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img.theqoo.net/Arntk
21세기에 진입한 한국 사회는 이런 우스꽝스러운 홍역을 치르며 2010년대 구간을 지나고 있는데, 이런 일련의 과정을 유심히 눈여겨본 비상한 머리의 소유자가 하나 있었다. 자신의 공부 방법에 특별한 기술이 있다는 책을 써서 유명세를 얻고 최근엔 여러 방송에 나와 열심히 자신을 팔고 있는 한 남자다.
그는 인터넷으로 예일대 학위를 받았다는 식으로든 남의 졸업장을 스캔해 포토샵으로 편집하는 식으로든 절대로, 일체의 허위 사실을 유포하지 않는다. 졸업하지 않은 학교에 대해 졸업했다고 절대로 말하지 않는다.
대신 ‘수업을 들었다’는 아주 경계가 모호한 어휘를 선택함으로써 자신의 학력을 포장한다. 예를들면 그가 졸업한 학교는 뉴욕대학교 경영학과 하나지만 “음악 하는 사람들이 멋있어 보여서 옆 학교인 줄리어드 음대의 수업을 들었다”고 말함으로써 마치 줄리어드 음대를 다닌 것처럼 보이게끔 만드는 것이다.
이 기술이 대단한 것은 누구에게도 학교를 다녔다거나 졸업했다고 말하면서 스스로 학력위조라는 구시대의 범죄에 동참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수업을 들었다’는 사실만을 이야기하면서 사람들이 알아서 오해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이다. 누가 집요하게 물어보면 “나는 거기 다녔다거나 졸업했다고 말한 적 없다”고 말하면 그만인 셈이다.
그는 줄리어드 음대라는 대학의 이름을 언급했을 뿐이지만 사람들은 뉴욕대학교와 줄리어드 음대라는 두 개의 대학 이름을 기억하다가 결과적으로 두 학교에서 공부한 사람이라고 기억해버리면서 그를 대단한 사람으로 만드는 실수를 범한다. 본인은 학력위조를 하지 않지만 사람들에 의해 학력이 추가되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을 고안한 것이다.
“미국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사람이 프랑스에서 인문학을 배우려면 적응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소르본대학 적응과정을 수료했다.”
https://img.theqoo.net/auGyJ
쉽게 말해 어학당과 다름 없는 과정을 ‘소르본대학 적응과정을 수료했다’고 표현하면 사람들은 소르본대학이라는 대학 이름을 기억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사용하는 언어가 다른 국가의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어학 능력을 검증 받아야 하지만 그는 이를 굳이 설명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별 상관 없는 사실을 덧붙여 좀더 구체적이고 모양새가 세련된 것처럼 보이는 문장으로 다듬는 것이다.
그래서 ‘영어권 국가의 학생이 프랑스 대학에서 공부하려면’이라는 조건이 ‘미국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사람이 프랑스에서 인문학을 배우려면’이라는 조건으로 화려하게 둔갑한다.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에 소르본대학을 추가하는데 성공할 수 있다.
이렇게 줄리어드 음대와 소르본대학을 간단하게 추가한 그는 마지막에 “에꼴드루브르에 입학했다”고 말하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에꼴드루브르라는 학교를 더불어 기억하게 만드는 것까지 성공한다. 그의 이런 일련의 작업에는 전통적 기법의 학력위조가 들어가지 않으며, 스스로도 “졸업한 대학은 뉴욕대 하나 뿐이다”라거나 “짧은 가방끈이 여러개 있다”는 식으로 전제를 깔면서 모종의 혐의로부터 완전히 벗어난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제도권 교육을 받았다는 것을 경력으로 이용하려면, 제도권 교육기관이 요구하는 전체 과정을 따라 밟은 후에 ‘졸업’이라는 형태로 공식화 되어있는 자격까지 확보한 후에 해당 경력을 활용하는 것이 옳다. 어느 학교에 입학했는데 어떤 이유로 졸업하지 않았다면, 해당 학교를 본인의 학력에 은근슬쩍 끼워 넣으면 안 된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말이다. 이건 해당 학교에서 요구하는 모든 교육 과정을 성실히 따라 밟아 졸업한 사람들 뿐만 아니라 제도권 교육 전체를 희롱하는 거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그는 비상한 기술을 동원해 7개국어에 능통한 언어천재라는 부수적인 타이틀도 거머쥐었는데, 역시 학위를 추가하는 방법과 동일한 방법으로 획득한 것이다. 어떤 자격증이나 시험 점수, 저술한 책이나 논문을 언급하는 대신에 어디서 몇 년 살았고, 어떤 언어로 대화가 가능하다는 식의 설명만을 한다. 그러면서 간단하게 해당 언어로 자기소개를 하면 사람들이 ‘몇 개국어를 구사하는 사람’이라고 맞장구를 쳐준다. 포인트는 이 맞장구에 “부끄럽다”거나 “에이, 그런 건 아니고요”라는 식의 반응을 일체 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일상적이고 단순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외국어 실력을 가지고 ‘언어천재’로 거듭나는 것이다.
