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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이자스민 “부모가 불법체류자니 너도 벌받아, 이게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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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0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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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목욕탕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은 다문화 사회에서 ‘공존의 조건’에 대해 얘기하다 한국생활 초기에 겪은 일을 들려줬다. 시어머니에게 이끌려 처음 간 대중목욕탕. 필리핀엔 대중목욕탕이 없었다. 사춘기 이후 친정어머니 앞에서도 옷을 갈아입지 않았었기에 ‘쇼크’였다. 시간이 흐르고 사람들과 섞이고 싶어 재도전했다. 동네는 엄두를 못 내고 먼 곳으로 갔다. 한 아줌마를 그대로 따라해 봤다. 비누 잡으면 잡고 욕조에 담그면 담갔다.

흘끔거리자 아줌마는 다가와 “밀어줄게”라며 툭툭 쳤다. 몸 둘 바 모르는 상태서 ‘서비스’를 받았다. 90도로 인사하자 아줌마의 때타월이 쥐어졌다. ‘내가 미는 거구나.’ 하지만 불공평했다. 아줌마 덩치가 배였다. 끝내고 자리에 앉아 ‘당한 건가’란 생각을 하는데 찬 매실차가 앞에 놓였다. 아줌마는 직접 만들어 아껴먹는 거라면서도 절반을 따라줬다. 손해 봤다는 생각은 갈증과 함께 사라졌다.

이야기에는 상징과 비유가 담겨 있었다. “한국에 있는 외국인에게는 한국인이 거울일 수 있습니다. 생소하니 따라하죠. 이들에게 손 내밀고, 도움 받은 이는 배로 노력하고 그러면 인정해주고 ‘내가 가진 게 이건데 나눠먹자’ 이래야 화목해집니다.” 인터뷰는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했다. 답답하면 가슴을 ‘쿵쿵’ 내려치기도 흥겨우면 고개를 젖히고 ‘깔깔’ 웃는 수다쟁이 한국 아줌마였다.

-불법체류자 자녀를 위한 ‘이주아동권리보장법’을 발의했다. 불법을 용인한다는 비판이 있다.

“불법체류자가 20만명을 넘었어요. 이들과 만나보면 12년, 15년 (한국에) 살았답니다. 산업연수생 등으로 와서 안나간 사람들이라 통계가 잡혀요. 그런데 여기서 태어난 애들은 정보가 없어요. 굶는지 아픈지 뭘 배우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예방접종도 못 맞아요. 만약 전염병에 걸리면 어떡할 겁니까. 게다가 지문 정보도 없어요. 이 땅에서 태어나 사는 아이들이잖아요. 색출해 전부 쫓아내면 또 모르겠어요. 아마 국제사회의 비난을 한 몸에 받게 되겠죠. 그리 못하는 게 현실 아닙니까. 그렇다면 나중에 우리 아이들과 섞여 살아야 하는데 최소한 정보는 있어야지요.

법안에 정부가 정기적으로 아이들 실태를 조사하도록 했습니다. 주민등록번호가 아니라 관리번호를 줍니다. 교육권을 보장하고 학교 다니도록 한 건 정부가 이미 하는 거예요. 유엔아동권리협약 비준국으로 당연한 겁니다. 체류자격도 법무부가 이미 심사를 통해 주고 있어요. 이미 정부가 하는 것들을 법으로 만들었어요. 반대 논리는 ‘네 부모가 불법을 했으니 너도 벌 받아’에요. 이게 문명사회에서 맞는 얘긴가요?”

-불법체류자를 줄이고 국가에 도움이 되도록 엘리트 위주로 가려받자는 주장도 있다.

“(한숨) 얼마 전 독일에서 열린 다문화 회의에 갔었어요. 통일 준비부터 독일을 많이 벤치마킹하는데 다문화 정책도 그래요. 독일은 고학력자들을 받는 정책을 폅니다. 우리도 따라하죠. 회의 때 독일 관료 하나가 제게 한국이 왜 이런 정책을 따라하는지 궁금해 하더군요. 독일은 고교부터 직업 교육이 잘돼 있어 굳이 대학에서 고학력자가 될 필요가 없어요. 그래서 박사급 인력이 부족한데 한국은 기능 인력이 부족하고 박사급이 남아도는데 왜 고학력자를 받느냐는 의문이었어요. 할말이 없었어요. 사실 외국인 엘리트들은 한국 국적이 필요 없어요. 일본이든 영국이든 조건이 좋으면 떠날 사람들입니다. 한국 특유의 기업 문화에 혀를 내두르기도 합니다. 이런 사람들 붙들고 늘어지기보다 지금 들어와 있는 다문화 아이들을 잘 키우는 건 어떨까요.”

-무엇이 문제인가.

