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사랑의 불시착'이 일본 여성들에게 지지받는 이유
17,965 61
2020.06.30 22:09
17,965 61

지난 4월 일본 보그지에 실린 글인데 요즘도 불시착 관련해서 많이 읽히는 글이라서 가져왔음

--------------------------


한류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 그리는 ‘포스트 미투 시대의 영웅상’



현재 넷플릭스에서 방영중인 한류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특히 자립한 여성들로부터 열광적인 지지를 모으며, 국경을 너머 사회현상화 되고 있다. 단지 남녀 멜로 드라마를 넘어 스토리텔링이 투영하는 ‘미래’는 무엇일까. 젠더 문제에 정통한 언론인 하루베 렌게 씨가 그 혁신성을 이야기 한다

BY RENGE JIBU  

2020年4月14日



한류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의 인기가 계속되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된지 7주가 지났어도 종합 탑텐을 유지하고 있고, 원고를 집필하고 있는 4월 14일 시점에서는 3위다. 주된 이야기는 북한 장교 리정혁(현빈)과 남한 여성 CEO 윤세리(손예진)의 38선을 넘은 사랑 이야기인데 리정혁 아버지가 총정치국장이라는 권력자, 윤세리는 재벌 딸이라는 설정. 바로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기존 한류팬 이외에도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으며, 특히 전문 기술을 가진 여성들로부터 뜨거운 지지를 얻고 있다. 내 주변에서도 경영자, 기업 관리직, 편집자, 기자, 번역가, 변호사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이 '불시착'을 보고 그 매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좋아하는 씬’으로 많은 사람들이 언급하는 것은 4회 마지막. 북한 시장에서 미아가 된 세리가 망연자실해 있으면 정혁이 아로마 향초를 한손에 들고 찾아와 준다. 며칠전까지는 양초와 아로마 향초를 구별하지 못했던 그는 ‘이번에는 향초요. 맞소?’라고 세리에게 묻는다. 

이것은 단지 ‘심쿵씬’이 아니다. 

먼저, 아로마 향초를 알지못했던 정혁의 강건한 반생이 엿보인다. 덧붙여 ‘당신을 찾으러왔다’는 등의 진부한 말은 하지 않는 간결함.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손에 들고 있는 것이 상대의 희망과 맞는지를 확인하는 행동이 중요하다. 여기에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정혁의 세리에 대한 태도가 나타나 있는데 그녀가 곤란한 때에 자신이 행동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녀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이다.


마초적인 남자다움에 대한 안티테제

멜로 드라마답게, 두 사람은 멀어졌다가 재회했다를 반복한다. 그 때, 정혁은 세리에게 「다친데는 없소?」라고 묻는 경우가 많다. 정작 자신은 상상을 초월하는 고생을 하는데도 「일 없소」,「괜찮소」라고 말한다.

자못 고전적인 남성으로 보이지만, 그 언행은 지극히 현대적이며, 포스트 미투 시대에 어울린다. 두 사람의 연애는 지극히 절제되면서 진행되는데 서로 호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2~3화만에 알 수 있는데도 관계가 좀처럼 진전되지 않는다. 서른을 넘은 남녀가 2인승 자전거를 타거나 타인의 어깨 너머로 눈을 마주치고 외면하는 모습은 마치 중학생과 같다.

주의 깊게 보고 있으면 연애 관계를 깊게 이끄는 역할은 주로 세리가 담당한다는 걸 알게 되는데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군사분계선을 넘어와 북한에 온 세리는 전초선을 순찰하던 정혁과 우연히 만나는데 초면에서부터 「얼굴이 내 취향이에요」라고 말한다.

이후에도 세리는 함께 기념사진을 찍을까요 라고 말하거나 이별 시에 정혁이 악수를 청하자 마지막인데 한번 안아주지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혁은 부모가 정한 약혼녀가 있기에 세리와의 사이에 선을 긋는다

자신의 능력으로 창업해서 상장까지 하고 서울 고급 주택가에 사는 세리는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들과 스캔들에 오르내리고 연애도 능숙하지만 반면 정혁은 고지식하고 연애 경험도 없으며 책장에는 세리가 보기엔 어둡고 어려운 책들만 꽂혀 있다. 

