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여의도)가 유통업계 첫 격전지로 주목을 받고 있다. 전통의 맞수 롯데와 신세계가 영등포 상권에서 새 단장해 재격돌하는 데다 내년 현대백화점까지 여의도에 서울 최대 규모 매장으로 도전장을 내밀며 각축전을 예고하고 있어서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유통 빅3'는 내년부터 서울 영등포 상권에서 본격적인 혈투를 앞두고 리뉴얼 등 사전 물밑 준비 작업을 진행 중이다.
30년간 영등포 상권에서 경합을 벌여 온 신세계와 롯데가 비슷한 시기에 리뉴얼을 진행하고, 현대백화점이 내년 처음으로 인근 여의도에 둥지를 튼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19 사태가 올해 종식될 경우 내년 초 영등포에서 본격적으로 유통 빅3가 자존심을 건 대결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했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건 신세계다. 신세계 영등포점은 지난해 10월 생활전문관(리빙관)을 시작으로 올해 식품전문관, 영패션 전문관, 해외패션 전문관을 잇따라 리뉴얼해 오픈했다. 10년 만의 대 변신이다.
리빙관은 건물 한 동을 전부 생활 장르로 채워 주목을 받았다. 또 백화점의 얼굴인 1층에 식품전문관을 여는 혁신도 선보였다.
약 30년간 영등포역 민자역사를 운영해오다 지난해 신규 입찰에서 다시 10년 사업권을 수성한 롯데백화점은 다음달부터 순차적으로 층별 리뉴얼에 들어갈 예정이다. 연내 전면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롯데 영등포점은 국내 첫 역사 백화점이자 소공점(본점)·잠실점에 이은 롯데백화점의 세 번째 점포다. 전국 롯데백화점 매장 가운데 5번째로 매출 규모가 크다보니 리뉴얼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영등포 유통 혈투' 최대 하이라이트는 현대백화점 여의도점의 데뷔다. 여의도 대형 복합시설 파크원(Parc1)에 내년 1월 서울 시내 최대 규모 백화점을 열 예정이다. 지하 7층~지상 9층 규모로, 영업면적만 8만9100㎡에 달한다. 현재 서울 최대 규모인 신세계 강남점(8만6500㎡)보다 크다.
영등포(여의도)는 광화문, 강남과 함께 서울시 2030 도시기본계획의 3대 대도심으로 상징성이 높고 개발 계획이 많아 유통 업체들로서는 놓칠 수 없는 핵심 상권이다.
특히 소비 성향이 높은 MZ세대 고객 비중이 타 점포에 비해 높아 '젊은 콘셉트'로 구성이 이뤄지고 있다. 신세계도 해외 패션과 푸드(맛집)를 강화했고, 롯데 영등포점은 1~2층을 기존 백화점 구성(화장품·명품매장)과 다르게 파격적으로 쇼핑몰(스테이션 846) 콘셉트로 구성한다.
압구정 본점부터 시작해 '강남 터줏대감 백화점'이란 인식이 강했던 현대백화점은 이번에 신도림-목동-여의도로 이어지는 강력한 서울 서남권 유통 벨트를 구축하게 된다.
특히 자존심을 건 매장인 만큼 여의도점에 세계 최대 유통업체 '아마존'의 첨단 기술이 적용된 '미래형 유통매장'을 구현한다는 방침이다. 내부에선 올해가 아닌 내년으로 개점 일정을 잡은 것을 불행 중 다행으로 보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그동안 여의도에는 대형 백화점이 없었던 터라 영등포를 넘어 마포·용산·동작 등으로 확장성도 높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반경 5㎞ 내에만 약 150만명이 거주하고 있고 주변에 다국적 금융·증권사들이 밀집해 향후 출점 후 집객 효과가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롯데백화점 영등포점 외관/사진제공=롯데백화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