) 근대화를 이뤄낸 일등공신인 대신 '환재 박규수'의 마지막 퇴장



"이보시오, 군밤이라도 드시겠소? 아직 날이 춥지는 않지만, 임자 눈 뜨면 내 바로 구워드리리다."


예기치 못한 말에 실소가 먼저 나와 눈이 번쩍 뜨였다.

허나 눈 뜬 뒤에 생각해보니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나라 안에 둘도 아니요 오직 하나라.


"저, 전하."


과연 옆에 와 있는 사람은, 구순 노인마냥 실없이 웃는 얼굴에 아담한 몸집. 이 나라의 만인지상 지존이시다.


"이 사람, 예 차릴 생각은 하지도 마시오."


박규수가 분명 듣기로, '너'나 '환재'도 아니요 격의 전혀 없이 '임자'라 불렀으니, 필히 주변을 모두 물린 것이리라. 


(중략)


"어제 군밤의 따스함이 지금도 이 두 손에 남아있으니 어찌 더 바라겠습니까. 감히 누워서 이리 고하는 신을..."


"용서고 무엇이고, 이미 예를 차리지 말라 하였거늘 무에 거리낄 게 있겠소."


얼마 만에 재대로 문장을 말한 것이었던가. 말하고 나서도 새삼스레 이상하였다. 마음에 담아둔 말 한마디를 지금 꺼내지 않으면 언제 또 꺼내겠는가.


"그간 성은이 망극하였사옵나이다."


임금 가볍게 받기를,


"앞으로도 더 내려주고 싶으니 얼른 쾌차하시오. 그대 나이가 얼마라고 벌써 그리 급하게 가려 하는가. 우리 사이 이야기지만 내 전생을 기억하고 있는데, 그떄 나이 미리 먹어보았은즉 여든 전까지는 청춘이오. 그러니 얼른 일어나라 이 말이오."


합산하면 나이 일백하고 열아홉인 귀남이다. 그러나 이 말 한들 귀남 본인도 여전히 기연가미연가할진대 누가 믿어줄 것인가. 안타까운 일이지만 곧 무덤으로 들어갈 비밀임을 알기에 이렇게 농담에 뼈로 담아 꺼낸 것이었다. 물론 박규수는 신하를 위해 없는 말주변에 이리 재담하고 저리 농 던지는 임금이 그저 고마울 뿐이었지만.


일어나지 못할 것임을 직감하면서 일어나라 청하는 주상과, 비례임을 알면서도 무엄하게 그 속을 곧장 알아챈 늙은 정승이 서로 마주보며 웃었다.


(중략)


귀남이야, 흥선대원군이 인물임은 알았지만 이 박규수라는 사람이 어떠한지는 배운 적도 들은 적도 없었으니, 그저 이번 생에 서로 머리 맞댄 것이 전부였다. 처음 개항하던 일부터 지금까지, 그러나 그의 도움 받은 것이 몇 번이었던가.


"아마 신이 이대로 숨 거두게 되면, 무엄하게도 멋모르는 이들은 개화의 공은 재동과 운현궁에서 나왔다 이렇게 떠들 것입니다. 허나 가장 큰 공 세우신 분이 따로 계심은 모를 터이니 그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하지만 그처럼 보이지 않기에 오히려 더욱 현묘한 덕일지니, 부디 앞으로도 지켜 사직을 길이 보전하시옵소서."


"마지막까지 그런 소리나 할 테요?"


"송구하옵나이다."


그리하여 전하는 말로, 수백 년 된 백송 지켜보는 가운데 도란도란 진짜 늙은이 하나, 가짜 늙은이 하나는 떠들고, 문에서 한 발 물러나 자리 지키는 박규수의 아들 박제응과 박정양은 그 다정함이 마치 날 따뜻한 삼월에 뜬금없이 내리는 눈송이와 같이 금방 녹아 없어질 것을 알았기에 조용히 눈물 삼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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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연재되고 있는 조선시대 배경 대체역사물 가운데 고증과 필력으로는 정말 첫 손에 꼽힌다는 작품 "고종, 군밤의 왕"


현대의 지식으로 미친듯한 오버테크놀로지 적용도, 고루한 유학과 선비, 세도정치를 때려잡지도, 다 휘어잡고 개발 & 북벌을 이루지도 않지만,


조선이 헌법을 제정하고, 국회의원 선거를 치르고, 서양 기물들을 적절히 들어와 개혁을 이뤄내는 과정이 치밀하게 빌드업되어 전개되는 소설



조용하면서도 강렬하게 독자들의 뒤통수를 때리는 전개도 놀랍지만,


'양순'과 '강화도'를 그리워하며 퇴장하는 철종이나, 아들이 구워주던 군밤을 마지막 유작으로 그리고 조용히 눈감은 대원군처럼


주고받는 대화와 문장들 사이에서 독자들을 뭉클하게 하는 필력과 감성도 갖추어서 대체역사 매니아들의 많은 호응과 지지를 받는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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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위키에 만들어진, 이 소설 속 조선이 세운 헌법 제 1조와 2조)





과거 스퀘어에 더 잘 설명된 글이 있어서 링크 두고가면서, 관심있는 덬들은 한번 읽어보는 걸 추천드림


https://theqoo.net/1743215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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