얼마전 교육방송의 로비에 잠깐 들어간 적이 있었다. 새로 지어진 방송국 로비는 상당히 쾌적했고,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줄줄이 들어와 프로그램 방청을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방송국 정문을 정면에서 압도하는 초대형 스크린 하나가 여러가지 프로그램의 예고편을 쉴새 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익숙한 얼굴 둘이 연이어 등장했다. 하나는 ‘소통하는 인문학’이라는 자막과 함께 여전히 회색 수트를 입고 있었고 하나는 ‘언어천재’라는 자막과 함께 여전히 당당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런 이들은 마치 무엇이든 말할 수 있는 것처럼 거의 모든 것에 대해 말하려고 든다. 텔레비전에서 이런 사람들이 나와서 열심히 인문학에 대해 혹은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떠들면, 냉장고 앞으로 가라. 야채 칸에 있는 토마토를 꺼내 씻고 적당한 크기로 잘라 유리 그릇에 옮긴 다음 싱크대에서 설탕 봉지를 꺼내 듬뿍 뿌리자.
전문은 출처
출처 : https://1boon.daum.net/ziksir/5b92113fed94d20001e11826
21세기에 진입한 한국 사회는 이런 우스꽝스러운 홍역을 치르며 2010년대 구간을 지나고 있는데, 이런 일련의 과정을 유심히 눈여겨본 비상한 머리의 소유자가 하나 있었다. 자신의 공부 방법에 특별한 기술이 있다는 책을 써서 유명세를 얻고 최근엔 여러 방송에 나와 열심히 자신을 팔고 있는 한 남자다.
그는 인터넷으로 예일대 학위를 받았다는 식으로든 남의 졸업장을 스캔해 포토샵으로 편집하는 식으로든 절대로, 일체의 허위 사실을 유포하지 않는다. 졸업하지 않은 학교에 대해 졸업했다고 절대로 말하지 않는다.
대신 ‘수업을 들었다’는 아주 경계가 모호한 어휘를 선택함으로써 자신의 학력을 포장한다. 예를들면 그가 졸업한 학교는 뉴욕대학교 경영학과 하나지만 “음악 하는 사람들이 멋있어 보여서 옆 학교인 줄리어드 음대의 수업을 들었다”고 말함으로써 마치 줄리어드 음대를 다닌 것처럼 보이게끔 만드는 것이다.
이 기술이 대단한 것은 누구에게도 학교를 다녔다거나 졸업했다고 말하면서 스스로 학력위조라는 구시대의 범죄에 동참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수업을 들었다’는 사실만을 이야기하면서 사람들이 알아서 오해하도록 유도한다는 점이다. 누가 집요하게 물어보면 “나는 거기 다녔다거나 졸업했다고 말한 적 없다”고 말하면 그만인 셈이다.
그는 줄리어드 음대라는 대학의 이름을 언급했을 뿐이지만 사람들은 뉴욕대학교와 줄리어드 음대라는 두 개의 대학 이름을 기억하다가 결과적으로 두 학교에서 공부한 사람이라고 기억해버리면서 그를 대단한 사람으로 만드는 실수를 범한다. 본인은 학력위조를 하지 않지만 사람들에 의해 학력이 추가되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을 고안한 것이다.
