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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주린이가 돌아본 4년의 주식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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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0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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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한 지 4년이 됐다. 2017년 3월에 주식 시장에 들어왔다. 다음 문장으로 적합한 내용은 '이러 저런 풍파가 있었다'였겠지만, 별다른 풍파 없이 4년을 보냈다. 내 주식 투자는 다음 말로 정리할 수 있다.


잔잔- 


별 달리 한 게 없다. 분석하고, 사서 기다린다. 너무 한 게 없어서 정리 글을 쓸 필요가 있을까 싶다만, 그래도 손가락을 놀린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몇 가지 있다. 잔잔한 투자 중에서도 사소한 실수가 있었다. 우선 추후에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복습하는 목적이 하나다. 두 번째는 재미다. 글 쓰는 건 재밌다. 어떤 것이든 소재로 삼는다. 특히 내가 관심 있는 분야면 더할 나위 없다. 나는 주식도 좋아하고 글쓰기도 좋아하니 4년 동안 경험한 것들을 정리하는 일은 아주 재밌을 것이다.


방식은 전에 블로그에 남긴 글을 발췌해 생생함을 주고 거기에 살을 붙이는 걸로 하겠다. 거래하기 전후에 보통 글을 남긴다. 시작부터 상식 투자를 지향했다. 매수 매도엔 최소한의 논리가 있어야 했다. 그 논리를 글로 정리해왔다. 고수들이 보면 말할 듯하다. '훗 귀여운 주린이군. 한 겨울의 반팔 티 같은 친구네. 아마 추워(타블로 인용)'


여러분 탑승해 주세요. 배가 곧 출항합니다. 안전벨트는 안 매셔도 됩니다. 수심이 낮고, 물살도 잔잔할 예정입니다. 사실 별로 볼 거리, 재미도 없습니다. 드라마 기대하신 분이 계시다면 넷플릭스 가서 '빅 쇼트'나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보시고, 자막 보기 싫으신 분은 '작전'이나 '돈' 보시길 추천합니다. 혹시 그래도 주식 잔바리의 코 묻은 돈 굴리는 이야기 듣겠다 시는 분은 배에 머물러 주세요. 뿌뿌


내 기억이 맞는다면, 2017년 1월 즈음 증권 계좌를 계설했다. 2016년부터 한국과 호주를 왔다 갔다 했다. 어머니 병환으로 한국에 갈 일이 많았다. 4개월 동안 비행기를 10회 이상 탔다. 막상 한국에 가면 할 일이 많지 않았다. 어머니는 분당제생병원에서 투병 중이셨다. 나는 서현역 앞에 고시원을 잡고 병원으로 출퇴근하며 어머니 말상대를 했다.


서현역 알라딘 중고 서점에서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원서를 구매했다. 어머니 목관에 찬 가래 빼면서 짬짬이 영어 공부와 투자 공부를 병행했다. 투자에 대한 생각은 있었지만 어떤 실행도 하지 않았다. 재생병원 보호자 침대에 앉아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읽었다. 어머니가 주무실 때는 딱히 할 일이 없었다.


금방 다 읽고 서현역 중고 서점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리고 눈에 띄는 책 한 권을 집었다. 제목을 보고 안 살 수 없었다. 책 제목은 '5년 후 포르쉐 타고 싶다면 미국 주식 지금 당장 올라타라'. (4년이 지난 지금, 아직 포르쉐 타지 못했다) 2010년 형 중고 캠리 오너는 화려한 변신을 꿈꾸며 책장을 열었다.


부자 아빠가 방아쇠를 당겼다. 시장에 돈이 있어야 모든 게 시작된다는 기요사키의 말을 신뢰했다. 어머니를 간병 이모님께 맡기고 병원을 나섰다. 고시원 근처 증권사 문을 두드렸다. 기요사키는 잃어도 문제없는 금액을, 이를테면 100불 (10만 원), 넣어라 조언했다. 증권사 대리님을 통해 증권 계좌를 계설하고, 담대하게 500만 원을 넣었다. 최고 안전형 펀드여서 연평균 기대 수익률이 2% 전후였던 걸로 기억한다. 리스크가 없었기 때문에 10만 원보다는 더 넣었다. 공인인증서도 받아 호주에서도 펀드 수익을 체크하거나 한국 주식을 매매할 수 있게 됐다.



며칠 뒤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나는 유일한 상속인이었다. 어머니가 살던 신흥동 달동네 월세 보증금과 사망 보험금이 손에 들어왔다. 그간 애써주신 친척분께 일부 드리고, 간병인 이모님께 수고비와 함께 월급 드리고, 어머니와 함께 살았던 친척 누나 월세 보증금 내주고, 장례 대금 및 남은 병원비를 지급했다. 남은 돈을 증권 계좌에 넣고 호주로 돌아왔다. 어머니 부재의 대가로 들어온 돈이라 정이 가지 않았다. 땀 흘려 번 돈이 아니다. 그 돈을 사랑하는 게 불효로 느껴졌다. 당장 사라져도 괜찮은 돈이었다. 그 결과, 주식에 모든 돈을 넣게 된다.

한국 주식 시작은 2017년 3월 무렵이다. 아래는 그해 3월 20일 날 쓴 글이다.


