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명 웹툰 원작의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에서 첫 등장부터 강렬한 모습을 안겨준 배우 고민시(25). 웹드라마 ‘72초’로 데뷔해 JTBC ‘청춘시대 2’, SBS ‘엽기적인 그녀’ 등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린 고민시는 영화 ‘마녀’에서 주인공 자윤의 절친 명희로 등장해 구수한 충청도식 욕설을 소화하며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후 넷플릭스 드라마 ‘좋아하면 울리는’과 SBS ‘시크릿 부티크’등 다수의 작품에 연이어 출연하며 조금씩 대중의 관심을 받아왔다. 특히 2020년 ‘스위트홈’을 통해 까칠한 반항아 기질 다분한 고등학생 은유로 출연해, 점차 성장하는 캐릭터를 보여주며 드라마 팬들의 응원을 받았다. 고민시는 인기에 힘입어 ‘스위트홈’에서 ‘사약 케미’를 보여준 배우 이도현과 함께 KBS2 ‘오월의 청춘’에서 재회, 주연 자리를 당당히 꿰찼고 이응복 감독과 다시 호흡을 맞추는 tvN ‘지리산’을 차기작으로 예정해 기대감을 더욱 부풀리고 있다. 20대 초반 웨딩플래너로 일하다가 문득 ‘연기를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에 무작정 상경을 결심한 배우 고민시. 수없이 오디션에서 낙방하던 차 1분 남짓한 길이의 웹드라마를 만나 연기를 처음 시작하게 됐고, 이제는 차기작이 궁금해지는 배우의 자리에 서게 됐다. 매 작품마다 달라진 캐릭터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배우 고민시의 변화무쌍한 날들이 기다려진다. 인터뷰 박승현
Q ‘스위트홈’으로 큰 사랑을 받았어요. 소감이 어때요?
▲ 초반에는 정말 얼떨떨했어요. 화보 촬영도 하게 되고, SNS 팔로워 숫자도 나날이 늘어나는 걸 보면서 이제서야 조금씩 실감하고 있어요. 사랑해주시는 만큼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하고 있고, 또 큰 사랑을 최대한 즐기려고 하고 있어요.
Q 얼마 전까지도 ‘스위트홈’을 여덟 번이나 보면서 팬들보다 더 ‘과몰입’한다는 평도 듣더라고요. 평소 SNS 게시물만 봐도 그 애정이 느껴지고요. 함께 출연한 배우 박규영도 ‘스위트홈’을 그만 보라고 할 정도였다면서요?
▲ 이 애정의 원천은 아무래도 작품 자체의 재미인 것 같아요. 봐도 봐도 새로워 질리지 않아요. 촬영 당시에도 현장에서 정말 즐거웠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고요. 사실 이응복 감독님의 작품이기도 했고 또 우리나라 드라마 사상 첫 크리처 장르였기 때문에, ‘스위트홈’이 대중에게 사랑을 받을 것도 예상이 가능했어요. 하지만 제가 맡은 은유가 이 정도로 사랑을 받을 줄은 정말 몰랐죠. 호불호가 갈리고, 불호가 더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와 달리 넘치는 사랑을 받으니 관객들이 어떤 장면에서 호감을 느꼈는지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완성작이 나온 후에 제 연기를 중점적으로 몇 번씩 봤고, 이후에는 다른 배우들의 연기, 작품 전체의 스토리, 소품의 세부적인 연출 등 점차 시선을 달리하면서 보다 보니 어느덧 여덟 번이 됐어요. 사실 저 못지않게 (박)규영 언니는 물론, 다른 배우들도 많이들 다시 시청했을 거예요.
Q 촬영 현장에서는 애드리브도 자유롭게 했다고요. 대본 연기보다 애드리브가 더 어려웠을 것 같은데 어떻게 준비했나요?
