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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원덬이 보고 추천하는 <보그 코리아> 9월 화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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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0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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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양분녀

양분녀 할머니는 순창군 인계면에서 100세를 맞으셨다. 호박 넝쿨 마중 문이 있는 집에 들어서면 할머니가 키우는 배추, 고추, 호박이 소담스럽다. 수확하면 꼭 마을 사람들과 나누신다. 고양이 두 마리는 매일 찾아와 할머니에게 밥을 청한다. 1남 7녀 중 막내딸은 어머니의 장수 비결이 따뜻한 마음이라고 우리에게 말했다. “하나를 얻어도 남과 나눌 줄 아셨죠. 그 시절 큰 소리 한번 안 내시고 자식들을 편애 없이 키우셨고요.” 옥색 저고리를 입고 호박꽃과 글라디올러스를 품은 할머니는 딸과 기념 촬영을 하셨다. 기뻐하시는 모습에 비주얼 크리에이터 서영희가 눈물을 삼킨다. “엄마들은 다 똑같은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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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세 신현효

“할머니는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처마 아래서 고구마 줄기를 다듬으시던 신현효 할머니는 “말도 못혀”라며 고개를 저으신다. 곡성군 겸면에 자리한 할머니의 두 칸 한옥은 채송화가 흐드러지고 토란이 작은 숲을 이루고 있다. 할머니의 애정을 받은 나팔꽃, 선인장 등 작은 화분은 올망졸망 군락을 이뤘다. 그러고 보니 마루 밑에 놓인 고무신도 꽃신이다. 할머니에게 한복을 입혀드리고 립스틱을 발라드렸다. “오래 상게 오만 거시기 다 하네.” 다음 날 아침 인사차 찾아뵈었을 때 할머니는 혼자 밥을 드시며 TV를 보고 계셨다. “할머니, 저희 이제 서울로 올라가요.” 할머니께서 손녀를 대하듯 우리 손을 꼭 잡으셨다. “고구마 줄기라도 가져가. 커피라도 매시고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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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세 이차순

낮에 이차순 할머니를 뵈려면 집보다는 마을 정자로 가야 한다. 구례군 광의면 당촌리 입구의 육각형 정자는 사랑방이다. 할머니는 보행기를 끌고 매일 그곳으로 출근하신다. 정자에서도 최고 어르신이다. 두 번 찾아뵀는데, 그때마다 정자의 어르신들께 떡과 과일을 얻어먹었다. 할머니를 댁까지 업으려 하자, 보행기로 쉬엄쉬엄 가기를 원하셨다. 느릴지라도 할머니만의 규칙이 있다. 댁에 도착하자 며느리가 부엌에서 할머니가 좋아하는 반찬인 조기를 굽고, 마당에는 할머니의 수줍음 많은 친구 백구가 졸고 있다. 그 연세에도 할머니가 소일거리로 일구시는 호박과 고추도 널려 있다. 동네에서도 이 댁의 호박이 제일 풍년이라 매년 베푼다. 할머니에게 젊은 시절에 대해 여쭈었다. “밥 먹고 사느라 바빴제!” “이제는 뭐 하느라 바쁘세요?” “하긴 뭘 해, 저기(정자)로 나가봐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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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세 황옥순

황옥순 할머니는 열여덟 살에 담양군 무정면으로 시집와 슬하에 3남 4녀를 두셨다. 여수로, 통영으로 대바구니를 팔러 다니며 아들딸 차별 없이 공부를 시키셨다. 이제 60대가 된 셋째 딸도 “우리 어머니의 장수 비결은 꾸준한 걷기와 소식”이라고 전했다. 찾아뵌 날 할머니는 블루베리 한 줌에 반 공기도 안 되는 밥을 드시고 계셨다. 온 사람 모두에게 “이쁘다, 이뻐”라며 감이며 포도며 들고 가라 쥐여주셨다. 할머니가 손수 가꾸신 과일이다. 할머니의 또 다른 취미는 종이접기. 꾹꾹 눌러 접은 작은 왕관이 바랜 성경책과 함께 소반에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다. 우리는 으아리꽃으로 장식한 큰 왕관을 씌워드렸다. “젊었을 때 입던 꽃 저고리 같네”라며 웃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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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세 임경남

