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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기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을 통해 생각하는 韓日 내셔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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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06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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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일(韓日) 문제는 영원한 숙제다. 코로나19 때문에 한일 간 교류가 거의 중단된 상태에서 서로 나쁜 소식만 송수신(送受信)하는 느낌이다. 한국 신문이나 일본 방송에서 상대방에 대한 좋은 뉴스를 접하기가 어렵다.
 
  과연 2021년 일본은 어떤 상황일까? 최장기 총리 재임 기록을 세웠던 아베 신조(安倍晋三)의 아바타라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 등장 이후 일본 국민들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을까? 도쿄올림픽 6개월 전이라고 하지만, 객관적 상황은 전부 불리하게 돌아가는 듯하다. 센카쿠(尖閣)열도 주변에서 연일 벌어지고 있는 중국의 무력(武力)시위도 일본인의 걱정거리 중 하나다. 과연 일본인은 그들의 오늘과 내일을 어떤 식으로 살아가고 준비하고 있을까?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鬼滅の刃)〉은 그 같은 물음에 대한 답 중 하나가 될지도 모른다.
 


  〈귀멸의 칼날〉은 일본인 남녀노소(男女老少) 대부분이 봤다고 하는, 사상(史上) 최고의 흥행기록을 남긴 애니메이션이다. 지난해 10월 첫 상영을 했지만 새해 들어서도 일본 최고의 흥행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흡혈귀(吸血鬼)의 공격으로 가족 모두가 죽고, 여동생도 흡혈귀로 변하자 주인공 탄지로는 동료들과 함께 여동생을 인간으로 되돌리고 흡혈귀를 물리치기 위한 복수에 나선다. 〈귀멸의 칼날〉은 2016년 이래 널리 알려진 흥행 만화로, 한국에서도 ‘꼰대 세대’가 아니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만한 작품이다.
 
  50대 이후 세대 가운데는 무심한 이들이 적지 않겠지만, 언제부턴가 ‘넷플릭스 이펙트(Netflix Effect)’가 동아시아 전체를 석권(席卷)하고 있다. 한국·일본·중국에서 뜬 영화·드라마·노래가 일정한 시차(時差)를 두고 회비 1만원 정도의 넷플릭스를 통해 주변 나라에 퍼져나간다. 한국 드라마에 빠진 일본인이 있듯이, 일본 애니메이션·노래·패션·화장법에 익숙한 한국인도 적지 않다. 〈귀멸의 칼날〉은 2021년 한국은 물론 전 세계 청년들을 매료시키고 있는 글로벌 히트작이기도 하다.
 
  일본을 대표하는 사회학자 오자와 마사치(大澤眞幸) 박사는 일본 특유의 ‘서브 컬처(Subculture)’, 즉 만화·영화·패션·음악을 통해 일본 열도의 오늘과 내일을 분석하는 인물이다. 공전의 히트작 〈귀멸의 칼날〉이 일본인 가슴 속에 새겨진 내셔널리즘(Nationalism)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 오자와 박사의 분석이다. 애니메이션 같은 ‘서브 컬처’만이 아니라, 코로나19 이후 변해가는 일본과 전 세계의 모습도 내셔널리즘이란 잣대로 진단한다. 인터뷰는 지난 1월 10일 밤 1시간25분에 걸쳐 줌(Zoom) 비디오를 이용해 일본어로 이뤄졌다.
 
 
  21세기의 내셔널리즘
 
  ― 먼저 내셔널리즘은 어떻게 정의할 수 있는가.
 
  “학자에 따라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내셔널리즘은 유럽의 경우 프랑스혁명을 전후(前後)한 18세기 말부터 나타났다. 아시아에서는 19세기 중반 이후, 특히 일본의 메이지유신(明治維新) 이후 나타났다고 본다.
 