▲ 처음부터 이응복 감독님께서 제게 은유란 역할은 애드리브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어요. 감독님께서 제가 영화 ‘마녀’에서 친 애드리브를 좋게 보셨던 것 같더라고요. “네 안에 있는 걸 마음껏 표현한다면, 난 언제든지 너의 애드리브를 수용할 준비가 돼 있어”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기억에 남는 애드리브를 꼽자면 (이)진욱 선배님 뒤에 지나가면서 욕을 한 장면이에요. 선배님과 더욱더 친해진 계기가 되기도 했죠. 또 하나는 괴물이 나타났을 때를 대비한 시뮬레이션 연습을 할 때 규영 언니가 그물에 잡혀 올라가는 장면인데, 언니를 멀뚱멀뚱 지켜보다가 비꼬는 리액션을 했거든요. 리허설 때 날 것으로 발휘된 리액션이었는데, 감독님께서 좋아해 주셔서 작품 속에도 담길 수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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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함께 출연한 송강과는 ‘좋아하면 울리는’ 이후로 두 번째 만남이에요. 빠른 95년생이라 94년생 송강과 95년생 이도현 사이에서 ‘족보 브레이커’가 됐다고 들었는데요.
▲ 맞아요. 하하. 또래다 보니 ‘찐친’(진짜 친구) 느낌으로 편하고 재미있게 촬영했어요. 하지만 감정 신이 워낙 많은 장르여서 배우 중 한 명이라도 심각한 감정 연기를 할 때면 모두 그 컨디션에 맞춰 각자의 시간을 가졌죠. 감정 신이 없을 때는 다 같이 모여 웃으며 담소 나누고 편의점에서 간식을 사와 나눠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Q ‘좋아하면 울리는 시즌2’에도 출연을 확정했어요. 많은 팬이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달라진 모습의 박굴미를 기대해도 좋을까요?
▲ 정말 많이 달라졌으니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시즌 1에서 악역의 축이 강했다면, 시즌 2는 어머니에 대한 연민과 사랑, 조조와의 케미, 허당기와 푼수기가 드러나는 등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예요.
Q ‘스위트홈’에서 남매로 호흡을 맞췄던 이도현과의 ‘사약 케미’가 화제였어요. 차기작인 ‘오월의 청춘’을 통해 팬들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 것 같은데, 지상파 주연인 만큼 부담감도 크죠?
▲ (이)도현 씨와의 케미 걱정은 전혀 없지만, 캐릭터의 연기와 극을 이끌어 간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굉장해요. 막상 촬영을 시작하면 바쁘게 연기하느라 많은 생각이 없어질 것 같지만, 지금은 고민이 정말 많아요. 디테일한 부분까지 최대한 연구해서 연기할 각오를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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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오월의 청춘’에서 맡게 된 간호사 김명희 역은 ‘백의의 천사’보다는 ‘백의의 전사’에 가까운 캐릭터라고 하더라고요.
▲ 명희는 고향이 광주고 맨몸으로 집을 나와서 온갖 산전수전을 겪는 캐릭터예요. 주변 사람들에게 ‘독종’, ‘악바리’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강해 보이지만 반대로 속은 정말 여리죠. 어느 날 명희는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5월을 맞이하게 돼요. ‘오월의 청춘’은 가슴 아픈 시대 속에서 밝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청춘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거든요. 광주 민주화운동이 배경이라 스토리가 어두울 거라고 예상하는데 그렇진 않아요. 세대 불문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이 작품으로 ‘청춘’이란 단어가 더욱더 애틋하게 느껴지더라고요.
Q 차기작으로 정해진 ‘지리산’에서는 국립공원 레인저(특수부대원) 막내 이다원 역을 맡았어요.
▲ 선배들의 온갖 심부름을 다 하는 막내 역할이에요. 그렇지만 불평하지 않고 늘 “열심히 하겠습니다, 제가 하겠습니다”라면서 뭘 해도 밝고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여주는 친구죠. 분위기 메이커 같은 인물이다 보니 재미있게 나올 것 같아요. 스타일링도 그 이전에 못봤던 모습이고요. 감독님은 평소 제 모습과 비슷하다고 말하시더라고요(웃음).
Q 전지현, 주지훈 등 많은 선배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잖아요.
▲ 정말 감사하고 영광이죠. 이전에도 대선배님들과 촬영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긴장을 많이 하진 않았는데, 선배님들이 정말 잘 챙겨주고 위트가 있어서 재미있게 호흡을 맞추고 있어요.