군인이라는 설정이나 세리를 지키기 위한 과감한 행동은 전통적인 "남자다움"에 가깝지만 정혁에겐 이른바 "마초성"이 없다"


자립한 여성들이 원하는 것

마초와는 거리가 먼 정혁의 언행은 오히려 세리에게는 해독제가 됐는데 가족관계에서 마음의 상처를 입은 세리에게 손수 요리를 만들어 주고 사람들과 섞여 식탁에 둘러앉는 먹는 것은 마음의 재활이 된다. 북한에서 세리가 정혁의 부하들과 함께 누룽지, 라면, 조개, 삶은 계란, 옥수수, 튀김 등을 맛있게 먹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서울에선 소비뇽블랑만 마시는 생활을 했는데 북한에선 맥주도 소주도 모두 함께 맛있게 즐긴다.

북한의 소박하고 행복해 보이는 식사 장면은 서울에서 호화로운 식사를 앞에 두고도 전혀 젓가락을 대지 않던 세리의 모습과 대조된다. 주위 사람과 신뢰 관계가 있기 때문에 식사가 즐거운 일이 되는 것이다.

세리가 잘 먹고 잘 자도록 마음을 쓰는 정혁의 다정함은 그녀의 마음을 살리고 타인에 대한 신뢰를 되찾게 한다. 또 당초 냉담하고 무표정했던 정혁은 세리와의 관계가 진전됨에 따라 걱정하고 한탄하며 울게 되는데 호의를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세리를 만남으로써 스스로 억눌렀던 감정을 되찾는다. 바로 그것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다.

정혁으로 체현되는 남성상은 ‘내 의사를 존중받고 싶어’라는 현대여성의 바람을 반영하고 있다. 자립해서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은 이제 ‘날 따라와’라는 남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바라는 것은 오히려 극 후반 정혁이 세리의 생일에 전하는 말이다. ‘내년에도 그 다음에도, 그 다음에도 좋은 날들일 거요. 내가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 태어나줘서 고맙다. 사랑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있어서 고맙다. 그러니 계속 행복한 날들일거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지만 세리가 불행했던 것은 자신의 존재가 가장 사랑하는 어머니를 괴롭히는 거라고 느끼는 것이었는데 그런 세리에게 가장 필요로 했던 존재 자체를 긍정하는 말을 정혁이 해주었을 때 세리에게 엄청난 변화가 생긴 것이다.


한국에 찾아온 불가역적인 사회 변화

왜, 지금 이러한 남성상이 지지를 받는 것일까.

생각나는 것은 지난해 한 국제회의에서 만난 한국 대형 미디어의 남자 관리직에게서 들은 얘기다. 그는 "미투 운동은 한국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꿨다. 더는 물러설 수 없다"고 말했다. 권력을 배경으로, 또는 편의의 댓가로 성폭력을 저지른 남성들이 잇달아 정계를 떠난 사실을 말해주며 우리 남성들은 이 변화를 묵묵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리정혁이 구현하는 남성상은 빠르게 변해가는 한국 사회가 판타지 형태로 몇 걸음 앞서 그려 보인 현대판 왕자님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연애에서 여성의 의사를 무시하고 행동하는 일은 결코 없다. 가까운 사람, 사랑하는 사람을 아끼며 슬픔이나 눈물을 숨기지 않고 경제력이 있는 자립적인 여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묵묵히 곁에 있어준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주인공 2명 말고도 인물들을 정성스럽고 매력있게 그렸다. 내가 특히 흥미롭게 본 것은 '도청자' 만복인데 그는 북한의 잔혹한 정치 체제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존재로 그려졌다.

17세부터 20년간 북한 비밀경찰의로 살아온 만복은 집이나 차량에 설치된 도청기를 통해 대화 등을 엿듣고 보위부에 보고한다. 원한을 사는 일도 많고 귀때기라는 멸칭으로 불리며 자식은 왕따를 당한다. 그에게는 직업 선택의 자유가 없고 때로는 친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데 가담하기도 한다.

