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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월평균 휴일 0.1일, 노예가 된 어업이주노동자 “단 하루라도 쉴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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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08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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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단 하루 이틀이라도 쉴 수 있으면 좋겠다.”

0.1일·0.7시간. 전북 군산 개야도 지역에서 어업 일을 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월평균 휴일과 일평균 휴식시간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1년 내내 단 하루의 휴일도 없이 일을 해야만 했다. 비가 쏟아지거나 태풍이 와서 배가 안 떠도 육상에서 그물 손질 등의 다른 일을 했고, 일이 없을 땐 선주의 친지 사업장 등으로 보내져 휴일 없이 일을 해야 했다.

선원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광주전남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 등은 7일 고용노동청 군산지청 앞에서 ‘어업이주노동자 노동 인권 침해사건 철저 수사 및 재발 근절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7월 6일부터 8일까지 개야도에서 일하는 어업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선원이주노동자인권네트워크(이하, 선원이주넷)가 파악한 바로는, 개야도 어업이주노동자는 총 150여 명이다. 이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49명이 실태조사에 참여했다. 조사에 참여한 이주노동자는 동티모르(29명) 출신이 가장 많았고, 베트남(13명)·인도네시아(7명) 출신 등도 있었다. 이들은 주로 봄에는 꽃게를 잡았고, 여름엔 멸치를 잡았으며, 겨울엔 김 양식을 했다. 그 외에도 소라, 오징어 등도 잡는 일을 했다.

실태조사 결과는 참담했다.

월평균 노동시간 378시간..“명절에도 일 해”
10% “임금 안 나와”, 20% “나오는지 몰라”

이들 이주노동자의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2.6시간이었고 휴식시간은 0.7시간에 불과했다. 하루에 1시간도 쉴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휴일은 월평균 0.1일이었다. 93.9%가 1년 내내 휴일이 하루도 없다고 응답했다. 휴일이 있더라도 설·추석 명절에 1~2일 쉬는 게 전부였다.

선원이주넷이 실태조사를 통해 계산한 이들의 월평균 노동시간은 377.9시간이었다. 각종 가산수당과 주휴를 고려하지 않고 ‘시간당 최저시급’으로만 계산해도 이들이 받아야 할 월 최저임금은 324만6000원이었지만, 실제 받고 있는 월 임금은 189만2000원이었다. 정해진 시간보다 일을 더 해도, 그해 생산량이 넘쳐나도 대부분의 노동자는 추가 수당이나 보너스를 받지 못했다.

“1년 내내 쉬는 날이 없다. 비가 오거나 태풍이 오면 작업장에서 비옷 입고 일한다. 설·추석에도 쉬지 않는다.”

“배 탈 때는 새벽 1~4시 사이에 출항한다. 자다가 선주가 부르면 나간다. 그리고 오후 3~4시에 들어온다. 이후 5시까지 다른 일을 한다. 무슨 일을 하든지 언제 시작하던지 마치는 시간은 오후 5시다. 가끔 밤 11시에 출항할 때가 있는데, 그때만 오후 3시에 마친다.”

“바쁠 때는 하루에 17~18시간 일하는데, 그런다고 돈 더 주는 건 없다.”

매달 정해진 날짜에 임금을 받고 있다는 응답은 30%에 불과했다. 임금이 늦게 지급된다는 응답이 46.9%로 가장 많았고, 불규칙하거나 계약보다 낮게 지급된다는 응답이 18.4%로 그 뒤를 이었다. 아예 받지 못한 임금이 있다는 응답도 10.2%나 됐으며, 통장이 갖고 있지 않거나 임금이 본국으로 송금되기 때문에 임금이 정해진 날짜에 계약된 금액만큼 지급되는지 알지 못한다는 응답도 20.4%에 달했다.

“2019년 3월 이후로 월급을 한 번도 못 받았다. 사장님에게 월급을 달라고 하면 내년 4월에 준다고 기다리라고 한다.”

이주노동자 자료사진
이주노동자 자료사진ⓒ김철수 기자

일하다 다쳐도 병원 못 가
월급서 차감되는데, 미납금은 100만원

일을 하다가 다치거나 아파도 병원 또는 보건소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으면 선주를 잘 만난 행운이었다. 상당수는 아파도 치료조차 받지 못한 채 일을 해야만 했다.

일하다가 다치거나 아픈 적이 있었다고 답한 이는 25명(51%)이었으며, 그중 치료를 받을 만큼 다치거나 아프진 않았다고 답한 5명을 제외한 20명 중 8명은 보건소 진료조차 받지 못하고 아픈 상태에서 일에 투입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산재보험이나 어선원재해보상보험에 대해서는 과반수(53.1%)가 모른다고 답했다. 다쳐서 병원이나 보건소에 간 12명 중 5명은 치료비를 본인이 지불했다.

