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현대아울렛 매출 61% 껑충
고가 명품·가전 많이 팔려
코로나로 움츠렸던 소비 살아나
지난 2일 경기 김포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구찌 매장 앞에 긴 줄이 생겼다. 황금연휴를 맞아 사람들이 몰렸다. 매장에 들어가는 데만 40여 분이 걸렸다. 구찌 매장 직원은 “올 들어 사람이 가장 많은 것 같다”고 했다. 바로 옆 매장 버버리, 페라가모도 상황은 비슷했다. 30~40명이 매장 앞에 길게 줄을 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올봄 장사를 완전히 망친 아울렛 백화점 등이 올 들어 최대 특수를 누렸다. 황금연휴 기간 롯데 현대 등 주요 아울렛 매출은 작년 5월 연휴 기간에 비해 적게는 20%에서 최대 60% 이상 급증했다. ‘보복 소비’(코로나19로 억눌러온 소비 욕구를 한 번에 분출하는 현상) 심리와 가정의 달 수요 등이 매출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롯데·현대아울렛 매출 20% 증가
명품 매장뿐만이 아니었다. 띠어리 DKNY 타임 등 준명품 브랜드에도 사람들이 넘쳐났다. 50% 이상 할인 상품은 대부분 재고가 없었다. “할인폭이 큰 상품은 연휴 초반 대부분 팔렸다”고 판매 사원은 설명했다. 이벤트 행사장은 난리통이었다. 대형 에어컨을 돌리는데도 덥게 느껴질 정도로 쇼핑객이 많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백화점, 아울렛, 대형마트 등은 올봄 장사를 완전히 망쳤다. 이들은 코로나19가 사그라들기만 기다렸다. 그러다 황금연휴를 맞았다. 타이밍이 좋았다. 확진자는 하루 10명 안팎으로 줄었고, 활동하기 좋은 청명한 날씨가 이어졌다. ‘언택트(비대면) 쇼핑’에 지친 사람들은 매장으로 나와 ‘컨택트(대면) 쇼핑’에 나섰다.
교외형 아울렛에 특히 사람이 많이 들었다. 롯데프리미엄아울렛과 현대프리미엄아울렛의 이번 연휴 기간 매출은 각각 20% 안팎 뛰었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나흘간 매출을 작년 5월 연휴 기간인 3일부터 6일까지와 비교한 수치다. 이 기간 김포 현대프리미엄아울렛의 매출 증가율은 61.8%에 달했다.
이들 아울렛은 도심에서 벗어난 교외에 있다. 스트리트(거리) 형태의 공간에 매장이 죽 늘어서 있는 구조다. 밀폐된 곳에 매장이 있는 실내 쇼핑몰, 백화점과 다르다. 아울렛 방문객이 많았던 것은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비교적 덜한 것으로 인식됐기 때문이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은 것도 특징이었다. 온라인 개학 때문에 집에만 있던 아이들은 아울렛에서 뛰어놀았다. 아울렛과 백화점 키즈카페는 아이들로 가득 찼다. 파주 롯데프리미엄아울렛은 가족 방문객을 유치하기 위해 연휴 기간 ‘쥬라기 공룡전’을 열었다.
반면 도심에 있고 밀폐된 공간인 백화점의 매출 회복은 상대적으로 더뎠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 매출은 1~2%대 감소율을 보였다. 실내형 쇼핑몰도 예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했다. 스타필드 하남점과 고양점은 방문객이 작년 연휴에 비해 약 15% 줄었다. 서울 삼성동 스타필드 코엑스몰도 30%가량 찾아온 사람이 적었다.
명품·가전에 소비 집중
연휴 기간 쇼핑 나온 사람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인 상품은 가격대가 높은 명품과 가전제품이었다. 롯데프리미엄아울렛에서 명품은 35%, 가전은 39% 매출이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에서도 연휴 기간 명품 매출 증가율이 22%에 달했다. 가전이 포함된 리빙용품 매출도 21% 증가했다. 롯데 현대 등의 백화점에서도 이런 추세를 확인할 수 있었다. 주로 식료품을 판매하는 이마트에서도 냉장고, 세탁기 등 대형가전 매출이 25% 뛴 것으로 나타났다. 노트북, 태블릿PC 등 디지털 가전 매출도 12% 증가했다.
보복 소비가 명품과 가전 매출을 이끈 것으로 유통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탓에 미뤄진 소비가 한꺼번에 폭발하고 있는 분야가 명품과 가전”이라고 설명했다. 명품, 가전은 고가여서 온라인 쇼핑이 비교적 덜 활발한 품목이기도 하다.
가전 매출이 증가한 것은 기온이 갑자기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마트 관계자는 “최근 며칠 새 에어컨, 선풍기 등 계절 가전이 많이 팔렸다”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