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각에선 정재헌이 조선의 환도를 쓴다고 하는데, 솔직히 말하면 환도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부족한 물건임. 오히려 일본도에 가까운 물건이 맞아.
기본적으로 환도와 일본도 사이에 구조적인 차이가 어마어마하게 크지는 않음. 일단 칼날의 형태도 유사하고, 슴베와 도장구의 구조 또한 상당히 유사하지. 몇몇 디테일에서 차이가 존재하기는 함.

칼날의 단면은 환도가 배형도, 일본도가 육각도라고 하는데, 영상이나 이미지로 칼날의 단면을 확인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니 이건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함. 칼날의 단면을 확인하는 건 칼날을 잘라보거나 만져봐야 하는데, 영상에서는 그걸 확인할 수 없지.
이건 그냥 그렇다고만 알고 있으면 됨.


이 칼이 환도라고 하는 근거 중 하나가 칼집에 끈이 있고 이것이 환도의 띠돈이라는 주장인데.... 공교롭게도 이건 환도의 띠돈이 아니야.



환도의 띠돈은 가락지가 있는 고리에 꿴 끈을 가리키는 거고, 이걸 허리띠에 연결해서 사용하는 거임. 칼집에 끈을 감은 것과는 전혀 다른 양식이지. 정재헌의 칼집에 있는 끈은 환도의 띠돈이 아니라 일본도의 사게오(下げ緒)에 더 가까운 양식이야. 원래는 허리에 직접 감아 쓰는 용도의 끈인데, 후대에는 실질적인 쓰임 없이 그냥 형식적으로 감아놓은 끈 정도로 남게 된 거야. 다만 해당 소품을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회사의 홈페이지에선 가락지와 띠돈이 있는 환도 양식의 칼집도 옵션으로 제공되는 것 같음.






코등이의 형태도 전형적인 환도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음. 조선 환도의 칼집 비녀장이라고 하는 잠금장치가 있고, 그 잠금장치를 위해 코등이에 작은 구멍이 나 있음. 저기에 비녀장을 끼워 칼날이 빠지지 않게 하고, 칼을 뽑을 때는 엄지손가락으로 저 비녀장을 눌러 밀어 해제한 뒤에 뽑는 거지. 일본도의 코등이에는 칼날 좌우에 소병궤혈(小柄櫃穴)과 계궤혈(筓櫃穴)이라는 구멍이 뚫려 있는데, 이는 코즈카(小柄)나 코가이(筓)같은 작은 칼이나 도구를 끼워 수납하기 위한 목적으로 뚫려 있는 거야. 뭐, 환도중에도 일본도의 영향을 받은 것들 중에도 소병궤혈과 계궤헐이 있는 것이 있으나, 형태만 모방한 경우지.
그리고 극중 정재헌의 칼에 계궤헐이 있는 것이 확인되고 있고, 해당 소품을 만든것으로 추정되는 고려도검이라는 회사의 홈페이지에선 소병궤혈도 확인할 수 있음.
뭐, 이런저런 부분을 따져봤을 때 극중 정재헌의 칼은 환도라고 말하기는 애매한 칼이야. 오히려 일본도에 가까운 양식이고, 해당 소품을 제작한 것으로 보이는 고려도검에서도 딱히 환도를 정교하게 재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임. 다른 사진에선 일본도의 손잡이에 끼우는 장식인 메누키가 확인되기도 하는 걸로 보아 일본도의 양식에 더 가까운 칼이라고 보는게 타당하다고 생각함. 단지 환도처럼 패용할 수 있는 칼집 정도를 옵션으로 넣는 정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