  인류역사학적으로 볼 때, 자신의 주변이나 친척에게 유대감이나 일체감을 느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러나 국가·국민·민족에 기초한 내셔널리즘은 ‘한 번도 만난 적 없고, 멀리 떨어진 사람들’에 대한 형제애·동포의식·연대감(連帶感)이라는 데에 특징이 있다. 왕·성직자·지식인뿐만이 아니라, 일반 서민 모두가 그 같은 의식을 갖는다는 것도 내셔널리즘의 특징이다.
 
  사실 역사적으로 보면 내셔널리즘의 기원은 아메리카 대륙에 있다. 시기적으로 프랑스혁명보다 조금 앞선 때다. 아메리카 대륙이 유럽으로부터 독립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개념이 내셔널리즘이다.”
 
  ― 21세기 지금 이 순간 내셔널리즘이 화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메리카 대륙에서 불어온 내셔널리즘은 20세기 중반까지 세계 질서의 기본요소로 자리 잡아 왔다. 경제·교육 같은 것이 내셔널리즘의 기본인 네이션(Nation), 즉 국가나 국민 단위로 이뤄져 왔기 때문이다. 20세기 말부터 경제가 글로벌화되고 사람들의 이동도 자유롭게 되면서 내셔널리즘 고유의 환경이나 영역이 줄어들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거꾸로 21세기 세계를 보면 내셔널리즘이 한층 더 강화되는 느낌이 든다. 왜일까? 한마디로 말하자면 자신의 아이덴티티(Identity) 확보가 그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세상이 글로벌화될수록 ‘나는 누구인가’ ‘내 주변의 형제 동포는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에 직면하게 된다. 미국을 예(例)로 들자면, 코스모폴리탄 시민이라는 생각은 누구나 갖고 있겠지만, 그럴수록 한층 더 자신의 아이덴티티 찾기에 열중하는 식의 의식구조에 비견될 수 있다. 미국 곳곳에서 빈번하게 벌어지는 민족 축제 같은 것은 대표적인 본보기다.”
 
 
  ‘우리 모두의 死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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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개봉 81일 만에 관객 2548만 동원, 흥행수입 346억 엔이라는 기록을 세웠다(1월 4일 기준). 새해 들어서도 계속해서 흥행 1위를 기록하고 있다.

  ― 얘기를 공전의 히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로 돌려보자. 〈귀멸의 칼날〉은 왜 그렇게 일본에서 인기인가.
 
  “여러 각도의 분석이 있겠지만, 첫째 주목할 부분은 대의명분(大義名分)이다. 〈귀멸의 칼날〉의 주인공 탄지로는 강한 인물이 아니다. 압도적으로 강한 흡혈귀에 맞서 싸우는 약한 캐릭터다. 그러나 인류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겠다는 생각을 가진 동료들과 함께 흡혈귀에 정면으로 맞서 싸운다. 일본인이 주목하는 부분은, 인류를 위해 싸운다는 대의명분 또는 사명(使命)에 대한 부분이다. 일본인은 그러한 대의명분을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이면서 싸운다는 데에 대해 공감하고, 감동을 느낀다.
 
  사실 2021년을 사는 대부분의 일본인은 그러한 엄청난 명분을 만날 기회도 없고, 목숨을 걸 만한 일도 없다. 아주 사소하고 미미한 존재로 살아가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더욱 〈귀멸의 칼날〉 같은 엄청난 스토리에 열광하게 되는 것이다. 동경(憧憬), 꿈의 대상으로서의 영화인 셈이다. 일본인 스스로가 탄지로의 입장에서 흡혈귀에 맞서는 느낌이다.
 
  둘째, 일본인 모두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이 〈귀멸의 칼날〉에 나온다는 점이 인기 비결인 듯하다. 내가 만들어낸 말인데, ‘우리 모두의 사자(死者)’에 대한 긍지와 자랑이라고 할까?”
 
  ― ‘우리 모두의 사자’라는 게 무슨 의미인가.
 
