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아재들은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빌리 아일리시 스타일
14,696 63
2020.02.18 15:51
14,696 63

음악 이어 패션까지 주목받는 스타일 아이콘
사이즈뿐 아니라, 스타일링도 '오버 앤 오버'
정체성, 나다움 강조하는 밀레니얼 세대 공감

펑퍼짐한 트위드 슈트에 스니커즈. 커다란 샤넬 로고 브로치. 흰색·녹색이 섞인 헤어스타일. 그리고 족히 5~6cm는 되어 보이는 긴 손톱. 지난 9일(현지시각) 미국 LA서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 전형적인 할리우드식 레드카펫 드레스 사이로 낯선 모습의 인물이 등장했다. ‘Z세대 아이콘’으로 불리는 19세 소녀, 빌리 아일리시다.

지난 9일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레드카펫에서 빌리 아일리시가 독특한 네일 아트와 주얼리 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reuters=연합뉴스]

지난 9일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레드카펫에서 빌리 아일리시가 독특한 네일 아트와 주얼리 패션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REUTERS=연합뉴스]

빌리 아일리시는 지난달 26일(현지시각) 미국 LA서 열린 제62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최연소로 본상 4관왕에 오르며 팝의 역사를 새로 썼다고 평가받은 글로벌 스타다. 그의 히트곡 ‘배드가이(Bad guy)’ ‘위시 유 워 게이(Wish you wrer gay)’ 등은 한국에서도 이미 유명하다.

올해 제62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주요 부문 4관왕 기록을 세운 빌리 아일리시. [사진 reuters=연합뉴스]

올해 제62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주요 부문 4관왕 기록을 세운 빌리 아일리시. [사진 REUTERS=연합뉴스]

그는 놀라운 음악적 재능뿐 아니라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는 독특한 스타일로도 유명하다. 음악계뿐 아니라 패션계에서도 그를 주목하는 이유다. 미국 보그는 올해 3월호 표지 모델로 빌리 아일리시를 낙점했다. 4명의 아티스트들과 4종의 다른 표지를 작업한 그는 이번 화보에서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화려한 패턴과 그래픽을 담은 넉넉한 오버사이즈 옷, 눈이 시릴 만큼 선명한 네온 컬러의 옷을 입고 특유의 몽환적인 눈빛을 보낸다.


꼰대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할, 빌리 아일리시의 스타일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일단 몸매가 전혀 드러나지 않는 펑퍼짐한 옷을 즐겨 입는다. 아니, 그런 옷만 입는다. 패션이 아니라 몸을 가리기 위해 옷을 입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애매한 사이즈가 많다. 보통 오버사이즈 옷의 스타일링 정석은 균형감이다. 오버 사이즈 재킷을 입었다면 하의는 몸에 붙는 스키니 팬츠를, 상·하의 모두 오버사이즈라면 벨트로 허리에 포인트를 주는 식이다. 그런데 빌리 아일리시는 ‘오버 사이즈’라는 패션 용어가 무색할 만큼 문자 그대로 ‘헐렁한’ 옷을 입는다.

2019년 LACMA 아트 앤 필름 갈라에 모습을 드러낸 빌리 아일리시. 구찌 로고가 프린트된 파자마 스타일의 오버사이즈 슈트를 입고 등장했다. [사진 ap=연합뉴스]

2019년 LACMA 아트 앤 필름 갈라에 모습을 드러낸 빌리 아일리시. 구찌 로고가 프린트된 파자마 스타일의 오버사이즈 슈트를 입고 등장했다. [사진 AP=연합뉴스]

빌리 아일리시가 오버 사이즈 의상을 즐겨 입는 이유는 자신의 몸이 성적 대상화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지난해 5월 패션 브랜드 ‘캘빈 클라인’ 광고 캠페인에 등장했던 그는 “세상이 나의 모든 것을 알게 되길 원치 않는다. 그래서 나는 크고 헐렁한 옷을 입는다. 그 아래 무엇이 있는지 보지 못했기 때문에 아무도 의견을 낼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빌리 아일리시는 여성이나 남성, 어느 한쪽의 성적 코드를 옷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스타일을 여성도 남성도 아닌, 아예 성 구분을 파괴한 ‘젠더리스(genderless)’ 코드로 해석하기도 한다.


