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숙 작가의 드라마에 등장하는 남자주인공들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파리의 연인’의 재벌 2세 한기주(박신양), ‘프라하의 연인’의 정의로운 형사 최상현(김주혁), ‘연인’의 하강재까지
모두 거칠고, 정의롭고, 사내답다. 무뚝뚝하고 퉁명스럽게 보이지만, 가끔 툭툭 내뱉는 촌철살인의 멘트가 여심을 흔든다.
“혹시 자신의 이상형을 남자주인공으로 그린 것 아니냐”고 묻자 김 작가는 “사실 남편이 그런 스타일”이라고 고백한다.
‘파리의 연인’ 집필을 마친 2004년 11월 필리핀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그곳에서 바(bar)를 운영하는, 충북 제천 출신의 세 살 연하 ‘꽃미남’에게 반해 김 작가가 “우리 연애하자”고 대시한 것.
그가 남편에게 ‘필(feel)이 꽂힌’ 결정적인 이유는 터프한 첫인상 때문이었다고.
“필리핀에서 아는 선배의 소개로 남편을 알게 됐어요.
처음 봤을 때, 그 사람이 누군가와 일 문제로 다투고 있었는데 논리정연하게 화내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게다가 제가 ‘파리의 연인’ 작가라는 이야기를 듣고, 남편은 ‘그래요? 난 안 봤는데’ 하고 무뚝뚝하게 답하는 거예요.
'프라하의 연인’ 남자주인공 최상현은 바로 김 작가 남편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는 남편에게 “이제 세상사람 모두 당신 이름을 알게 됐으니 아무 데도 못 간다”며 프러포즈를 했다고.
대통령의 딸인 윤재희(전도연)가 형사인 최상현에게 거침없이 다가가는 모습은 곧 김 작가 자신의 모습이기도 했다.
“극 중 자신을 피하던 최상현에게 적극적으로 대시하는 윤재희의 모습이 바로 저예요.
필리핀에 살던 남편이 한국에 와서, 김은숙이라는 작가가 어느 정도 인기 있는지 지인들에게 듣고 난 후
‘왜 당신이 하필이면 날…’ 하고 저를 피하는 거예요. 저는 ‘그게 무슨 상관이냐’며 남편에 대한 제 사랑을 표현했죠.
남편은 지난해 여름 저와 함께 떠난 유럽여행에서 자신의 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냈어요. 거기서 여러 동행 커플을 만났는데,
남편이 그들에게 ‘여러 가지 사정이 있어 필리핀에 머물렀는데 아마 이 사람(김은숙 작가)을 만나려고 그랬나봅니다’ 하는 거예요. 그 말이 ‘사랑해’라는 말 1천 번보다 훨씬 크게 울렸습니다.”
대사가 오글거린다고들 말씀하시는데, 저는 다 그렇게 남자 꼬시고 했다
'언제부터 그렇게 잘생겼어요?' 같은 대사도 다 실제로 제가 했던 것"
김 작가는 “김주원이 ‘네 꿈속은 왜 그리 험한 건데’라며
꿈꾸는 길라임의 미간을 눌러주는 내용 등은 우리 부부 이야기”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