“컨트롤 타워가 없으니 땜질식 처방이 난무합니다. 제 보좌진들과 전국에서 시행되는 다문화 인식개선 사업들을 추려보니 책 한권 분량이 나오더군요. 이벤트성이 많아요. 예산은 받는데 어디에 쓸지 모르니 벌어지는 일입니다. 부처마다 정책도 통계도 다릅니다. 예컨대 한 고소득층 남성이 이혼했어요. 자녀도 둘 있어요. 나중에 다국적기업 직원인 엘리트 동남아시아 여성과 재혼했습니다. 생부와 생모가 한국인인데 두 아이는 졸지에 다문화가족 지원 대상으로 분류됩니다(웃음). 이러니까 반(反)다문화정서가 고개를 드는 겁니다. 정책의 타깃이 불분명하니까요. 누가 지원이 필요하고, 얼마나 필요한지 납세자들이 납득해야지요. 이 때문에 대통령 산하로 다문화정책을 총괄하는 위원회를 두는 법안을 시민사회, 동료의원들과 준비하고 있어요. 여성부가 과거 대통령 산하 위원회에서 정부부처가 된 것에 착안했습니다. 국회에 있는 동안에 이주아동권리보장법과 이 법안은 꼭 통과시키고 싶습니다.”

-최초의 이주여성 출신 국회의원이다. 내년 국회 재입성 가능성은.

“저더러 영화(완득이) 때문에 국회의원으로 신분상승하고 돈번다고 비꼬시는 분들도 많아요(웃음). 하지만 돈은 솔직히 방송활동하고 번역사로 일할 때 더 벌었어요. 완득이가 떠서 가장 몸값이 비쌀 때 (국회의원) 제의 받았어요. 전에 한차례 거절했기 때문에 이번에도 거절하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고민도 많이 했어요. 당시 다문화 1호 아나운서 등 방송인으로 뜰 수 있는 기회가 많았어요. 피디님들이 특히 아쉬워했어요. 물론 지금처럼 욕도 안 먹고 사랑받는 사람이 될 기회였지요.

재선은 당연히 바랍니다. 멈추기엔 지금까지 해온 게 너무 아까워요. (다문화 관련) 체계를 갖춰가는 와중에 중단되고 새로운 사람이 새롭게 시작하는 것도 좀 아쉽죠. 그렇다고 지역구로 나가기도 쉽지 않아요. 안산으로 나가보면 어떠냐는 얘기를 많이 하시는데 안산은 오히려 힘들어요. 그 지역을 다문화 지역으로 더욱 고착화시키는 일이에요. 내국인들과 갈등도 있어요. 서울 대림동도 마찬가지에요. 여기는 첫 다문화 국회의원이 다수인 중국동포가 아니고 필리핀인이라고 불만을 가진 분들이 많아요. 그리고 다문화는 전국적인 현상이에요. 지역 대표성을 갖는 지역구 의원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제게만 예외를 요구하긴 어렵죠.

교문위(교육문화체육관광위) 못 가본 게 가장 아쉬워요. 교문위가 가장 인기 있는 위원회 중 하나라서 밀렸어요. 만약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진다면 싸워서라도 꼭 갈 겁니다(웃음). 어떤 분들은 교육이 보수적이고 교수·교사 출신 의원님들이 꽉 잡고 있어 힘들 거라고 하시는데, 다문화 아이들과 관련한 일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고 제 소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욕심이 납니다. 방송 쪽 일도 오래 했기 때문에 문화 관련된 일도 할 수 있다는 생각도 했어요.”

-반다문화정서 어떻게 보는가.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외국인은 곧 미국인이었어요. 영어 쓰고 외국인이라니까 아이들이 절 보고 ‘미국인이다’고 할 정도였죠. 그동안 다문화와 관련한 인식 개선이 이뤄졌어요. 정부와 국회도 노력한 부분이 있습니다. 이주아동권리보장법을 공동으로 발의해주신 동료 의원들이 많은 비난과 압박을 받았어요. 그런데도 자기 이름을 법안에서 빼달라는 분이 한분도 없었어요. 표에 민감한 의원들 입장에서 절대로 쉽지 않다는 점을 잘 압니다. 그래서 기억에 많이 남아요. 그런가 하면 어떤 의원님은 ‘우리가 아직 다문화사회로 갈지 말지 결정하지 않았다’라는 식의 주장을 펴세요. 우리나라 구성원이 다양해지는 건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설득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국회에서도 인식이 천차만별인데 일반 국민들은 어떻겠어요.

국회 입성 초기에는 다문화 반대하시는 분들 만나서 얘기도 정말 많이 했어요. 그런데 이분들 설득이 참 어려워요. 저랑 얘기할 때는 멀쩡하다가도 돌아서면 (대화 내용을) 이리저리 왜곡해서 글을 올려요. 의원실 앞에서 ‘인증 샷’을 찍어서 존재감을 높이기도 해요. 허탈할 때가 많았어요. 그리고 악성 댓글은 빠짐없이 보고 있어요. 가슴 아프지만 필요한 일입니다. 댓글 다시는 분들이 어떤 분들인지 보면 비슷한 패턴과 논리로 계속 올려요. 아직은 일부의 의견이라는 생각에 안도하곤 합니다. 그리고 일본에서 (다문화 포용정책) 안하는데 우리가 앞서 간다는 얘기 들을 때 가장 답답합니다. 일본 의원들 만나보면 우리가 가는 방향을 부러워해요. 우리는 세계와 정말 많은 교류를 하고 있어요. 필연적으로 구성원들이 다양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사회가 빨리 이 문제를 공론화해서 통제 가능할 때 방향을 정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다문화 아이들이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고등학교로 급속도로 넘어오고 있어요. 특히 교육은 때를 놓치면 안 됩니다. 지금 시간이 별로 없다고 생각해요.”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온라인 편집=김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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