미국 주식 포기

지난 두 달간, 미국 주식에 들어간다 난리를 쳤다. 들어갈 종목을 크게 3항목으로 나눠 구분하고, 그 항목 안에의 회사를 몇 개로 추렸다. 10개 정도 회사와 펀드에 분산투자를 할 예정이었다. 호주에서 한국 투자회사를 통해 미국 시장에 투자하는 일은 생각보다 까다롭다. 본인 명의 핸드폰이 있어야 하고, 은행에 내방해서 계좌를 개설하고 opt 카드를 만들고, 환전을 해야 한다. 펀드매니저님과 현재의 증권사를 통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중략...


한 달이 지났으나 대답을 받지 못 했다. 대리님이 너무 바빠 대답을 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다른 투자 방법을 찾기로 했다. . 돈은 묵혀두면 물가상승률에 의해 가치가 떨어진다. 계속된 손해를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최초에 미국 주식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그럼 5년 뒤에 포르쉐 구경할 수 있나 확인하고 싶었다. 사실 미국 시장의 전망이 더 밝았다. 기업의 성공이 세계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미국은 세계의 중심이다. 증권사 대리님이 미국 주식으로 향하는 유일한 문지기였다. 노크해도 문지기가 대답하지 않았다. 한국 주식으로 눈을 돌렸다.


그때나 지금이나 내 취미는 읽고 쓰기다. 해마다 100권 전후를 읽는다. 책 읽는데 별 노력이 필요하지 않다. 무던한 성격과 책에서 배운 것들이 투자 시작에 도움을 줬다. 주워 들은 내용을 근거로 몇 가지 투자 원칙을 세웠다. 다행히 주제 파악을 했다. 그때 이런 글을 썼다.


주식 관련 책 몇 권, 인터넷에서 몇 달 자료 조사한 것이 지식의 전부다.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있다. 허접에 걸맞은 투자 방식을 강구했다.

우선 몇 가지 사실을 되짚었다.

1. 멀리 봤을 때 단타 투자로 성공한 사람은 많지 않다.

2. 장기전으로 갔을 때 시장 전체의 주가는 오른다.

3. 분산 투자는 위기 대처에 필수다.

4. 철저히 수치와 사실에 근거하여, 충동적 매수와 매도를 하지 않는다.

5. 나는 주식에 대해 0.0001%도 모른다.

6. 주식 초보가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철저하게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고, 그에 맞춘 투자를 하는 것이다.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그리고 다시 내가 세운 몇 가지 기준에 부합하는 회사를 찾았다. 기준은 단순하다.


1. 매출과 영업 이익이 전년 대비 높다.

2. per이 동종 회사에 비해 낮다.

3. 시장 독점이 가능하다.

4. 업계 1위다.

5. 비전이 있고, 많은 투자를 한다.

6. 매출,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전과 비교했을 때 주식값이 낮다.

7. 정부 돈이 묶여 있다. 만에 하나 정부의 백업이 가능하다.

8. 전문가 대부분이 매수를 추천한다.


위 기준에 맞는 기업을 몇 개 샀다. 기업명을 따로 적지 않았다. 어떤 기업을 산지 모르겠다. 기억하기론 삼성전자, 한국전력, 에스원 정도였다. 결과는 어땠을까? 안 좋았다. 얼마큼 안 좋았나? 많이 안 좋았다. 사자마자 큰 수입을 냈다. 투자에 있어 초심자의 행운은 여러모로 좋지 않다. 시장의 단기적 변화는 본인의 역량이 만든 게 아니다. 초심자의 행운은 운을 자기 실력으로 착각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때 이런 글을 썼다.


오 일 동안 평범한 회사원 월급 정도 벌었다. 빨간색 글씨를 계속 보다 보면 정신이 멍해졌다. 너무 쉽게, 아무런 노력 없이 큰돈이 생겼다. 액정 안에 숫자들이 하는 말은 현실성이 없었다. 30분 뒤에 80만 원이 없어졌고, 다음날 180만 원이 생겼다. 하루 종일 모니터 앞에 앉아 숫자와 씨름하는 상황을 가정해봤다. 10년 내로 죽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5년 치 차트에서 보이는 하루라는 점은 수없이 많은 지그재그가 모여 찍힌 것이다. 심신의 안정을 위해 점이라 믿고 무관심해져야 할 것 같다.

단타 시장에 공포도 덜 겸, 공부도 할 겸, 10만 원 버짓을 갖고 일주일 동안 5프로 수익내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친구와 장이 마감한 금요일 오후부터 토, 일을 포함한 이틀 반나절 간 들어갈 항목을 조사했다. 월요일 장이 시작하면 들어가고 금요일 장이 마감하기 직전에 돈을 빼는 것이다.


나는 단타의 세계로 들어왔다. 비이성의 세계, 투기의 세계로의 첫걸음이었다. 며칠 동안 낸 수익을 보며 착각했다. 난 성공한 투자자다. 그레이엄의 환생이다. 첫 타석에 풀 스윙을 날렸다. 10만 원이 단타용 버짓이었다. 10만 원을 적고 매수 버튼을 누르려다 멈췄다. 하지만 환생 그레이엄에게 10만 원은 너무 작은 금액이다. 10만 원을 누구 코에 붙이나. 효능감이 필요했다. 매수 금액 뒤에 0을 2개 더 붙였다. 자릿수가 2번 바뀌었다. 단타의 세계는 정우성의 외모처럼 짜릿하다. 짧게 쥔 배트로 한 풀 스윙의 결과는,




나중에 쓸게


내가 그간 투자 정리할겸 쓴 글이야. 혹시 문제 되면 지울게. 너무 길어서 여까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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