  “‘지금 존재하는 일본을 위해 죽어간 과거의 사람들’이라는 의미다. 이들에 대한 감사와 감동이 〈귀멸의 칼날〉이 전하는 중요한 메시지 중 하나다. ‘주인공과 주변의 친구들이 흡혈귀와 싸우면서 죽어가지만, 결국 그 같은 사람들의 희생을 통해 오늘의 우리가 있다’는 식의 세계관이 일본인 모두에게 퍼져나갔다.”


  탄지로-신센구미-사카모토 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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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모토 료마.

  내셔널리즘이라고 하면 보통 ‘열사(烈士)·지사(志士)·의사(義士)’ 같은 뭔가 특별하고 뛰어난 사람들이 나서는 사상(思想) 기조(基調)라고 생각하기 쉽다. 적어도 19세기, 20세기까지는 그러했다. 한국의 경우 안중근(安重根) 의사, 일본의 경우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 같은 풍운아가 대표적인 예다.
 
  21세기 일본에서는 그 같은 하드(hard) 캐릭터와 더불어 소프트(soft)한 인물도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통한, 모두에게 친숙하고 따뜻하게 느껴질 듯한 가공(架空)의 주인공들이다. 일본의 10대, 아니 2030세대들 가운데는 사카모토 료마가 누구인지, 지난해 50주기(週忌)를 맞은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가 누구인지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세대가 변해가는 가운데, 21세기 문화에 어울리는 새로운 캐릭터가 무대에 등장했다. 한국이라면 안중근의 옥중일기에 주목하겠지만, 일본은 〈귀멸의 칼날〉 같은 ‘서브 컬처’를 통해 내셔널리즘의 오늘과 내일을 분석하고 있다.
 
  ― 주인공 탄지로는 일본 역사상의 어떤 인물에 비교될 수 있을까.
 
  “대중 오락물의 특징이지만, 특별한 대상으로 집약하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누구 하나에 맞출 경우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굳이 역사상 인물과 비교하자면, 도쿠가와 막부 말기의 신센구미(新選組)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외국에 문을 열어준 막부를 지키려던 관군(官軍) 측이었다가 나중에는 천황파 세력과 싸우는 반군(反軍)으로 전락한 농민 출신 사무라이들이다. 패배자이긴 하지만, 시대의 요구와 명분에 목숨을 걸고 살아갔던 사람들이다. 신센구미와 싸웠고, 결국 막부 세력에 의해 암살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카모토 료마도 탄지로의 이미지와 연결되는 인물이다. 대의를 위해 목숨을 걸다가 죽음을 맞은 인물이다.”
 
  ― 일본 청년세대가 만약 상황이 된다면 탄지로와 같은 역할을 기꺼이 맡을 것이라 보는가.
 
  “현실에서 어떻게 움직일지는 모르겠지만, 대의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는 것에 대한 동경은 강하다고 본다. 대부분의 10대나 2030세대는, 학생이든 일하는 사람이든 현재 하는 일이 목숨을 걸 만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귀멸의 칼날〉에서처럼 악(惡)과 정면 대결할 만한 일이 있다면 기꺼이 나서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을 것이다.”
 
 
 

다이쇼 시대가 배경인 이유
 
  ― 〈귀멸의 칼날〉의 배경이 되는 시대와 2021년 일본을 비교하면.
 
  “영화 속에서의 배경은 메이지(明治) 시대 이후인 다이쇼(大正) 시대다. 이른바 민주주의가 꽃핀 시대로, 1912년부터 1926년까지 14년간의 시대다. 경제공황과 아시아 침략, 태평양전쟁으로 얼룩진 쇼와(昭和) 시대 직전이다.
 
  〈귀멸의 칼날〉은 완전한 픽션이다. 따라서 구체적인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 않고, 가공의 세계를 그린다고 해도 문제 될 것이 없다. 그런데 왜 다이쇼 시대를 배경으로 했을까? ‘우리 모두의 사자’를 기리려는 원작자의 의도 때문일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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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슨 의미인가.
 