아파서 병원에 가고 싶었지만 가지 못한 적이 있었다고 답한 이도 10명(20.4%)이었다. 10명 중 7명은 선주가 병원에 가는 것을 허락해주지 않거나, 혼자서는 갈 수 없는 상황에서 같이 가주질 않아서 가지 못했다. 특히, 개야도에는 병원이 없어서 배를 타고 군산까지 가야 한다. 허락 없이는 혼자서 병원에 가는 게 불가능한 환경인 셈이다.

“일하다가 피부가 가렵고 부풀어 오르는 증상이 생겼다. 병원에 가고 싶었지만 선주가 데리고 가주지 않았다. 보건소에는 몇 번 데리고 가주었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개야도에 병원도 없고 약국도 없다. 보건소만 있다. 아프면 사장님이 보건소에 데려다준다. 많이 아파서 병원에 가고 싶어도, 병원이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른다. 혼자 갈 수 없는데, 사장님이 같이 가주지 않는다.”

건강보험이 있는 사람도 21명(42.9%)에 불과했다. 선원이주넷에 따르면, 이주민 건강보험 가입이 의무화됐기 때문에 입국 후 6개월이 지났으면 모두 건강보험이 있어야 한다.

“건강보험료라고 월급에서 10만원을 제하고 주는데, 보험료를 안 냈다고 매달 고지서가 온다. 지금까지 안 낸 보험료가 100만원도 넘게 쌓였다.”

욕설·폭언, 집안일 강요, 외출·출도 제한
“새벽 5시부터 오후 5시까지 밥을 안 줘”

여권이나 외국인등록증을 선주가 갖고 있는 경우(6명·12.2%), 임금이 입금되는 통장을 선주가 갖고 있는 경우(20명·40.9%), 통장을 선주가 갖고 있어 임금을 자유롭게 찾아 쓸 수 없는 경우(15명·30.6%) 등도 있었다.

욕설과 폭언을 경험한 노동자(73.5%)도 많았다. 본업이 아닌 밭일이나 집안일을 강요(26.5%), 외출 또는 출도 제한(24.5%) 등의 일도 허다했다. 조업 중 밥을 주지 않는 경우도 10.2%나 됐다.

“통장과 카드를 선주가 갖고 있어서 월급이 언제 얼마나 들어오는지 모른다.”

“일할 때 사장님이 욕을 많이 한다. ‘너 죽여버린다. 만약에 너 죽어도 네 가족한테 송금하면 된다’고 하면서 욕을 한다. 그리고 매달 사장님한테 월급 달라고 하면 사장님이 항상 화를 내고 욕을 한다.”

“섬 밖으로 나가려고 여객선 매표소에 가면, 여객선 직원이 선주가 누군지 물어보고 선주한테 전화해서 그 선원이 밖으로 나가도 되는지 확인한다. 그래서 선주가 허락을 안 해주는 사람들은 섬 밖으로 못 나간다.”

“배를 타면 새벽 5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일하는데, 밥을 주지 않는다. 중간에 빵 한 개나 초코파이 두 개만 주고, 일 다 끝나고 돌아와야 밥을 먹을 수 있다. 배가 고프다.”

어업이주노동자 노동 인권 침해 수사 촉구 기자회견
어업이주노동자 노동 인권 침해 수사 촉구 기자회견ⓒ익산노동자의집 관계자 제공

“어업이주노동자 근로조건 전수조사해야”

기자회견에서 선원이주넷 등은 “2016년 11월 고용노동부는 ‘어업 분야 외국인근로자 표준근로계약서 작성 가이드라인’을 세워 노동시간과 임금, 휴어기, 성어기, 휴게시간, 휴일, 숙식비 등의 최소 기준을 만들었다고 발표했다”라며 “그러나 어업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에서는 그 가이드라인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용노동부는 표준근로계약서 가이드라인이 실질적으로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러한 문제들을 고용허가 단계에서 면밀한 심사를 거치거나 정기적인 점검을 통하여 확인한다면 충분히 예방 또는 해결할 수 있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업주들의 탈법행위를 사실상 방조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어업 이주노동자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하다. 좀 쉴 수 있도록 휴일과 휴게시간이 보장되는 것, 일한 만큼 임금이 보장되는 것, 의료보험이 보장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별사법경찰으로서 수사 권한을 가지고 있는 근로감독관이 수사 과정에서 얼마나 제대로 이주노동자들의 말을 경청하고 이를 조사하느냐에 따라 드러나는 실체적 진실의 범위는 달라지고, 그에 따라 노동권 침해의 경계도 달라질 것”이라며,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또 “철저한 조사는 이 사건에만 그쳐선 안 된다. 전라도의 많은 섬에서 연근해어업이 이루어지고 있고, 2018년 기준 전체 고용허가제 어업이주노동자 7400명 중 전라도에만 약 3200명의 어업이주노동자가 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군산 고용노동청은 개야도 이외에 군산지청 관할 하에 있는 모든 섬에서 일하는 어업이주노동자들의 근로조건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여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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