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10일 올라간 이후 355 일만 / “가장 힘들었던 것이 저 자신과의 싸움” / “동지님들의 눈에 눈물 나게 하지 말자, 아픔을 주지 말자” 감사 / 문 대통령과 과거 좋지 않았던 일들을 언급하기도
https://img.theqoo.net/HNOpY
삼성항공에서 해고된 김용희 씨가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사옥 인근 철탑에서 주먹을 불근쥐고 있다.
“철탑 위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자신과의 싸움이다.”
서울 서초구 삼성사옥 인근 철탑 위에서 고공 농성을 벌이던 삼성 해고자 김용희(61)씨가 농성을 끝내고 땅을 밟았다. 그는 지난해 6월 10일 철탑에 올라 355일간 농성했다.
29일 오후 7시쯤 김 씨는 준비된 소방 사다리차를 타고 철탑에서 내려왔다. 땅을 밟는 순간까지도 김씨는 삼성 로고와 ‘삼성피해자공동투쟁’이라는 붉은 글귀가 적힌 깃발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는 서서히 내려오면서 깃발을 있는 힘껏 흔들기도 했다.
김씨는 대기하고 있던 119 구조대원들의 부축을 받아 휠체어에 앉았다. 구조대원들은 김씨 혈압과 맥박을 측정한 결과 정상 수준에서 벗어나 건강이 염려되는 상황이었지만, 김씨는 당장 병원에 옮겨지는 것은 거부했다.
지지자들은 ‘부당해고를 철회하라’,‘이재용은 감옥으로’ 글귀 적힌 검은 티셔츠 입고 있었다. 내려오기만을 기다리던 지지자들은 ‘마침내 김용희는 땅으로’라는 글귀로 장식한 케이크와 꽃다발, 갈색 구두를 선물했다. 마스크를 쓴 김 씨는 몸이 불편한 듯 삼성피해자공동투쟁 깃발을 지팡이 삼아 넘어질 듯 준비된 기자회견 자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자리에서 김 씨는 “철탑 위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자신과의 싸움이다. 나 하나 떨어져 죽으면 우리 가족들에게는 보상해 주는 돈을 주겠지(라고 생각했다)”라면서도 “하지만 연대해 온 동지님들의 눈에 눈물 나게 하지 말자, 아픔을 주지 말자고 마음먹었다”며 농성을 도와준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취재진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질문을 하자 김씨는 “문 대통령과 이해관계가 있다. 문 대통령이 공정하고 반칙 없는, 그리고 노동자들이 한 사람이라도 억울하게 해고되고 눈물 흘리는 일 없게 하는 세상을 만든다고 해 정말 기대했다”면서 “지금 문재인 노동자 정책은 어디로 갔느냐”고 과거 좋지 않았던 일들을 나열하며 목소리를 높여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김씨가 1차 부당해고를 당했을 당시 행정소송을 맡은 변호사였다. 김씨는 문 대통령이 당시 해고 무효 확인 소송에 결정적인 입증 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용희 삼성해고노동자 고공농성공대위(공대위)는 이날 오후 6시부터 철탑 밑에서 삼성과의 합의 내용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공대위 대표인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는 “지난달 29일부터 한 달간 삼성과의 협상을 벌인 끝에 어제 오후 타결이 됐다”며 “삼성이 고공 농성을 조속히 해결하지 못한 데 대해 사과하면서 김씨의 명예회복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어 삼성 측이 보낸 사과문을 낭독했다. 삼성은 사과문에서 “김용희님은 해고 이후 노동운동 과정에서 회사와 갈등을 겪었고 그 고통과 아픔이 치유되지 않았다”며 “회사가 그 아픔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공대위에 따르면, 최종합의문에는 삼성 측에서는 삼성 계열사를 대표해 삼성전자 주식회사와 삼성물산 주식회사 대표이사가 서명했다. 공대위 측은 임 교수가 대리인으로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성애 공대위 집행위원장은 “삼성과 싸워 이긴 대한민국의 역사적인 날”이라며 “삼성의 무노조 경영 방침 폐기를 외치며 투쟁한 끝에 이재용 부회장이 무노조 경영 종식 선언을 한 것”이이라고 강조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참석해 “김용희 당원이 투쟁하는 동안 사다리차를 타고 두 번 올라가 만났는데, 가벼운 소슬바람에도 철탑 위가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보며 아찔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오늘의 승리는 무노조 황제경영으로 노동기본권을 차단했던 삼성의 높은 담벼락을 허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삼성이 사람답게 일하고 대접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1982년부터 창원공단 삼성항공(테크윈) 공장에서 일하던 김씨는 경남지역 삼성 노동조합 설립위원장으로 활동했다는 이유로 1995년 5월 말 부당해고 당했다. 24년 넘게 투쟁을 이어오던 김씨는 회사에 계속 다녔다면 정년을 맞았을 지난해 7월 10일을 한 달 앞두고 삼성전자 서초사옥 인근인 강남역 CCTV 철탑 위로 올라갔다. 한 평도 안 되는 철탑에서 그는 잠을 잘 때 허리조차 제대로 펴지 못한 채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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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항공에서 해고된 김용희 씨가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사옥 인근 철탑에서 주먹을 불근쥐고 있다.
