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용규가 7월31일 대전 KIA전에서 투구에 왼쪽 종아리를 맞고 쓰러진 채 괴로워하고 있다.“제발 비 좀 많이 오면 좋겠는데….” 담담한 목소리지만 간절한 마음이 담겨있다. 이용규(30·한화)가 재활 치료 계획을 결정한 뒤 가장 먼저 꺼낸 이야기다. 자신이 돌아올 때까지 한화가 최대한 많은 경기를 남겨두고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용규는 2일 치료를 위해 대전구장에 출근했다. 목발을 짚은 채 나타났다. 왼 다리를 땅에 딛을 때 통증이 심해 당분간 목발을 짚고 다녀야 한다.
이용규는 “시기가 너무 안 좋다. 가장 중요한 때 다친 것이 아쉽다”며 “야구를 혼자 하는 것도 아니고, 나 하나 빠진다고 어떻게 되는 건 아니지만 나까지 빠지게 된 것이 문제다. 부상이 워낙 많은데 나까지 다쳐 팀에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용규는 지난 7월31일 대전 KIA전에서 투구에 종아리를 맞아 근육이 파열되는 부상으로 4주 진단을 받았다. 8월을 통째로 빠져야 하게 됐다.
8월은 프로야구 순위싸움이 절정에 이를 때다. 8월이 지나고나면 사실상 윤곽이 드러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주전 한 명의 공백이 상대적으로 더 커지는 이 8월을 한화는 이용규 없이 치러야 한다. 이미 시즌 내내 줄부상의 끝자락, 외국인타자 제이크 폭스가 여전히 복귀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두 달 동안 빠졌던 김경언이 복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용규가 다치고 말았다.
한화는 당장 톱타자이자 중견수인 이용규가 빠진 KIA 3연전에서 이 공백을 여실히 느꼈다. 타선은 제대로 돌아가지 못했고 2일에는 결정적인 외야 수비 실수로 결승점을 내줬다.
이용규는 부상으로 빠진 지 사흘이 지난 3일 현재도 타격 5위(.337), 안타 3위(120개), 득점 3위(79개)에 올라있다. 어느때보다 의욕적으로 시작했고 스스로도 놀랄 만큼 시즌 초반부터 페이스가 뜨거워 잘 풀리고 있던 시즌이다.
이용규가 팀에 정말 미안한 이유는 지난해 못 한 야구를 올해는 마음껏 펼쳐보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용규는 2013년 시즌을 마친 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어 KIA에서 한화로 이적했다. 그해 시즌을 마치기 직전 왼 어깨 회전근 수술을 받았다. 열심히 재활해 2014년 개막 때부터 출전했지만 수비까지 소화하기에는 무리였다. 타격만 하다보니 리듬을 찾지 못했고 이용규는 가장 부진한 시즌을 보냈다. 한화는 또 꼴찌를 했다.
올시즌 이용규의 가장 큰 목표는 가을 야구였다. 개막 직후 인터뷰를 하면서도 “올해는 가을야구를 꼭 해야 하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즌 처음부터 끝까지 잘 뛰어 지난해 부진을 말끔히 씻어내고 한화의 가을야구를 이끌고 싶었기에 가장 중요한 시기에 찾아온 부상이 이용규는 너무도 아쉽다.
하지만 아쉬움은 이틀 만에 떨치기로 하고 이제 특유의 독기로 무장했다.이용규는 3일 일본 요코하마로 출국했다. 근육 부상 재활 전문인 현지의 이지마 의료원에서 재활 치료를 받은 뒤 돌아올 예정이다. 앞서 같은 부상을 당했던 조인성과 김경언도 이 곳에서 회복 기간을 단축한 채 돌아왔다.
이용규의 귀국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김성근 감독은 ‘다 나은 뒤에 오라’고 말했다.
이용규는 그 시기를 무조건 앞당길 계획이다. 발목 골절로 수술 받았던 2009년에도, 어깨 수술을 받은 뒤 지난해에도, 완전한 수비를 위해 다시 재활한 올시즌에도 이용규는 언제나 예상보다 빨리 돌아왔다. 이번에도 그럴 각오다.
이용규는 “원래 항상 재활을 빨리 마쳤다. 이번에는 특히 앞서 다쳤던 형들도 일찍 왔기 때문에 나 역시 그렇게 하겠다”며 “어제(1일) 집에서 TV로 경기를 봤는데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경기 뛸 때는 몰랐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고 빠른 귀국을 다짐했다.
한화는 3일 현재 5위에 있다. 이용규가 빠진 뒤 KIA와 3연전을 모두 내주며 0.5경기 차로 쫓기고 있다. 가을야구의 ‘커트라인’ 5위 자리를 사수하기 위해서는 톱타자 이용규가 반드시 필요하다. 49경기를 남겨둔 한화는 남은 8월 24경기를 치른다. 늦어도 4주 뒤면 돌아올 이용규를 기다리며 한화가 잘 버티기만 한다면 남은 절반의 25경기에서는 이용규와 함께 다시 승부할 수 있다.
‘독한 남자’ 이용규는 목발을 짚은 상태에서도 8월 한화의 일정과 한화가 맞을 변수들을 한참 동안 계산했다. 머릿속에는 온통 복귀 뒤에 대한 생각뿐이다.
그래서 이용규는 자신이 돌아와 함께 뛸 수 있을 때까지 한화에 우천 취소 경기가 많이 나오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제발 비가 많이 오면 좋겠다”며 이번에도 독기를 품고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