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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간 종적감춘 이중섭 '흰소'…드디어 나왔다

무명의 더쿠 | 04-30 | 조회 수 4872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들이 찾아헤매던 이중섭 `흰 소`. [사진 제공 = 삼성]
사진설명국립현대미술관 학예사들이 찾아헤매던 이중섭 `흰 소`. [사진 제공 = 삼성]
경북 칠곡 출신 화가 이쾌대(1913~1965)는 1947년 성북회화연구소를 열어 물방울 화백 김창열, 조각가 전뢰진 등 한국 대표 작가들을 가르쳤으나 1953년 월북했다. 북한에 간 후 어떤 그림을 그렸는지 알 수 없었는데 지난주 대구미술관에 기증된 '이건희 컬렉션' 중 1960년작 '항구'를 통해 그 의문이 풀렸다. 북한에서 용인된 사실주의 기법으로 석양에 물든 바다에 정박한 배들을 그린 풍경화다.

최은주 대구미술관장은 30일 "서울에 있을 때 작품과 화풍이 많이 달라져 생애 후반기 작품을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며 "당시 북한에서 사용된 유화물감 성분도 분석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월북 작가가 그린 그림이 어떻게 이건희 삼성 회장 손에 들어갔을까. 미술계는 북한에 있던 이쾌대 작품이 중국 판매상에게 넘어간 뒤 한국으로 들어와 이 회장에게 팔린 것으로 추정한다.

월북 화가 이쾌대가 1960년 북한에서 그린 `항구`. [사진 제공 = 삼성]
사진설명월북 화가 이쾌대가 1960년 북한에서 그린 `항구`. [사진 제공 = 삼성]
삼성가가 전국 국공립 미술관에 쾌척한 '세기의 기증품' 중에는 그동안 행방이 묘연했던 희귀작이 상당수 포함돼 있어 미술계가 감탄하고 있다. 이번에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이중섭(1916~1956) '흰 소'는 2016년 덕수궁 전시 '이중섭: 백년의 신화'를 준비하던 학예연구사들이 애타게 찾았지만 종적을 알 수 없어 포기했던 작품이다. 1972년 현대화랑에서 열린 이중섭의 첫 유작전에 출품됐던 작품으로 1975년 '꽃 화가' 김종학이 소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그 이후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 없었다. 이중섭은 흰 소를 통해 내면을 표출해왔는데 이 작품 속 흰 소는 저돌적이지 않으면서 아주 힘이 없는 상태도 아니다. 현존하는 이중섭 '흰 소' 연작은 5점 정도로 알려져 있다. '흰 소'와 함께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된 '황소'는 이중섭을 후원한 시인이자 사업가 김광균이 소장했던 작품이다.

김환기(1913~1974) 작품 중 가장 규모가 큰 1950년대 회화 '여인들과 항아리'(281×568㎝)는 1980년대 중앙일보 사옥에 걸렸다가 호암미술관 수장고에 들어간 후 밖에 나오지 않았던 작품이다. 가로 6m에 육박하는 벽화 같은 작품이어서 전시가 쉽지 않았으며 둘둘 말린 상태로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됐다. 화면 중앙에 김환기 자신을 투영한 목이 긴 사슴이 당당하게 서 있다. 파리 유학 직전 자신감에 차 있을 때 심리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중앙일보 계열 잡지 '계간미술'에 근무했을 때 봤던 작품을 이번에 다시 보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증작인 이인성(1912~1950)의 1949년 회화 '다알리아'는 1950년 사망 직전 작품으로 가치가 높다. 장욱진(1917~1990) 그림 '나룻배'(1951) 뒷면에는 소녀가 그려져 있어 주목받고 있다. 6·25전쟁 중에 그림 재료가 부족해 양면으로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인성이 죽기 직전 그린 `다알리아`. [사진 제공 = 삼성]
사진설명이인성이 죽기 직전 그린 `다알리아`. [사진 제공 = 삼성]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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