아들이 가꾼 꽃밭에 앉아 계신 임경남 할머니. 몇 년 전 사냥꾼의 오발로 사고를 당한 다리가 불편하시지만, 손자 같은 촬영 팀 스태프가 업어드리자 기운을 내신다. 붉은 맨드라미와 분홍 벌개미취 사이의 할머니도 꽃 같으시다. “지난주에 손자가 손부를 데리고 왔제. 손부도 이쁘고 지어준 옷도 이쁘고 꽃도 이쁘네.” 할머니에게 언제가 가장 행복하셨는지 여쭸다. “전에는 참 많이도 대녔어. 낙화암도 가고, 설악산도 가고 구경은 잘했제. 그래도 아들 손잡고 여전히 다니고 싶으네.” 평소에 곡성군 죽곡면 동네 사람들과 평상에서 얘기 나누길 좋아하시지만, 코로나19 이후 집에서 창밖을 보는 날이 잦아졌다. 다행히 그날 할머니는 약속이 있으셨다. 갈아입을 속옷과 수건을 분홍 보자기에 싸놓고 목욕차를 기다리신다. 머지않아 할머니의 진짜 소풍이 이뤄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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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세 조옥순

조옥순 할머니는 눈이 허리까지 오는 날에도 건어물 장사를 하러 다니며 2남 7녀를키우셨다. 매 한번 들지 않고 키운 자식들이 서울로 광주로 흩어졌는데, 이날은 딸과 사위, 손녀까지 순창군 인계면에 자리한 할머니의 오랜 한옥으로 모였다. 손녀는 자신의 밥상에 늘 가장 큰 조기를 올려주시던 할머니를 자주 찾아뵈리라 다짐했다. 할머니의 인품처럼 온화한 분홍색 가든 로즈를 선물해드리자 향기부터 맡으셨다. “너무 감사한디, 노래라도 해야 하는디, 이전엔 잘했는디”라며 안타까워하셨다. 할머니에게 노래 대신 해주실 말씀이 있으신지 여쭸다. “젊어서 여기저기 다니고 그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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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세 하남순

곡성군 석곡면에 사시는 하남순 할머니네는 그야말로 꽃 잔치다. 마당에는 만개한 화분이 그득하고 빨간 고추가 장미처럼 피어 있다. 방에는 손주가 준 카네이션을 말려 걸어두셨고 달력 그림마저 분재다. “할머니는 꽃이 왜 좋으세요?”
“시상에 꽃만큼 좋은 게 워디 있어.” 할머니에게 꽃반지를 만들어 끼워드렸더니 헤어질 때까지도 빼지 않으신다. “꽃만큼 좋은 게 또 뭐가 있어요?” “젊은 시절은 다 좋제. 농사짓고 애들 키우는 거 다 좋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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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류삼순 

류삼순 할머니는 노인정으로 가는 일정을 취소하고 우리를 기다리고 계셨다. 노년이 되고 가장 많이 가는 곳은 노인정, 그다음이 병원이다. 요즘엔 오랜 장마로 구례군 마산면의 작은 집 툇마루에 앉아 계시곤 한다. 할머니네 마당에는 우물도 있다. 이제는 말라버렸지만 그 우물에서 물을 긷고 밥을 지어 자식들을 키웠다. 여든이 넘은 아들, 마흔이 넘은 손주가 북적이는 도시로 오라지만 나고 자란 마을을 떠날 생각은 없다. “농사를 제놓으면 일뵌 놈이 뺏어가고 반란군에 쌀도 옷도 다 내줬제. 고상을 많이 했지만 예서 살겄어.” 할머니께서 떠나는 우리를 보고 말씀하셨다. “젊어서 재미있게 살아야 돼. 나 안 가본 디 없이 다 가봤어. 그렇게 살아야제.” 


할머니 모델이 아니라 시골에 사시는 100세 전후 할머니를 촬영하기로 했다. 할머니의 시골집에서 고운 한복을 입혀 모양도 내고 꽃과 함께 촬영해 잡지에 싣고 액자로 만들어 기념 선물로 전달하고 싶었다. 할머니 집에는 본인의 예쁜 사진이 별로 없다. 자식 결혼식이나 환갑잔치의 단체 사진 혹은 영정 사진으로 찍어둔 것이 전부다. 할머니는 가끔 물으셨다. “우리 같은 늙은이를 왜 찍을라구 그랴.” 우리는 이렇게 대답했다. “할머니 얼굴이 제일 예쁘니까요. 젊은 것들이 할머니 얼굴을 보면요, 마음이 좋아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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