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정보 [류태형의 객석에서] NHK홀 휘감은 조성진의 쇼팽, 일본 청중들 이례적 갈채
2,325 2
2015.11.23 08:40
2,325 2
htm_20151123217294975_99_20151123050127.
21일 공연 후 대기실에서 만난 조성진(왼쪽)과 나카무라 히로코.
21일 오후 도쿄 NHK홀 로비는 발 디딜 틈 없었다. 신수정 서울대 음대 명예교수와 한승수 전 총리 등 한국에서 온 청중들도 눈에 띄었다. 공연 전 로비에서 나카무라 히로코를 만났다. 나카무라는 1965년 쇼팽 콩쿠르 4위에 입상하고 심사위원도 다섯 차례나 역임한 일본 피아노계의 ‘대모’다. 나카무라는 “조성진은 14세 때 이미 완성된 면모를 보여줬다. 여러 작곡가의 작품을 두루 잘한다. 인성도 훌륭한 피아니스트”라며 “쇼팽 콩쿠르에서는 특히 스타가 될 만한 잠재성을 본다. 조성진이 그것을 충족시킨 것”이라고 우승의 의미를 얘기했다.

 오후 3시. 무대 위에 NHK교향악단 단원들이 자리하고 조성진이 지휘자 페도세예프와 등장했다. 성큼성큼 걸어오는 조성진의 키가 커보였다. 깍듯이 인사를 한 뒤 피아노에 앉았다.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의 긴 전주가 시작됐다. 페도세예프의 지휘엔 기품이 있었다. 드디어 조성진의 첫 음이 힘차게 울렸다. 고음이 영롱하게 객석을 파고들었다. 해질녘 가을 들판 같은 현악군 위로 건반이 유리알 같이 반짝였다. 조성진은 호른이 부각될 때 템포를 늦추며 완급 조절의 주도권을 놓지 않았다. 예쁜 고음이 물결처럼 넘실댔다. 조성진은 1악장 막판의 인상적인 속주를 완벽하게 마무리지었다. 2악장은 차분하게 다가왔다. 악상을 훨씬 자유롭게 펼쳤다. 3악장의 긴 악구에서도 완급을 조절하는 노련함을 보여줬다. 차분한 일본 청중답지 않게 앙코르 요청이 뜨거웠다. 조성진은 쇼팽의 ‘영웅 폴로네즈’를 연주했다. 힘차고 맑았다. 왼손과 오른손을 조금씩 어긋나게 치며 곡을 절묘하게 끌고 갔다. 중간의 명상적인 분위기가 일품이었다. 땀을 닦으며 일어나는 조성진에게 갈채가 쏟아졌다.

 연주 직후 대기실에서 조성진을 만났다.

 - 일본 청중들은 어떤 느낌인가.

 “연주 중 조용해서 집중할 수 있다. 연주하기에 제일 편한 스타일이다. 우리나라나 프랑스·이탈리아 청중과는 다른 느낌이다.”

 - 콩쿠르 이후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만 아홉 번째 연주다. 오늘 공연한 소감은.

 “콩쿠르 때와 각 공연의 느낌이 모두 달랐다. 오늘은 사색적으로 치려고 했다. 여린 부분에서 템포를 변화시키고 피아노가 더 자유롭게 노래하도록 하고 싶었다. 잘 친 것 같아 만족스럽다.”

 - 쇼팽 말고도 잘 치는 레퍼토리가 많은 걸 안다.

 “어릴 때 베토벤·모차르트·바흐를 많이 쳤고, 쇼팽 같은 낭만음악을 즐겨 들었다. 그래서인지 쇼팽 해석을 할 때에도 독일식으로 형식과 구성을 보게 되더라. 난 내가 쇼팽 스페셜리스트라 생각하지 않는다. 또 쇼팽만 치고 싶지도 않다. 독일·프랑스 음악을 두루 좋아한다. 러시아 음악 중에 프로코피에프가 좋다.”

 - 즐겨 듣는 피아니스트와 연주는 무엇인가.

 “라두 루푸를 좋아한다. 그의 슈베르트 ‘즉흥곡’을 많이 들었다. 30대 때 연주라고 하는데 믿을 수 없을 만큼 고결하다.

