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정가제 사수를 위한 출판·문화계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
도서정가제 사수 위한 출판문화계 공동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2020.9.24/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출판·문화계가 현행 도서정가제의 개정을 추진하는 정부를 향해 "이 어려운 시기에 고통을 가중시키는 도서정가제 개악 시도를 중지해달라"고 호소했다.
'도서정가제 사수를 위한 출판·문화계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24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도서정가제가 우리나라를 문화국가로 만드는 초석이라고 믿는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먼저 공대위는 "도서정가제는 1970년대부터 출판 서점계가 출판 독서, 책의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온 제도"라며 "2000년대 들어서 김대중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역대 정부는 그 취지에 공감해 법을 제정하고 제도를 발전시켜 왔다"고 운을 띄웠다.
이들은 "문재인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의 철학을 바탕으로 두 차례에 걸친 대통령 선거에서 도서정가제를 도입하겠다고 출판계와 정책협약을 맺은 바 있다"며 "2014년부터 시행된 도서정가제는 그 정책적 효과로 책 발행종수가 늘어나고, 사라졌던 오프라인 서점들이 살아나고, 젊은 문화주체들이 서점과 출판사, 저자로 뛰어들고 있다"고 했다.
2014년 정비된 도서정가제는 3년마다 상황 변화에 따라 법안을 재정비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에 2018~2019년 민관 협의과정에서 출판, 문화단체, 소비자 단체, 전자출판단체와 정부가 16차례 논의과정을 거쳐 합의안을 만들었다.
합의안에는 발행 후 18개월이 지난 도서는 정가를 변경(재정가)할 수 있게 하는 현행 기준에서 12개월로 단축하고, 정부 등 공공기관에 대한 가격할인은 최대 10%까지만 허용하고, 웹툰·웹소설 등 정가 표시의무 완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현행 도서정가제의 개정 합의안이 아닌 자체 검토안을 내놓으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공대위에 따르면 문체부 추가 검토안에는 도서전 및 재고도서에 대한 도서정가제를 적용하지 않거나 최대 15%(10% 할인, 5% 적립)의 혜택을 주는 현행 기준에서 30%로 확대하는 내용, 전자출판물의 경우 할인율을 20~30% 확대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공대회 관계자들이 항의서한 전달을 위해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학원 한국출판인회의 회장,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 이종복 한국서점조합연합회장.2020.9.24/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공대위는 "문화체육관광부도 관련 민간단체도 모두 합의한 이 안을 흔들어 놓는 보이지 않는 손은 누구인가, 누구일 수 있나"며 "더이상 담당 주무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에게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라 청와대에 질문을 던질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누군가에겐 책상 위에서 만들어진 정책이지만, 피켓을 들고 있는 우리에겐 생존의 문제이고, 일터를, 문화산업을 지키고자 하는 벼랑 끝 고뇌임을 알아달라"며 "우리는 빨리 이런 시위를 그만 두고 서점에서 손님을 만나고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와대와 문체부는 도서정가제의 근간을 흔들려는 밀실행정을 중단하라"며 "(또한) 도서정가제에 대한 범출판계의 기존 합의를 존중하고 이행하라"고 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이후 도서정가제 사수를 위해 청와대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공대위에는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인회의, 한국작가회의, 책읽는사회문화재단,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어린이도서연구회 등 36개 출판 문화 단체가 속해있다.
한편 한국출판인회의가 최근 전국 교보문고 애독자 61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9.2%가 현행 도서정가제 기본 취지에 찬성했다. 반대라고 응답한 24.8%보다 2.4배 많은 수치다. 이번 조사의 응답자는 총 1000명이었다.
출판인회의 측은 "이런 결과는 그동안 '도서정가제가 출판 및 서점 업계의 이익만을 내세울 뿐 실제로 책을 읽는 소비자의 입장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일부의 잘못된 시각을 바로잡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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