  “사무라이는 일본인이 생각하는 전통적인 삶의 모델 중 하나다. 대부분의 일본인이 흉내 내려는 ‘멋진 일본인’의 모델은 농민·부자·관료가 아니라 사무라이다. 그러나 에도(江戶) 시대로 돌아갈 경우 너무 멀리 있고, 시대극과 같은 이미지로 가기 쉽다. 반대로 21세기판 스토리로 할 경우, 거리에서 일본도를 휘두르는 모습이 어울리지 않는다.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나와 관계가 있고, 더불어 ‘우리 모두의 사자’라는 의미를 부각하기 위해 다이쇼 시대를 배경으로 잡은 것이 아닌가 싶다.”
 
  ‘내셔널리즘’은 지난해 열릴 예정이었던 2020 도쿄 하계올림픽에 앞서 등장한 일본 내 유행어이기도 하다. ‘내셔널리즘을 넘어선 올림픽’이라는 말은 뉴스 키워드 중 하나였다.
 
  그러나 코로나19와 함께 올림픽이 연기되면서 정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전염병 해결책을 둘러싸고 내셔널리즘이 한층 강화되는 상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를 넘어서, ‘아메리카 내 백신 퍼스트’와 ‘유럽연합(EU) 내 백신 퍼스트’가 당연시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내셔널리즘’이란 단어가 2021년에는 한층 더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리즘’이 당연시되던 시대가 저물고, 어느 틈엔가 내셔널리즘이 세계의 시대정신(時代精神)인 것처럼 재등장하게 된 것이다. 사회학자 오자와 박사가 주목하는 세계이기도 하다.
 
 
  〈귀멸의 칼날〉과 〈진격의 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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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거인〉.

  ― 〈귀멸의 칼날〉을 내셔널리즘이란 각도에서 보면.
 
  “일본은 태평양전쟁으로 ‘우리 모두의 사자’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우리 모두의 사자’를 갖고 싶지만 가질 수 없는 것이 2021년 일본의 현실이다. 태평양전쟁 때 죽어간 일본군을 ‘우리 모두의 사자’라 부르는 사람은 극히 드물 것이다. 옳고 그르고를 떠나, 쇼와 시대의 일본은 ‘우리 모두의 사자’ 영역 밖으로 처리되고 있다.
 
  〈귀멸의 칼날〉은 쇼와 시대는 아니지만, 쇼와에 가장 가까운 다이쇼 시대를 통해 ‘우리 모두의 사자’에 주목한다. 쇼와 시대 태평양전쟁 중 사라진 사람들은 아니지만, 다이쇼 시대를 배경으로 한 탄지로와 그 일행의 행적을 통해 ‘우리 모두의 사자’가 적극 논의된다는 점에서 내셔널리즘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본다. 아직도 인기를 끌고 있는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進の巨人)〉과 비교해보면 〈귀멸의 칼날〉이 가진 내셔널리즘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
 
  ― 〈진격의 거인〉과 〈귀멸의 칼날〉을 비교해본다면.
 
  “비슷한 스토리지만, 〈진격의 거인〉에서는 〈귀멸의 칼날〉에서의 흡혈귀를 대신해 거인이 인류의 적(敵)으로 그려져 있다. 그러나 〈진격의 거인〉은 일본과 전혀 무관한 가공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다이쇼 시대를 배경으로 한 〈귀멸의 칼날〉은 일본을 무대로 한 일본인의 스토리란 점에서 ‘우리 모두의 사자’를 통한 내셔널리즘으로 확대될 수 있다. 이미 한 세대 전 인기 애니메이션이었던 〈우주전함 야마토(宇宙艦大和)〉에 나타난 내셔널리즘과 비슷한 스토리가 〈귀멸의 칼날〉에 투영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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