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테러> 9·11과 바타클랑에서 생존한 남자…"1㎝씩 기었다"
2001년 미국 뉴욕 9·11 테러와 지난 13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테러라는 악몽 같은 두 사건의 현장에 있었던 불운한 남자는 어쩌면 최고의 행운아였을지도 모른다.
22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와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매슈(36)라는 이름으로만 알려진 이 미국인 남성은 파리 테러가 벌어진 날 가장 많은 사상자가 나온 바타클랑 극장에 있었다.

매슈는 "총소리라는 것을 바로 알아채고 출구로 뛰기 시작했다. 아마 내가 가진 미국 (총기) 문화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뛰다가 다리에 총을 맞아 쓰러진 그는 죽은 것처럼 꼼짝 않고 있으면서 테러범들이 재장전을 위해 발사를 멈출 때마다 아주 조금씩 기어서 출구를 향해 움직였다고 한다.
매슈는 "마침내 손이 닿을 거리에 문이 보였고 한 손가락, 그리고 두 손가락으로 문을 잡아 나올 수 있었다"고 떠올렸다.
매슈가 간신히 건물 밖으로 나왔을 때 프랑스 매체 르몽드 기자 다니엘 프세니는 바타클랑 극장 바로 근처의 자택 아파트에서 혼란에 빠져 탈출하는 사람들을 촬영하다가 매슈를 발견했다.

인도 위에 쓰러져 있던 매슈를 아파트 건물로 끌고 들어와 현관 대문을 닫던 프세니의 팔에도 총알이 박히는 등 긴박한 순간이 이어졌다.
그는 "생각하지 않고 본능적으로 행동했다"며 "내 앞에서 사람이 죽게 둘 수는 없었다. 기관총이 난사 되는 순간이었더라면 그렇게 할 수 없었겠지만 상황이 이를 허락했다"고 돌아봤다.
매슈는 "죽은 척하느라 누군가 내 팔을 잡아끄는 것을 느꼈을 때 고개도 들지 않았다"며 "그저 속으로 '사랑합니다, 나의 천사여'라고 되뇌었다"고 고마워했다.
프세니의 아파트로 피신한 이들은 총상을 입은 채로 바타클랑 진압 작전이 완료될 때까지 기다린 후에야 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었다.
어렵사리 살아남은 매슈는 14년 전 9월 11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세계무역센터 바로 앞길에서도 살아남은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는 "납치된 항공기가 건물을 들이받는 것을 보고 거의 맨해튼의 절반을 가로질러 뛰어 달아났다"며 "하지만 바타클랑 극장에서의 일이 1천 배는 더 끔찍했다"고 털어놨다.
원래 매슈와 함께 극장에 오려 했던 그의 아내는 마침 그날 밤 두 자녀를 돌봐 줄 보모를 구하지 못해 집에 머물러야 했다.
심한 충격을 받은 매슈는 무사하다는 전화를 하려 했지만 아내의 전화번호를 기억해내기까지 두 시간이 걸렸다.
매슈는 생명의 은인 프세니와 함께 몸이 낫는 대로 술을 마시기로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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