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한복의 재해석과 왜색논란은 어떻게 보면 필연적일수밖에 없지 않나 싶음.
사실 한중일의 의복은 디테일한 면에서는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지만, 전체적인 실루엣이나 인상에는 유사성이 상당히 높음. 그리고 전통 의복의 재해석의 기본은 어디를 늘리거나 줄이는 거고, 비슷한 옷들이 비슷한 재해석을 하면 전체적인 인상이 비슷해지는 건 불가피한 일이라고 생각함.
일본 같은 경우는 전통 의상인 기모노의 재해석에 대해 터부가 거의 없었고, 대중문화(주로 오타쿠 서브컬쳐)에서 거부감 없이 적극적으로 재해석이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었다는 거지. 특히 매체의 수요자의 특성상 여성 캐릭터의 성적 매력을 부각시키는 방향(노출이 늘어나고 스커트가 짧아지는)으로 다양한 재해석이 이루어졌고, 이러한 방향성을 가지는 재해석의 영역은 일본이 선점하고 있던 상황인 거지.



문제는 한국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전통 문화의 재해석에 대한 강한 보수성을 가지고 있었고, 한복을 조금이라도 변형할라치면 "아니 어떻게 감히 한복을 저런 꼴로 만드느냐!" 하는 반응이 많았음. 특히 일본에서처럼 성적 매력을 부각시키는 방향에 대한 재해석은 절대적인 금기였고. 지금이나 되니까 블랙핑크 옷이 예쁘다고 하지 십년 전이었으면 어떻게 한복을 저 꼴로 만드느냐는 반응을 들었을 거임. 문제는 블랙핑크 의상의 재해석의 방향성이 일본 오타쿠 서브컬쳐에서 기모노를 재해석하는 방향성과 같았고, 전체적으로 비슷한 인상을 가진 옷이 같은 방향의 재해석을 거치면 그 결과물도 비슷해 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함. 오히려 강한 차별점을 주던 디자인적 요소들이 생략되니까 더욱 비슷하게 보일 수 밖에 없는 거지. 블랙핑크의 한복에 대한 왜색 논란은 "일본 옷과 비슷해 보인다." 가 아니라 "일본 오타쿠 서브컬쳐에서 보던 옷과 비슷해 보인다."라고 생각함.
결국 한복을 재해석하고 대중문화에 접목시키는 작업은 일본 서브컬쳐의 재해석과 비슷해 보일 것을 감안하면서 차별점을 찾아가는 일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