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들 본 적이 있을, 환경 문제에는 Fun하고 Cool하고 Sexy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코이즈미 신지로 일본 환경대신
공약을 지키겠냐는 말에 '하겠습니다, 그것이 '약속'이니까'(끄덕)으로 답한 적도 있고,
기후변화 회의에 참여했을 때 환경대신이 온실가스의 주범인 소고기 스테이크를 먹고 싶다는 말을 해도 되냐는 말에 '매일 먹고 싶다는 말은 매일 먹고 있지 않다는 뜻입니다'라고 답한 적이 있는 등, 소위 '펀쿨섹좌'로 한국에 알려져 있음
일각에서는 제발 아베의 뒤를 이어 차기 총리대신이 되어 주었으면 하는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지만....이 사람이 정말 지역구를 세습받아 할 수 있는 것도 아는 것도 없는 무능한 바보 도련님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그렇지 않음.
얘기를 거슬러 올라가면 2000년대 초반, 코이즈미 준이치로가 정치적으로 돌풍을 일으키던 시기까지 가야 함.
그 때 코이즈미 칠드런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수많은 정치 신인들이 영입되었고, 또 중용되었음. 그리고 당연히 코이즈미의 실각과 함께 이 코이즈미 칠드런들은 찬밥 신세가 되었고, 아직까지 정치 생명을 유지하고 있는 건 현 도쿄도지사인 코이케 유리코 정도.
자연스럽게 아버지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정치가로서의 인생을 시작한 건 뭐 순탄했으나, 장남이 아닌 차남이 지역구를 물려받은 것도 있고, 유명 배우로 활동 중인 장남이 유세를 도와주거나 정치적 뒷받침이 되어주지는 않고 있음. 뭐 이건 아버지가 이혼하면서 장남은 어머니를 따라 나와 살고 아버지와는 거의 연을 끊은 탓이긴 한데 뭐 복잡한 가정사니까 그렇다 치고.
신지로를 정치적으로 받쳐줘야 할 '가신' 역할의 코이즈미 칠드런은 코이즈미 내각이 실각과 동시에 대거 숙청당해버림. 파벌이라고 부를 정치적 기반은 없고, 아버지의 이미지가 그나마 좋기에 국회의원 해먹고 사는 덴 무리가 없지만 더 높은 자리로 나아가기엔 아버지 이름빨 갖고는 더 이상 안 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
그렇게 자기 파벌이 없다보니, 자민당 내의 큰 파벌 중 하나인 이시바 시게루 파벌로 들어가려는 스탠스를 취하기도 했고, 공개적으로 아베를 비판한 적도 있고, 아베 파벌에 찍힐 짓을 꽤 많이 해버림. 특히 선거 때 중립을 표방하다가 결국 투표 때 이시바 시게루한테 표를 던진 게 최악의 한 수로 남았고, 결국 아베가 연임되면서 이시바 시게루 파벌이 다 찍혀나가는 와중에 납작 엎드려 기면서 겨우 살아남았음.
여기에, 아베는 아베 나름대로 젊음, 혁신, 소장파 이미지를 갖고 있으면서 대중적 인지도와 인기도 높고, 권력 기반이 약해 마음대로 쥐고 흔들 수 있는 코이즈미 신지로를 자기 파벌에 넣어 유력한 카드로 활용하려는 복안이 있음. 81년생에 정치적으로는 떨거지나 다름없는 신지로를 환경대신에 앉힌 것도, 자기 자리를 위협할 코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로 갈 표심과 관방대신에서 방위대신으로 가며 극우들 표를 모아 자기 자리를 위협하기 시작한 코노 타로를 견제하기 위함임. 대신은 대신이지만 실권은 거의 없는 환경성에 앉혀놓고, 대외적 이미지만 소모해가면서 아버지 코이즈미 준이치로의 지지자들이 코이케 유리코가 아닌 신지로를 지지하도록, 그리고 젊고 혁신적인 이미지로 민주당이나 도민퍼스트회, 공산당, 사회당에 갈 표를 모아오는 역할에 더해 중도 우파들의 지지율을 모아 코노 타로를 견제하도록 그 자리에 앉혀놓은 것.
이 상황에서 코이즈미 신지로가 선택한 건 아베의 꼭두각시 역할을 해주되, 최대한 여론이 갈리는 이슈와 대외적으로 이미지가 나빠질 안건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고, 아베 내각 하에서 힘을 길러 자기 파벌을 가질 만큼의 대외적 영향력과 정치적인 '무게'를 키우는 쪽이었음. 불륜으로 유명한 타키카와 크리스텔과 굳이 굳이 대대적으로 결혼발표를 하며 '그녀의 옆에 있으면 갑옷을 벗는 기분이다'라고 말한 것도, 다 로맨스와 진정한 사랑을 선호하는 대중들에게 어필하기 위함임.
상식적으로 한 나라의 환경문제를 담당하는 장관급 인사한테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소고기를 좋아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물으면 '온실가스는 나쁘지만 인간은 육식을 해야 하고 환경 문제는 발전된 기술로 블라블라...'하는 게 정상임. 그리고 아이비리그 대학을 졸업한 인재가 '그걸 설명하는 자체가 Sexy하지 않네요'라고 말할 리가 없음. 하지만 그렇게 똑똑한 이미지를 내세우면 아베가 바라는 꼭두각시 역할을 하기엔 너무 튀어버리기 때문에, 바보 도련님 역할을 하면서 때때로 멍청한 듯 교묘하게 화살을 피해가는 말을 던지며 자기 이미지를 세우고, 정치적 입지를 굳혀 나가기 위한 액션을 취하는 것임.
앞으로 아베 내각이 얼마나 갈 지는 모르겠지만, 때가 되면 둘 중 하나의 움직임이 보일 것임. 개각을 단행하면서 코이즈미 신지로가 쫓겨나 개털이 되거나, 아니면 자민당 내에서 중책을 맡으며 당 내 소장파를 결합해 자기 파벌을 결성하기 시작하거나.
결론: 펀쿨섹좌는 멍청한 게 아니라 아베에게 이용당하고, 또 이용하는 중임. 이 새끼 아이비리그 졸업해서 영어도 ㅈㄴ 잘 함.
차기 총리로 펀쿨섹좌를 미는 건 오히려 코노 타로처럼 극우꼴통 이미지로 굳어진 놈이 총리로 올라서는 것 보다 더 위험할 수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