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정보 내가 더쿠에서 본 글 중에서 가장 도움을 많이 받은 글이고, 덬들에게도 분명히 도움이 될 글.txt
19,489 68
2021.04.08 15:13
19,489 68

1. 모든 부모가 자식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상담치료를 받으면서 제일 충격적이었던 게 이거였어. 난 어렸을 때부터 심리적/육체적 학대를 당했지만, 그게 내 잘못이었거나 아니면 한국에서 으례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 더군다나 아빠라면 모를까, 우리 엄마만큼은 내 편이고 내가 행복하기를 바랄거라고 믿었는데. 내가 어떤 이야기를 했을 때 상담 선생님이 물어보는거야. 그게 당신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사람이 할 법한 말과 행동이었냐고. 그 때 비로소 내가 엄마에게 연민을 느끼고 엄마를 사랑하기 때문에 엄마의 모든 행동을 좋게 해석해왔다는 걸 깨달았어. 엄마는 내 행복보다 자기 마음이 편한 쪽을 택한 적이 많이 있었다는 것도.


2. 자식의 교육에 투자하는 것과 자식에게 투자하는 건 다르다.

엄마 아빠는 우리 남매에게 너무 대놓고 "너희한테 그만큼 투자했는데 이런 것 정도 바라는 건 당연한 거"라는 얘길했어. 농담조로 말했지만 진한 기대감과 압박이 묻어나는 얘기였어. 우리나라는 사회 안전망이 없다시피하고, 게다가 우리 부모님은 재산 관리를 못해서 노년이 어두우니 당연히 내가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거랑 별개로 부모가 자식에게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건 내가 그동안 받아온 사랑이 무조건적인 것이 아니라 대가를 바란 것이었다는 걸 알려주는 거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 교육에 투자를 한 건 내가 행복하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기 위한거지. 그게 아니라 다른 목적으로, 자식에게 투자를 했다고 생각하면 부모도 자식도 다 불행해진다는 걸 깨달았어.


3. 부모를 아무 이유없이 좋아하는 건 유아기의 특징이다. 성인이 된 사람은 부모를 좋아할지 말지, 어떻게 대할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효도에 대한 압박과 부모에 대한 측은지심 때문에 아직도 나한텐 힘든 부분인데, 상담 선생님은 "엄마 아빠가 나한테 한 그대로 돌봐드릴게요"라고 말하라고 조언해줬어. 당신들이 애써 잊고 있었겠지만 나에게 한 일들을 당연히 알고 있을 거라고. 나를 괴롭혀가면서 무리해서 잘 할 필요 없다고. 또 어떤 부모도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당신들이 받을 자격 없는 효도를 요구할 권리는 없다는 것도. 우리 엄마 아빠 같은 경우엔 여유롭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몇 번이나 있었는데 돈을 흥청망청 써서 노후계획이 없어졌거든. 


4. '내리사랑은 있어도 윗사랑은 없다'는 말은 비겁한 거짓말이다.

자식이 부모에게 주는 사랑이 얼마나 큰데. 어쩌면 부모가 자식에게 주는 사랑보다 더 무조건적일 수도 있어. 한국에서 진리인 양 통용되는 저 말은 거짓일 뿐 아니라 자식의 사랑을 더 열등하고 부족한 걸로 매도하고, 자식은 어떻게 해도-심지어 부모가 개똥같아도-갚을 수 없는 은혜가 있다는 자기비하에 빠지게 만들어. 비슷한 예로 생일은 낳아준 부모에게 감사해야 하는 날이라는 말도 있지. 최근 의학 연구에 따르면 한 아이가 태어나기까지 태아가 능동적으로 해야하는 일들도 엄청 많대. 우리는 아무 걱정없이 아홉 달 동안 늘어지게 잠만 자다가 세상에 나온 게 아니라고. 아이를 낳기로 결정을 내린 건 부모고, 낳은 이상 의식주를 제공하고 교육시키는 건 부모의 선택이 아니라 책임이자 의무인데 이걸 빌미로 자식을 학대하고 효를 강요하는 건 파렴치하고 어른답지 못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어.  


5. 부모의 말이나 부모 자식 관계에 대한 통념보다, 부모가 나를 어떻게 대했고 내 기분이 어땠는지가 더 중요하다.