“철탑 위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자신과의 싸움이다.”
서울 서초구 삼성사옥 인근 철탑 위에서 고공 농성을 벌이던 삼성 해고자 김용희(61)씨가 농성을 끝내고 땅을 밟았다. 그는 지난해 6월 10일 철탑에 올라 355일간 농성했다.
29일 오후 7시쯤 김 씨는 준비된 소방 사다리차를 타고 철탑에서 내려왔다. 땅을 밟는 순간까지도 김씨는 삼성 로고와 ‘삼성피해자공동투쟁’이라는 붉은 글귀가 적힌 깃발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는 서서히 내려오면서 깃발을 있는 힘껏 흔들기도 했다.
김씨는 대기하고 있던 119 구조대원들의 부축을 받아 휠체어에 앉았다. 구조대원들은 김씨 혈압과 맥박을 측정한 결과 정상 수준에서 벗어나 건강이 염려되는 상황이었지만, 김씨는 당장 병원에 옮겨지는 것은 거부했다.
지지자들은 ‘부당해고를 철회하라’,‘이재용은 감옥으로’ 글귀 적힌 검은 티셔츠 입고 있었다. 내려오기만을 기다리던 지지자들은 ‘마침내 김용희는 땅으로’라는 글귀로 장식한 케이크와 꽃다발, 갈색 구두를 선물했다. 마스크를 쓴 김 씨는 몸이 불편한 듯 삼성피해자공동투쟁 깃발을 지팡이 삼아 넘어질 듯 준비된 기자회견 자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자리에서 김 씨는 “철탑 위에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자신과의 싸움이다. 나 하나 떨어져 죽으면 우리 가족들에게는 보상해 주는 돈을 주겠지(라고 생각했다)”라면서도 “하지만 연대해 온 동지님들의 눈에 눈물 나게 하지 말자, 아픔을 주지 말자고 마음먹었다”며 농성을 도와준 지지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취재진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질문을 하자 김씨는 “문 대통령과 이해관계가 있다. 문 대통령이 공정하고 반칙 없는, 그리고 노동자들이 한 사람이라도 억울하게 해고되고 눈물 흘리는 일 없게 하는 세상을 만든다고 해 정말 기대했다”면서 “지금 문재인 노동자 정책은 어디로 갔느냐”고 과거 좋지 않았던 일들을 나열하며 목소리를 높여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김씨가 1차 부당해고를 당했을 당시 행정소송을 맡은 변호사였다. 김씨는 문 대통령이 당시 해고 무효 확인 소송에 결정적인 입증 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용희 삼성해고노동자 고공농성공대위(공대위)는 이날 오후 6시부터 철탑 밑에서 삼성과의 합의 내용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공대위 대표인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는 “지난달 29일부터 한 달간 삼성과의 협상을 벌인 끝에 어제 오후 타결이 됐다”며 “삼성이 고공 농성을 조속히 해결하지 못한 데 대해 사과하면서 김씨의 명예회복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어 삼성 측이 보낸 사과문을 낭독했다. 삼성은 사과문에서 “김용희님은 해고 이후 노동운동 과정에서 회사와 갈등을 겪었고 그 고통과 아픔이 치유되지 않았다”며 “회사가 그 아픔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고 밝혔다.
공대위에 따르면, 최종합의문에는 삼성 측에서는 삼성 계열사를 대표해 삼성전자 주식회사와 삼성물산 주식회사 대표이사가 서명했다. 공대위 측은 임 교수가 대리인으로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성애 공대위 집행위원장은 “삼성과 싸워 이긴 대한민국의 역사적인 날”이라며 “삼성의 무노조 경영 방침 폐기를 외치며 투쟁한 끝에 이재용 부회장이 무노조 경영 종식 선언을 한 것”이이라고 강조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참석해 “김용희 당원이 투쟁하는 동안 사다리차를 타고 두 번 올라가 만났는데, 가벼운 소슬바람에도 철탑 위가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보며 아찔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오늘의 승리는 무노조 황제경영으로 노동기본권을 차단했던 삼성의 높은 담벼락을 허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삼성이 사람답게 일하고 대접받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1982년부터 창원공단 삼성항공(테크윈) 공장에서 일하던 김씨는 경남지역 삼성 노동조합 설립위원장으로 활동했다는 이유로 1995년 5월 말 부당해고 당했다. 24년 넘게 투쟁을 이어오던 김씨는 회사에 계속 다녔다면 정년을 맞았을 지난해 7월 10일을 한 달 앞두고 삼성전자 서초사옥 인근인 강남역 CCTV 철탑 위로 올라갔다. 한 평도 안 되는 철탑에서 그는 잠을 잘 때 허리조차 제대로 펴지 못한 채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