“미국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사람이 프랑스에서 인문학을 배우려면 적응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서 소르본대학 적응과정을 수료했다.”
https://img.theqoo.net/auGyJ
쉽게 말해 어학당과 다름 없는 과정을 ‘소르본대학 적응과정을 수료했다’고 표현하면 사람들은 소르본대학이라는 대학 이름을 기억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사용하는 언어가 다른 국가의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어학 능력을 검증 받아야 하지만 그는 이를 굳이 설명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별 상관 없는 사실을 덧붙여 좀더 구체적이고 모양새가 세련된 것처럼 보이는 문장으로 다듬는 것이다.
그래서 ‘영어권 국가의 학생이 프랑스 대학에서 공부하려면’이라는 조건이 ‘미국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사람이 프랑스에서 인문학을 배우려면’이라는 조건으로 화려하게 둔갑한다. 그렇게 사람들의 기억에 소르본대학을 추가하는데 성공할 수 있다.
이렇게 줄리어드 음대와 소르본대학을 간단하게 추가한 그는 마지막에 “에꼴드루브르에 입학했다”고 말하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에꼴드루브르라는 학교를 더불어 기억하게 만드는 것까지 성공한다. 그의 이런 일련의 작업에는 전통적 기법의 학력위조가 들어가지 않으며, 스스로도 “졸업한 대학은 뉴욕대 하나 뿐이다”라거나 “짧은 가방끈이 여러개 있다”는 식으로 전제를 깔면서 모종의 혐의로부터 완전히 벗어난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제도권 교육을 받았다는 것을 경력으로 이용하려면, 제도권 교육기관이 요구하는 전체 과정을 따라 밟은 후에 ‘졸업’이라는 형태로 공식화 되어있는 자격까지 확보한 후에 해당 경력을 활용하는 것이 옳다. 어느 학교에 입학했는데 어떤 이유로 졸업하지 않았다면, 해당 학교를 본인의 학력에 은근슬쩍 끼워 넣으면 안 된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말이다. 이건 해당 학교에서 요구하는 모든 교육 과정을 성실히 따라 밟아 졸업한 사람들 뿐만 아니라 제도권 교육 전체를 희롱하는 거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그는 비상한 기술을 동원해 7개국어에 능통한 언어천재라는 부수적인 타이틀도 거머쥐었는데, 역시 학위를 추가하는 방법과 동일한 방법으로 획득한 것이다. 어떤 자격증이나 시험 점수, 저술한 책이나 논문을 언급하는 대신에 어디서 몇 년 살았고, 어떤 언어로 대화가 가능하다는 식의 설명만을 한다. 그러면서 간단하게 해당 언어로 자기소개를 하면 사람들이 ‘몇 개국어를 구사하는 사람’이라고 맞장구를 쳐준다. 포인트는 이 맞장구에 “부끄럽다”거나 “에이, 그런 건 아니고요”라는 식의 반응을 일체 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일상적이고 단순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외국어 실력을 가지고 ‘언어천재’로 거듭나는 것이다.
얼마전 교육방송의 로비에 잠깐 들어간 적이 있었다. 새로 지어진 방송국 로비는 상당히 쾌적했고,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줄줄이 들어와 프로그램 방청을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방송국 정문을 정면에서 압도하는 초대형 스크린 하나가 여러가지 프로그램의 예고편을 쉴새 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익숙한 얼굴 둘이 연이어 등장했다. 하나는 ‘소통하는 인문학’이라는 자막과 함께 여전히 회색 수트를 입고 있었고 하나는 ‘언어천재’라는 자막과 함께 여전히 당당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런 이들은 마치 무엇이든 말할 수 있는 것처럼 거의 모든 것에 대해 말하려고 든다. 텔레비전에서 이런 사람들이 나와서 열심히 인문학에 대해 혹은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 떠들면, 냉장고 앞으로 가라. 야채 칸에 있는 토마토를 꺼내 씻고 적당한 크기로 잘라 유리 그릇에 옮긴 다음 싱크대에서 설탕 봉지를 꺼내 듬뿍 뿌리자.
전문은 출처
출처 : https://1boon.daum.net/ziksir/5b92113fed94d20001e11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