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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왕후가 중전된 과정을 알면, 그런 행동 못했을 텐데

무명의 더쿠 | 12-19 | 조회 수 9784
[사극으로 역사읽기] tvN 토일드라마 <철인왕후>

[김종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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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토일드라마 <철인왕후>의 한 장면 
ⓒ tvN
(중략)
 
장봉환은 역사 지식이 꽤 많다. 흥선대원군과 고종이 등장하기 십여 년 전인 철종시대 초기의 상황을 어느 정도 꿰뚫고 있다. 어전회의에 출석한 주요 대신들의 이름을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조정과 궁궐의 역학관계도 대략적이나마 짐작하고 있다. 그런 지식은 19세기 조선에 가서가 아니라, 가기 전에 터득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철인왕후의 처지에 대해 너무도 배려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 정도의 사전 지식을 갖고 있다면, 당시의 철인왕후가 얼마나 조심스러웠을지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조금도 개의치 않고 있다.
 
실제 철인왕후가 성장한 시기는 풍양 조씨 집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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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토일드라마 <철인왕후>의 한 장면 
ⓒ tvN

 
19세기 전반 60여 년간은 왕실 외척(사돈)들이 국정을 농단한 세도정치시대다. 이 시대에 한민족 사회와 조선왕조는 크게 퇴보했다. 세도가문인 경주 김씨, 안동 김씨, 풍양 조씨가 백성의 관점은 물론이고 왕실의 관점도 무시한 채 오로지 자기 가문의 관점에 입각해 국정을 운영한 탓이었다.

1800년에 정조가 죽고 순조가 즉위한 후로 처음 3년간은 정순왕후(순조의 증조모)의 친정인 경주 김씨가 세도가문이 됐고, 순조의 아들인 효명세자가 대리청정(세자에 의한 대리통치)을 한 1827년 이후 3년간은 세자의 처가인 풍양 조씨가 세도가문이 됐다.
 
경주 김씨의 세도가 끝나고 풍양 조씨의 세도가 열리기까지의 24년 동안은 안동 김씨의 제1차 집권기였다. 안동 김씨가 왕실을 능가한 이 시기에 성장기를 보낸 인물이 순조의 아들인 효명세자다. 효명세자는 안동 김씨의 힘을 빼는 방향으로 대리청정 권한을 행사했다. 그래서 그가 21세 나이로 요절하기 전까지의 3년 동안에는 안동 김씨가 권세를 잡을 수 없었다.
 
효명세자가 죽은 1830년에 제2차 집권에 성공한 안동 김씨는 그로부터 11년간 정권을 지켰다. 그 사이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1834년에는 순조가 사망하고 헌종(효명세자 아들)이 일곱 살 나이로 즉위했다. 헌종을 대신한 순원왕후(안동 김씨)의 수렴청정(대비에 의한 대리통치)이 개시됐고, 이 상태가 1841년까지 이어졌다.
철인왕후가 태어난 것은 바로 이 시기였다. 제2차 집권기 중인 1837년에 그가 출생했다. 하지만 그가 성장한 시기는 안동 김씨 집권기가 아니라 풍양 조씨 집권기였다. 그가 만 4세 되던 1841년에 순원왕후의 수렴청정이 끝나고 헌종의 친정(직접 통치)이 시작했다. 순조로부터 헌종을 부탁받은 조인영이 이때부터 9년간 4차례나 영의정을 역임했다.
 
세상이 뒤집히는 것을 목격한 철인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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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토일드라마 <철인왕후>의 한 장면 
ⓒ tvN

 
풍양 조씨의 권력이 굳어지던 이 시기에는 안동 김씨를 불리하게 만드는 일들이 벌어졌다. 안동 김씨의 피를 받은 왕자를 낳을 수 있거나 안동 김씨의 구심점이 될 만한 인물들이 세상을 떠난 것이다. 헌종의 부인이자 안동 김씨인 효현왕후가 후계자를 낳지 못한 상태에서 1843년에 세상을 떠났고, 안동 김씨의 중심인물이자 효현왕후의 아버지인 김조근이 이듬해에 세상을 떠났다.
 
