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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과학고에서 '의사' 선택한 아이들, 어른들은 욕할 자격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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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19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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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록'(유퀴즈) 제작진이 사과했다. 의대 6군데 합격으로 화제가 된, 과학고 출신 의대생 섭외와 관련해서 제작진은 "무지함으로 시청자분들께 큰 실망을 드렸다"라고 사과했다. 방송 이후 "과학고서 의대 간게 자랑? 세금 먹튀다"라는 비판이 연일 기사화 되면서 생긴 일이었다.

'과학고를 나와' 과학도의 길을 가지 않고 '의대에 진학한' 것에 대한 비판의 글들을 읽다 보니 30여년 전, 열여섯의 내가 생각났다. 

돌이켜보면 처음부터 나만을 위한 일을 찾았던 것은 아니다. 기업이 필요한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다면, 사회에도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으니 말이다. 어쩌면 성공할 때까지 수십 년씩 걸리는 연구소보다는 산업체에 바로 적용되는 연구가 좀 더 실용적이겠다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일터의 규칙은 기대와는 전혀 달랐다. 내가 경험한 대한민국의 일터는 일을 제대로 하는 것보다는 일터가 원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먼저였다. 그래서였을까? 지난 20년 동안 나는 계속 실패했다. 반복되는 실패와 일터가 원하는 대로 바뀌지 않겠다는 몸부림은 나라는 개인을 끝없이 위축시켰다. 과학고 입학을 결정한 후 30여 년이 지난 지금, 나는 더 이상 '좋은 과학자'를 꿈꾸지 않는다. 

이상이 내가 살아온 30년의 이야기이다. 지금의 나는, 과학고 후배들이 '먹튀'라고 욕을 먹더라도, 그들의 선택을 말릴 자신이 없다. 그들은 1983년에 과학고등학교가 처음 생긴 이후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그들의 선배가 살아온 삶을 모두 지켜보았을 것이다. 좋은 연구자가 된 사람들도 분명히 있겠고 산업체에서 성과를 인정받은 사람들도 분명히 있겠지만, 대다수의 선배들은 나처럼 실패하지 않기 위해 버티고 있다는 것도 충분히 지켜봤을 것이다. 

모든 것을 지켜본 그들이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을 나는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은 그들에게 '먹튀'라고 욕을 할 것이 아니라, 세상을 이렇게 만들어 놓은 어른들이 비난받아야 할 일이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하는 대한민국의 무서운 현실에서, 그들이 나의 삶을 되풀이하겠다고 한다면 그것을 응원해야 하는가? 자신이 없다.





기시 전문: https://n.news.naver.com/article/047/0002299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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