 - 그동안 콩쿠르를 치르면서 느낀 점은.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해선 무대가 있어야 한다. 아시아 사람으로서 콩쿠르가 그나마 공정한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길이더라. 하지만 지금은 잡힌 연주가 너무 많다. 내년에 60~70회나 된다. 2017년 일정까지 차고 있다.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 1년에 40~50회 정도로 줄이려 한다. 쇼팽 콩쿠르 이후 한 달 동안 (유명세에) 많이 놀랐다. 이것도 지나가겠지만 정말 무섭다.”

 조성진은 23일 도쿄 오페라시티에서 독주회를 갖는다. 28일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허바우와 협연하고 12월에는 베이징, 상하이, 충칭, 포즈난, 크라쿠프, 브뤼셀 등에 이어 다시 일본에서 긴 투어공연을 한다. 한국 공연은 내년 2월이다.

도쿄=글·사진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류태형 기자
 
ⓒ 중앙일보: DramaHouse & J Content Hub Co.,Ltd.
댓글 2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 이니스프리 레티놀 시카 모공 흔적 앰플 체험단 모집 💙 392 06.25 18,336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5,544,296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2,927,314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3,431,626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6,202,138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165,764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6 21.08.23 8,620,071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74 20.09.29 7,526,158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33 20.05.17 8,748,257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23 20.04.30 8,633,169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634,091
모든 공지 확인하기()
3101135 유머 1시간뒤 전국의 캥거루족들 주목해야하는 것 🦘 10:02 28
3101134 기사/뉴스 [단독] 동아일보 사옥서 출근길 '낫부림'...그룹 계열사 40대 직원 중상 20 09:58 1,317
3101133 유머 러브버그가 효도버그였으면 덜극혐이야? 6 09:58 242
3101132 이슈 한국 32강 진출 빙고판 최신 35 09:58 1,406
3101131 유머 열심히 불태운 인류를 위한 지구의 선물 4 09:58 326
3101130 이슈 하이닉스 • 삼성전자 목표가 ㄷㄷ 13 09:57 1,311
3101129 이슈 어제 입국장에서 옆에 서계시던 일본분이 검역멍멍에게 걸렸는데 뭔가 하고 봤더니 순대였음 ㅋㅋㅋㅋㅋㅋㅋ 1 09:57 663
3101128 기사/뉴스 1440대1 몰렸던 당산 신축, 미계약분 29억에 새 주인 찾는다 8 09:54 598
3101127 기사/뉴스 "일본 말고 한국서 명품 사자"…중국인 관광객 '싹쓸이' 28 09:49 1,601
3101126 유머 일본입장에선 홍명보 고의패배설이 설득력있는 이유.twt 28 09:49 2,242
3101125 이슈 오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배구선수 문성민 시구 이정후 포구.twt 9 09:45 1,317
3101124 이슈 중국남성들이 잡힌 "강간 네트워크 in 독일" 42 09:43 3,270
3101123 유머 오늘 공부하다가 갑자기 너무 걸신 들려서 초밥 6만6천원어치 나온거보고 너무 당황해서 110 09:42 9,075
3101122 이슈 이제 일본인이 축구로 긁어봤자 긁히지도 않는 한국인들 237 09:39 14,712
3101121 기사/뉴스 [속보] 원·달러 환율 1550원 턱밑…코스피 하루 만에 8,500선 후퇴 6 09:39 686
3101120 유머 자동번역 바벨탑이 만들어준 희대의 상황 8 09:37 1,755
3101119 기사/뉴스 “이쯤되면 진심” “개미 털어먹기”…1만5천피 부르짖는 모건 왜 2 09:37 742
3101118 유머 홍명보는 출입금지 28 09:37 3,375
3101117 기사/뉴스 박서진 “그냥 돼지로 살란다” 속세 끊고 영월 산골행 (살림남2) 3 09:35 1,419
3101116 기사/뉴스 [르포] 수백만원 환급에 AI 가전도 '들썩'…삼성 감사 페스티벌 막바지 열기 24 09:33 1,4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