조역이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이 역할은 중요한데 클라이맥스에서 그가 용기 있는 결단을 하개 된 것은 바로 만복을 한 인간으로 존중한 정혁의 말때문이었다. 이 드라마에서 형태를 바꿔 반복적으로 그려지는 것은 정치 체제를 넘어선 소중한 인간애인데 그 중 많은 장면이 집안, 거실, 식탁에서 전개된다.

지금 우리는 신형 코로나 바이러스 보도에 완전히 잠겨버렸다. 많은 직장이 휴업하고, 학교는 휴교되고, 회의도 이벤트도 중지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불안한 나날속에도 불시착 팬들과 함께 이야기하는 것으로 잠시동안의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코로나가 끝나면 서울에 여행가자’라고 그녀들과 서로 격려하면서 오늘도 집에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우울한 시기, 집에서 일과 가사노동 사이에 마음의 아로마 향초와 같은 희망을 주는 것이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다. 나도, 나의 친구들도 출연자와 제작자 분들에게 마음으로부터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국경을 넘어 확산되고 있는 바이러스가 세계를 불안하게 하고 있는 중에 바다를 건너 와준 멋진 컨텐츠에 구원받았기 때문이다.


https://www.vogue.co.jp/change/article/crash-landing-on-you


목록 스크랩 (7)
댓글 61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영화이벤트] 탈출 불가! 극한의 공포! <살목지> SCREENX 시사회 초대 이벤트 113 00:06 3,801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983,219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976,383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975,945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5,313,416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067,771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3 21.08.23 8,520,788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8 20.09.29 7,438,136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04 20.05.17 8,648,059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6 20.04.30 8,525,401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414,413
모든 공지 확인하기()
3025517 이슈 MODYSSEY (모디세이) THE 1ST SINGLE ALBUM 𝟏.𝐆𝐨𝐭 𝐇𝐨𝐨𝐤𝐞𝐝: 𝐀𝐧 𝐀𝐝𝐝𝐢𝐜𝐭𝐢𝐯𝐞 𝐒𝐲𝐦𝐩𝐡𝐨𝐧𝐲 05:05 76
3025516 유머 새벽에 보면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괴담 및 소름썰 모음 184편 2 04:44 107
3025515 기사/뉴스 4월부터 매주 문화가 있는 날…뮤지컬·배구 입장료 할인 1 04:33 349
3025514 이슈 [선공개] 파코 드디어 서울 입성! 한국 땅 밟자마자 뱉은 첫 마디는? 6 03:55 1,001
3025513 이슈 블라인드에 올라온 토스 인사팀 불륜jpg 12 03:54 3,307
3025512 이슈 편의점 컵라면 꿀조합 4 03:31 1,059
3025511 이슈 동안 때문에 힘들어서 나이 많아 보이고 싶다는 대학병원 의사.jpg 55 03:22 4,475
3025510 이슈 원피스 전개상 여태까지 루피가 이동한 경로 8 03:04 1,852
3025509 유머 아직도 아기인 줄 아는 강아지 8 03:03 1,734
3025508 유머 스스로 문제 만드는 법 1 02:58 636
3025507 이슈 여루가 데려간 중티 끝판왕 식당 10 02:50 2,253
3025506 이슈 왕과 사는 남자로 500년 만에 단종의 장례를 치른 것 같다는 말을 들은 장항준과 유해진 26 02:45 3,212
3025505 이슈 뭐하나볼까? 하고 창문 봤다가 건진 소중한 영상 2 02:41 1,505
3025504 이슈 디즈니 픽사 <인크레더블3> 2028년 6월 16일 개봉확정 5 02:35 473
3025503 이슈 아카데미 시상식에 ‘국악’ 이 울려퍼지는걸 보게될줄이야 6 02:34 1,626
3025502 유머 또 엄청난 거 들고 온 강유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jpg 44 02:26 5,962
3025501 이슈 흉터로 남아 지워지지 않는 탈북 과정에서 생긴 고문 흔적 4 02:21 2,495
3025500 이슈 의외로 토스에 있는 기능.jpg 9 02:20 2,145
3025499 이슈 6년을 피해 다닌 윤윤제 & 13년을 도망다닌 정은지 7 02:07 2,776
3025498 이슈 칭찬 댓글 읽어줘도 전혀 이해 못하는 중 14 02:06 2,4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