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정보 화장실서 혼자 밥먹는 대학생들
6,708 121
2015.11.23 11:39
6,708 121
61794517.1_59_20140318112502.jpg?type=w5

활기 넘치는 3월 캠퍼스 한구석에는 화장실 칸(위)이나 복도 창가(아래)에서 끼니를 때우는 학생들이 있다. 이들이 직접 인터넷에 올린 ‘혼자 밥 인증 사진’들이다. 인터넷 커뮤니티


[동아일보]

캠퍼스의 ‘혼밥族’… 대학생활 부적응자들, 텅빈 강의실 등서 서러운 ‘한술’

17일 수업을 마친 서울의 모 대학 2학년생 남모 씨(20)가 찾은 곳은 1.6m²에 못 미치는 화장실 칸이다. 편의점에서 산 김밥 한 줄과 음료수가 남 씨의 점심 메뉴였고 뚜껑을 닫은 세라믹 변기가 식탁이었다. 학과 및 동아리 활동을 하지 않아 친구가 적은 남 씨는 신입생이었던 지난해부터 이렇게 화장실에서 점심을 때울 때가 많다. 혼자 밥 먹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 선택한 습관이지만 간혹 ‘왜 숨어서 식사해야 하나’라며 서러워할 때가 있다.

새 학기를 맞아 활력이 도는 캠퍼스의 한구석에는 점심을 ‘혼밥(혼자 먹는 밥을 뜻하는 은어)’으로 해결하는 모습을 숨기기 위해 화장실이나 빈 강의실 등 눈에 띄지 않는 장소를 찾아 헤매는 이들이 있다. 이런 ‘혼밥족’ 중에는 남 씨처럼 또래 친구들과 한 교실에서 같은 일정으로 생활했던 중고교 시절에 익숙해져 있다가 대학 생활에 미처 적응하지 못한 사람이 많다. 지난 학기 복학생 임모 씨(25)는 “정신을 차려 보니 한 학기가 다 지나가도록 휴대전화에 대학 친구의 전화번호가 10개도 저장돼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간관계가 점차 개인화되는 한국 사회에서 ‘혼밥족’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식사는 여럿이 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인식과 충돌을 일으킨 탓에 몰래 끼니를 때우는 모습이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진화심리학 관점에서 보면 식재료 보관이 어려워 여럿이 함께 밥을 먹었던 과거 습관이 뿌리 깊게 남아 있어 혼자 식사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취업 준비와 아르바이트 탓에 주변 사람과 관계를 스스로 단절하고 혼자 밥 먹는 모습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자발적 혼밥족’도 많다. 이들은 밥을 혼자 먹으면 △식사 약속을 잡거나 식당을 찾는 데 허비되는 시간을 아낄 수 있고 △원하는 메뉴를 선택할 수 있으며 △불필요한 인간관계를 맺을 필요가 없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는다. 성균관대 재학생 김누리 씨(24·여)는 “‘혼밥’에 익숙해지면 밥을 같이 먹을 사람을 찾는 데 쓸 에너지를 아끼고 수업준비 등 생산적 활동에 집중할 수 있다”고 했다. 최근 대학가에는 이런 ‘혼밥족’을 위한 식당도 부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대학가 ‘혼밥족’의 모습은 자신의 생활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공유하는 ‘인증 놀이’와 결합해 ‘혼밥 인증’이라는 독특한 문화로 재탄생하고 있다. 새 학기가 시작된 이달 초부터 각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화장실과 벤치 등에서 도시락을 먹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올린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혼자 밥 먹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함으로써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위안을 얻고 더 나아가 ‘밥은 식당에서 여럿이 먹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데서 쾌감을 느끼려는 행위”라고 진단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홍정수 기자

 http://news.naver.com/main/ranking/read.nhn?mid=etc&sid1=111&rankingType=popular_day&oid=020&aid=0002547323&date=20140318&type=1&rankingSeq=1&rankingSectionId=102

목록 스크랩 (0)
댓글 121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에센허브 x 더쿠🌿] 에센허브 티트리 컨트롤 인 카밍 앰플 체험 이벤트 246 05.01 37,927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836,310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3,383,072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4,152,928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0,560,354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1,635,831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4 21.08.23 3,503,919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18 20.09.29 2,356,360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50 20.05.17 3,065,695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53 20.04.30 3,636,491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글쓰기 권한 포인트 상향 조정) 1236 18.08.31 8,007,777
모든 공지 확인하기()
2400657 유머 카페에 손님이 들고 온 것 17:58 41
2400656 이슈 뮤뱅 음중 2관왕 보다 더 놀라운 이찬원 앵콜 라이브 17:56 208
2400655 이슈 [국내축구] 여자축구 경기중에 나온 개쩌는 턴.gif 17:56 193
2400654 유머 중국식 쿄토 7 17:55 499
2400653 이슈 [기사] 의대 교수들 “정부, 증원 확정하면 1주일 집단 휴진” 2 17:54 194
2400652 이슈 밤에 화장실 가기 무섭다는 아이를 위해 아빠가 만든 것 14 17:54 902
2400651 이슈 오늘자 뉴욕에서 포착된 블랙핑크 로제&제니.jpg 12 17:53 1,447
2400650 이슈 RESCENE(리센느) Documentary ‘THE SCENT’ EP.3 ‘Anemoia' 17:51 36
2400649 이슈 써클차트) 케이팝 앨범 수출액에서 유럽이 동남아시아를 넘어섰음 7 17:50 537
2400648 이슈 의외로 <악마와의 토크쇼> 개봉 굿즈 공격적으로 증정하는 CGV 10 17:50 921
2400647 이슈 국내 여자 가수 중 저작권 곡수가 가장 많다는 가수 1 17:49 962
2400646 이슈 오늘자 보넥도 앨범선물받고 퇴근하는 도영 형님(선배님) 2 17:48 419
2400645 이슈 예전에 유행했던 여자 미용체중표의 출처 26 17:47 1,836
2400644 이슈 [OK!제보] 진료비 부풀려 건보료 빼먹은 의사…성난 환자들에 덜미 17:47 282
2400643 이슈 투어스가 첫만남은너무어려워 청량컨셉 전에 말아줬던 힙합컨셉 4 17:46 466
2400642 이슈 마일리 사이러스급의 충격적인 다리의 소유자라는 남배우.jpg 5 17:45 1,744
2400641 유머 옷빨 잘받는 체중이라고 쓰고 95 17:42 7,221
2400640 기사/뉴스 어른이 아침부터 '쭈쭈바'나 빨다니…[남기자의 체헐리즘] 2 17:42 903
2400639 유머 우리나라 여배 왜케 재밌음 (feat.김연경) 6 17:41 1,059
2400638 유머 재벌 3세가 취미로 하는 비싼 커피집 29 17:40 4,7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