이처럼 철인왕후의 성장기는 풍양 조씨의 제2차 집권기였다. 이 상태는 그가 12세 되던 1849년까지 이어졌다. 그래서 그의 눈에 비친 세상은 풍양 조씨의 천하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그런 세상이 뒤집히는 것을 목격했다. 헌종이 후계자 없이 세상을 떠난 1849년에 헌종의 7촌 윗사람인 철종이 대궐 주인이 되면서부터였다. 안동 김씨는 대왕대비인 순원왕후를 중심으로 이 권력 공백기에 신속히 대응했다.
 
임금도 없고 후계자도 없는 비상시국 하에서 최고 대권을 쥔 순원왕후는 강화도에 사는 철종을 불러들여 자기 아들로 입양한 뒤 왕위에 앉혔다. 새로운 임금이 안동 김씨와 법적 연계를 갖도록 한 것이다. 또 즉위 당시 철종이 만 18세라서 수렴청정이 필요 없는데도 순원왕후는 6년간이나 수렴청정을 했다. 안동 김씨의 제3차 집권을 공고히 하고자 만전을 기했던 것이다.
 
철인왕후와 철종의 혼례는 이 시기에 이뤄졌다. 순원왕후가 철종을 대신해 국정을 운영한 지 2년이 경과한 1851년의 일이다. 제3차 집권에 성공한 안동 김씨가 만전을 기하는 것도 모자라, 만전에 만전을 기하고자 이 혼례를 성사시켰던 것이다.
 
드라마 <철인왕후>는 만 14세인 주인공이 왕비가 되기 직전 상황부터 다루고 있다. 이 시기의 철인왕후는 위와 같은 정치적 이유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살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의 행동 하나하나에 안동 김씨의 미래가 걸려 있었다.

왕후의 위신을 거침없이 깎아내린 장봉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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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토일드라마 <철인왕후>의 한 장면 
ⓒ tvN


 
그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철인왕후 몸속의 장봉환은 불량소녀처럼 행동하고 있다. 철인왕후와 그 가문을 조금도 배려하지 않은 채, 왕후의 위신을 깎아내릴 만한 언행을 서슴없이 벌이는 것이다.
 
철인왕후가 중전이 된 것은 안동 김씨였기 때문이지만, 여기에는 어느 정도의 행운도 작용했다. 대왕대비와의 촌수가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았던 데에도 기인했다.
 
조선시대에 왕후를 가장 많이 배출한 성씨는 김씨다. 남편이 죽은 뒤에 왕비로 추존된 경우를 제외하고, 살아생전에 현역 왕비가 된 36명 중에서 10명이 김씨였다. 김씨 다음으로 많이 배출한 성씨는 6명을 배출한 윤씨다. 한편, 이씨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왕실이 이씨였기 때문이다.
 
왕후가 될 수 없는 혈통상의 제약이 더 있었다. 대비의 혈통도 일정 범위로 제한됐다. 철종 즉위 당시에는 대비가 셋이었다. 대왕대비·왕대비·대비가 각각 있었다. 이들 각각과 일정한 관계에 있는 여성들도 간택에 지원할 수 없었다. 대왕대비 순원왕후의 경우에는, 순원왕후와 성(姓)이 같은 7촌 이내 친족과 성이 다른 6촌 이내 친족은 왕비 후보가 될 수 없었다.
 
철인왕후는 순원왕후의 동성(同姓) 친족이므로, 만약 7촌 이내였다면 간택에 나갈 수 없었다. 그가 왕비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순원왕후와 9촌 관계였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원래는 13촌 관계였지만, 철인왕후의 아버지인 김문근이 입양됨으로 인해 9촌으로 좁혀졌다.
 
순원왕후의 동성 7촌 밖이면 지원할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촌수가 너무 멀어지는 것도 불리했다. 아무리 안동 김씨일지라도 촌수가 너무 멀면 순원왕후가 믿음을 갖기 힘들 수도 있었다. 촌수가 너무 가깝지도 않고 너무 멀지도 않은 사람이 적격이었던 것이다. 철인왕후는 9촌이라는 점에서 이 요건을 절묘하게 충족했다.
 
이처럼 중전이 되는 데에 일정 정도의 행운도 작용했기 때문에, 철인왕후와 그 직계가족으로서는 중전 자리를 더욱 더 소중히 여길 수밖에 없었다. 드라마 속의 장봉환은 그런 철인왕후의 속도 모르고 몸을 함부로 사용하고 있다. 물속에서 장봉환을 만났을 때, 철인왕후는 입맞춤을 하기보다 '몸 사용 설명서'부터 건네줬어야 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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