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선의 메모리즈⑪] 꾸숑 최민식과 스타트업 김선호

배우 김선호와 최민식(왼쪽부터) ⓒ 출처='스타트업' 홈페이지, 네이버카페 dieselmania
지난 6일 종영한 tvN 드라마 ‘스타트업’을 재미있게 봤다. 극 중 한국의 실리콘밸리라고 할 샌드박스에서 성공을 꿈꾸며 창업에 뛰어든 젊은이들의 성장과 사랑을 그렸다. 소재 확장이라는 측면이 신선했고 배우 중에도 신선미를 뽐내는 얼굴들이 많았다.

한지평 역의 배우 김선호 ⓒ 드라마 '스타트업' 홈페이지
개인적으로, ‘스타트업’ 드라마에서 가장 눈길을 뺏긴 건 한지평 팀장 역의 김선호 배우다. 처음엔 연기를 너무 잘해서, 그다음엔 너무 깨끗하게 잘생겨서 자꾸만 보게 됐다. 달미와 도산을 이어준 인물이지만 둘의 사랑에 방해꾼이기도 한 사람이고, 자신도 몰랐던 혹은 알아도 모른 척 눌러 왔던 달미에 대한 감정을 인정하고 난 뒤엔 자기 머리를 찧으며 괴로워하는 남자다. 달미 외할머니(김해숙 분)가 ‘순딩이’라고 부를 만큼 근본이 선하지만, 직업상 쓴소리 전담이고 어쩌다 보니 도산의 사랑을 탐내는 남자가 됐다. 굉장히 복합적 캐릭터인데 스노우보드 타고 슬슬 고급 코스를 여유롭게 미끄러져 내려온다. 연기 잘하는 줄 알았지만, 이 정도였나, 적잖이 놀랐다. 대중의 눈에 익은 베테랑 배우는 아니잖은가.
놀라서, 연기 이만큼 잘하는지 몰랐던 게 미안해서 자꾸만 본다고 생각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어느 날 유레카! 깨달음이 팍 왔다. 명배우의 얼굴과 김선호의 얼굴이 정확히 겹쳤다. 반듯한 눈썹, 커다란 눈망울에 선명한 쌍까풀 그리고 약간 처진 눈꼬리, 코끝이 살짝 뭉뚝해지는 콧날, 야무진 입술선. 최민식이었다. 닮았다고 생각하고 보니 목소리 울림이나 음색, 특유의 발화 방법과 억양까지 배우 최민식과 흡사하다.

꾸숑 역으로 신인상을 거머쥔 배우 최민식 ⓒ출처=네이버 블로그 jidoo1990
그것도 어느 시절의 최민식인고 하니, 1990~91년 방영된 드라마 ‘야망의 세월’에서 젤소미나(이휘향 분)의 아들 꾸숑 역으로 나왔을 때의 ‘청년’ 최민식을 연상케 한다. 당시 꾸숑의 등장은 그야말로 세간의 화제였다. 어디서 저런 배우가 나왔지? 굉장히 신선했다(1989년 개봉한 영화 ‘구로 아리랑’이나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의 최민식을 모든 시청자가 기억하는 건 아니었기에).
목소리 울림이나 발화 방식이 낯설어서 한국말을 하는데 외국어를 듣는 기분이었고, 해외에서 방금 귀국한 것 같은 패션도 눈길을 끌었다. 배우 최민식이 드라마에서 탄탄한 연기력과 깊은 한숨과도 같은 비련의 내공을 확인시킨 건 드라마 ‘서울의 달’이었다. 시골 총각 춘섭이의 애달픈 서울살이에 시청자가 함께 울었다. 30년 전만 해도 낯설었던 울림의 발성이 2020년에는 연기 호평의 잣대가 돼 있다니, 격세지감. 명배우 최민식의 연기가 우리의 귀를 바꿔놓았다.
필자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최민식 김선호’를 적어 보았다. 역시, 사람의 생각은 비슷하다. 드라마 갤러리 등에서 닮았다, 똑같다, 비교가 한창이다. 중요한 건 최민식과 닮아서 연기를 잘하는 것으로 보인 게 아니라 연기를 잘해서 주의 깊게 보다 보니 최민식이 보였다는 것이다.

소속사 솔트엔터테인먼트가 공개한 화보 ⓒ코스모폴리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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