Q 김은희 작가의 미스터리 장르라 모두가 기대하고 있어요. ‘지리산’ 대본 읽을 때 어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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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 같았어요. 명실상부한 김은희 작가님의 실력을 바로 느꼈죠. ‘산악구조대원’이란 소재 자체도 너무 신기하게 다가왔고요. ‘지리산’이란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웅장해졌어요. 모든 게 완벽한 작품 속에 출연하게 돼서 영광이에요. 대본을 읽는데 배우분들의 캐릭터 연기가 자연스럽게 머릿속에 그려지더라고요. 작가님께서 굉장히 디테일하게 써주신 덕분에 이입하는데 수월했어요. 리딩할 때 작가님을 뵀는데 굉장히 명확하신 분이더라고요. 배우들이 각자 분석해 온 캐릭터 특징이 있더라도 작가님 의견이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하잖아요. 그런데 작가님께서 대화하는 걸 좋아하시니까, 배우들과 함께 서로 맞춰가며 캐릭터를 잡아가는 과정이 흥미로웠어요.
Q 어린 시절, 연말 시상식에서 배우들이 수상 모습을 보고 배우의 꿈을 꾸게 되었다고 했는데요. ‘왠지 나중에 내가 저 자리에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면서요. 2019년 ‘시크릿 부티크’ 신인상 수상과 지난해 연말 시상자로 참석했었는데,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아요.
▲ ‘2019 SBS 연기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았을 당시 오히려 ‘꿈을 이뤘다’ 이런 느낌은 들지 않았어요. 너무 놀라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거든요. 저 스스로 너무 부족하다고 느껴 예상치 못했죠. 시상식이 다 끝나고 축하를 받으니 실감이 나면서 정말 감사했어요. 상에 대한 욕심은 별로 없어요. 앞으로도 쭉 지금처럼 좋은 작품들을 만나며 열심히 일하고 싶은 마음뿐이에요.
Q 데뷔 전 웨딩플래너로 일하며 많은 사람을 만났다던데, 그런 경험이 연기에도 도움이 되었나요?
▲ 예비부부들과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까지 호흡을 맞췄어요. 타인과 호흡하는 과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죠. 웨딩플래너 시절에는 나 자신을 위해 살기 보다 예비부부들의 결혼을 위한 플래너로 살았죠. 수많은 감정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왔다 갔다 했어요. 그런 게 연기와 비슷해서 좋게 작용하는 것 같아요. 한 가지를 꼽을 수 있는 건 아니고, 웨딩플래너 경험을 통해 내 안에 밝은 것부터 어두운 것까지 많은 것들이 쌓인 것 같아요. 연기를 하면서 다양한 감정을 하나씩 꺼내서 소모하고 있는 것 같고요.
Q 돌연 배우의 길을 걷겠다 선언을 했을 때 부모님의 반응은 어땠어요?
▲ 처음엔 반대하셨죠. 전 그때 연기를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았어요. 부모님께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온 것처럼 새로운 분야(연기)도 열심히 잘 할 거라고 1년만 지켜봐 달라고 부탁드렸죠. 부모님은 ‘1년도 못 버티고 고향으로 내려오겠지’란 심정으로 상경을 허락하셨어요. 서울에 있는 동안 연기 학원, 아르바이트, 대학교 입학시험 등 열심히 준비했지만, 성과를 보여 드리지 못했어요. 그래서 1년의 기다림을 더 부탁했어요. 운 좋게도 웹드라마 ‘72초’를 만나서 필모그래피를 쌓게 됐어요. ‘72초’를 계기로 미스틱에 소속됐고요. 최근엔 제 영상이 SNS를 통해 또 패러디 되고 있더라고요. 하하. 제 연기 인생의 발판이 되어주신 ‘72초’ 관계자들께 이 기회를 빌어 정말 감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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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지난 한 해 정말 바쁘게 달려왔죠.
▲ 2020년에는 12월만 기다렸어요. 그전까진 정말 열심히 일했는데, 보이는 성과가 없어 속상했던 시간이었거든요. 그때는 열심히 씨를 뿌리고 연말부터 수확하자는 생각으로 저 자신을 위안했었는데 작품 공개 후, 예상을 넘는 뜨거운 반응에 정말 감격스러웠어요. 힘들었던 그간의 시간을 보상받은 느낌이었죠. 2021년은 열심히 작품 활동하며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에디터 박승현 스타일링 박승현 포토그래퍼 이경진 헤어 한별 메이크업 오윤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