난 어릴 떄 오줌을 싸서 바가지 쓰고 소금 얻으러 갔다가 남의 집 할머니한테 두드려맞고 욕 먹은 적도 있고, 가족들과 정말 즐겁게 소풍을 갔는데 엄마 아빠가 "네가 앞으로 맞을 매를 직접 골라서 가져와라"는 요구를 듣고 따라야 했던 적도 있어 (그렇게 내가 고른 회초리로 난 많이 맞았어). 또 누나와 싸운다고 발가벗겨서 집 밖으로 쫓겨난 적도 있고, 산 길에 세워놓고 엄마 아빠가 차를 몰고 가버린 적도 있지. 유치원 다닐 때 나는 저체중에 영양실조로 (만 5살이었는데 체중이 17kg 정도 밖에 안 됐어) 병원에 한 달 가까이 입원한 적도 있어. 난 가혹하게 학대 받고 인격을 짓밟히는 경험을 했는데 한국에서는 이게 있을 수 있는 일, 심지어 재미있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로 포장되는 경우가 많았어. 심지어 나 스스로도 이런 얘기를 하면서 웃은 적도 있어. 그렇지만 상담 선생님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한테 그 때 내 기분이 어땠는지 물어봤어. 그 날이 아마 상담 받으면서 제일 많이 운 날이었을거야. 난 연약했고, 정말로 버려졌다고 생각했고, 죽을 것 같았고, 왜 즐거운 소풍날에 내가 맞을 매를 직접 꺾어와야 했는지 알 수 없었고, 부모님이 종잡을 수 없고 기댈 수 없는 사람이라고 마음 속으로 결론을 내리게 됐어. 엄마는 내가 영양실조에 걸린 게 내가 먹기를 거부해서라고 말하면서, 더 물어보면 아주 화를 내는데, 난 내가 아무 이유없이 먹는 걸 거부했다고 생각하지 않아.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나에 대한 학대가 너무 쉽게, 부모에 의해 일어나는 상황에서 난 어린 아이로서 취할 수 있는 제일 극단적인 저항을 택한 게 아닐까 싶어. 먹기를 거부하고, 그래서 죽어버리는 것. 어떤 어린 아이도 그런 생각을 해서는 안 되고, 더군다나 부모가 그 원인이어서는 안 돼.


6. 어떤 경우에라도, 자식은 부모에게서 안정감과 인정을 찾는다 

이건 도덕적인 교훈(마땅히 그래야 한다)이 아니라, 심리적인 사실이야. 부모가 얼마나 개똥차반 같은 사람이든간에 아이는 부모에게 본능적으로 기대고 부모의 인정을 받고 싶어해. 왜냐하면 우린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상태로 태어나서 아주 긴 시간동안 부모에게 의존해야 하니까. 그런데 아이가 부모에게 마음놓고 의존하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하면 문제가 생겨. 나 같은 경우에는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을 했는데도 끊임없이 불안해해. 이 사람이 나를 떠나버리진 않을까. 친구를 사귈 때도 마음을 여는데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고, 친구들이 나를 놀리거나 배신하지 않을까 고민해. 태어나서 처음 맺는 제일 중요한 인간관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야.


7. 내가 누군지 결정하는 건 나다/ 나는 다르지만, 괜찮다

난 어릴 떄부터 항상 엄마 아빠한테서 넌 너무 예민하고 까탈스럽고 소심하다는 얘길 들었어. 그래서 난 그런 사람이라고 믿어버리게 되었고, 엄마 아빤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대신에 항상 내가 문제라고 화살을 돌려버렸어. 자연히 나는 엄마 아빠에게 내 얘길 하지 않게 됐지. 더 심각한 건 나도 내 기분이 어떤지 알아차리는게 힘들어졌다는 거야. 상담을 받을 때 나도 모르게 "제가 좀 예민해가지고 그랬는데요" 같은 말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때마다 "당신은 예민한 게 아니라 다른 거예요"라는 얘길 들어. 그리고 그렇게 다른 것도 괜찮다고. 특별히 뛰어나고 대단할 필요없이, 그냥 괜찮은 걸로 충분하다는 얘길 들으면서 내 바람과 기분을 표현하는 방법을 조금씩 배우게 됐어.


8. 부모로부터 받은 만큼 베풀 수 있다

애정은 부모에게 많이 받을수록 (부모를 포함한) 남들에게 되돌려 줄 수 있다는 걸 배웠어. 물질주의적인 얘기가 아니라 당연한 거야. 내가 충분히 사랑받고 인정받지 못했는데, 그래서 나 하나 건사하기도 버거운데 어떻게 남들에게 줄 수 있겠어. 그건 내 잘못이 아니고, 내가 그렇다고 남들보다 열등한 것도 아니야. 난 그냥 그런 거고, 그럼에도 그럭저럭 살아왔고, 그건 괜찮은 일이야. 선생님은 내가 다른 사람보다 쉽게 스트레스를 받고 자기비하에 빠지는 게 어렸을 때부터 받은 스트레스가 남들보다 커서라고 설명해줬어. 난 부모로부터 있는 그대로 인정받거나 마음 놓고 기대는 경험을 남들만큼 할 수 없었어. 그래서 평상시에도 스트레스 레벨이 남들보다 높고, 남들보다 빨리 한계치에 도달한다고.


9. 나도 사랑을 받았다. 내가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런 얘길 하면 엄마는 엄청 슬퍼하고 화를 낼지도 몰라.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고 너한테 얼마나 많은 걸 해줬는데. 실제로 우리 엄만 뭘 많이 하긴 했어. 주로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음식을 잔뜩 차려놓고 먹으라고 강요하거나, 나를 아예 애기취급하며 우쭈쭈 하는 방식으로. 혹은 종교에 기대는 걸로. 하지만 그건 내가 원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이 아니었어. 내가 바란 건 엄마가 내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는 것, 나한테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말하는 것, 내가 내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지켜봐주고 엄만 엄마의 인생을 사는 것. 그것 뿐이야.





원글 http://theqoo.net/327137284


이미 흉으로 남은 상처들을 꼭 마법처럼 없애주지 않아도 그 상처의 의미를 잘 알고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그저 자국으로는 바라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처음 들었던 글



UIIFt.png




목록 스크랩 (58)
댓글 68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힌스X 더쿠🌙] 그동안 없었던 신개념 블러링 치크🌸 힌스 하프 문 치크 사전 체험단 모집 520 03.13 41,272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977,021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955,362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967,603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5,295,344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065,468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2 21.08.23 8,517,570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8 20.09.29 7,433,009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04 20.05.17 8,643,174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6 20.04.30 8,524,718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410,840
모든 공지 확인하기()
3022009 이슈 내 기준 작년 여솔 수록곡 중 제일 좋았던 곡.ytb 1 23:49 146
3022008 이슈 [냉부] 오늘 비주얼 레전드같은 손종원의 쓰리코스 요리 7 23:49 718
3022007 기사/뉴스 "한국 등 5개국에 군함 요청"…즉각적 참여 의사는 없었다 23:49 165
3022006 정보 남편 좀 살려달라던 블라인드 글 26 23:47 2,074
3022005 이슈 [냉부] 도대체 왜 셰프들이 김풍에게 지는지 이해가 안가는 박은영 셰프 ㅋㅋㅋㅋ 15 23:47 1,193
3022004 유머 내일 출근하시는분!!!!!!!!.jpg🤚🤚🤚 4 23:47 334
3022003 이슈 예술 작품같은 자케 드로의 오토마톤 시계 2 23:47 258
3022002 이슈 3일째 머리 안 감은 집사를 본 고양이 반응 3 23:46 475
3022001 이슈 조회수 안나와서 고민 의뢰한 유튜버에게 달린 현실적인 돌직구 조언 6 23:46 1,010
3022000 유머 오타쿠에게 너무 잔인한 머글 23:45 269
3021999 유머 짹에서 화제인 참새인형 7 23:45 685
3021998 팁/유용/추천 원덬 난리난 노래 39...jpg 1 23:43 449
3021997 유머 조선사람들 맨날 호랑이에 물려 죽으면서 우리나라 호랑이 닮았다고 하는 거 얃간 페티시가 된 트라우마 느낌 10 23:42 1,023
3021996 유머 (KBO..?) 대만 야구팀 경기하는데 울려퍼지는 김도영의 푸른산호초 5 23:42 857
3021995 이슈 최근 이소라가 팬찾는 사연듣고 생각난 노래 라이브 23:40 379
3021994 유머 모르는 일본인이 시비거는데 그냥 개 웃김 짤로 써야겠다 29 23:39 2,431
3021993 이슈 3세대 이후 걸그룹 써클 디지털 차트 누적 8 23:39 382
3021992 이슈 내부 결속이 강화되고 있다는 이란 상황 10 23:38 1,565
3021991 이슈 [F1] 자기 차 추월해가는 선수한테 손흔들어서 인사함.x 5 23:37 922
3021990 이슈 최근 프랑스 식기 브랜드 로브제가 출시한 그랜드 투어 라인 23 23:36 2,4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