화려한 그래픽과 패턴, 형광 컬러도 빌리 아일리시의 트레이드 마크다. 전체가 패턴으로 뒤덮인 옷을 입고, 눈이 아플 만큼 선명한 형광 컬러로 ‘깔맞춤’을 하는 등 전체적으로 과감한 스타일을 즐긴다. 가끔 커다란 주머니가 주렁주렁 달린 옷을 입기도 한다. 패턴이나 그래픽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옷에 고글이나 독특한 형태의 선글라스, 대담한 주얼리, 투박한 워커 등을 더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명품 브랜드 로고를 과감히 드러내기도 한다. 아예 로고를 패턴처럼 활용해 상·하의가 로고로 범벅된 옷을 즐긴다. 누가 봐도 특정 브랜드를 떠올리게 하는 패턴의 옷을 유니폼처럼 입는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도배된 옷도 자주 입는다. 즉 빌리 아일리시의 패션은 사이즈뿐만 아니라 스타일도 과하게(오버·over) 넘친다.

지난 1월 23일 열린 스포티파이 주최 '베스트 뉴 아티스트 파티'에서 그의 상징적인 색깔인 네온 그린 컬러 의상을 입고 등장했다.[AP=연합뉴스]

지난 1월 23일 열린 스포티파이 주최 '베스트 뉴 아티스트 파티'에서 그의 상징적인 색깔인 네온 그린 컬러 의상을 입고 등장했다.[AP=연합뉴스]

이런 빌리 아일리시 스타일은 요즘 밀레니얼들의 ‘플렉스(flex)’ 문화를 떠올리게 한다. ‘과시하다’‘지르다’는 의미로 고가 제품을 구매했을 때 흔히 “플렉스 했다”고 표현한다. 1990년대 흑인 래퍼들이 인기와 부를 등에 업고 성공을 과시하기 위해 금목걸이나 보석 반지, 명품 시계 등을 착용하며 이를 플렉스라는 단어로 표현한 것에서 유래했다. 이런 플렉스를 두고 그들만의 놀이문화로 해석하기도 한다. '오버하는 것' 자체를 즐긴다는 것. 주렁주렁 달린 보석이나 시계가 분명 아름답지는 않지만, 과하게 장식하고 오버해서 치장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고 ‘쿨’해 보인다는 것이다. 빌리 아일리시 스타일처럼 말이다.

지난 1월 26일 그래미 애프터 파티에서 보라색 구찌 트레이닝 슈트를 입은 빌리 아일리시. [사진 ap=연합뉴스]

지난 1월 26일 그래미 애프터 파티에서 보라색 구찌 트레이닝 슈트를 입은 빌리 아일리시. [사진 AP=연합뉴스]

여성과 남성의 경계가 없고, 대놓고 ‘오버’한다는 점에서 밀레니얼 세대에 최적화된 빌리 아일리시를 향한 패션 브랜드의 러브콜도 한창이다. 지난가을에는 ‘MCM’ 캠페인 모델로 자신의 색깔을 담은 가방·의류·액세서리를 선보였다. 당시 MCM 측은 “빌리 아일리시는 독특한 패션과 음악, 상상력으로 Z세대가 지닌 ‘나다움’을 드러낸다”며 모델 선정 이유를 밝혔다. 지난해 여름에는 패션브랜드 ‘버쉬카’와 협업 컬렉션을 제작했다. 오버 사이즈 티셔츠, 그래픽 프린트 후드, 반바지 등으로 특유의 스타일을 담았다. 올해 1월에도 패션 브랜드 ‘H&M’과 컬렉션을 출시했다. 모델로서가 아니라 그의 시그너처 스타일을 패션 아이템으로 풀어 소개하는 형식으로 길고 넉넉한 티셔츠, 후드티, 스웨트셔츠, 비니, 양말 등이 판매됐다.

2019년 가을 MCM 캠페인 모델로 등장한 빌리 아일리시. 가방, 의류, 액세서리 전반에 성별의 경계를 없앤 '젠더리스'요소를 담았다. [사진 MCM]

2019년 가을 MCM 캠페인 모델로 등장한 빌리 아일리시. 가방, 의류, 액세서리 전반에 성별의 경계를 없앤 '젠더리스'요소를 담았다. [사진 MCM]

단지 모델로서만 소비되는 게 아니라 패션 브랜드와 손잡고 자신만의 컬렉션을 내는 방식을 주로 택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그만큼 스타일이 확고하다는 의미다. 흔히 ‘굿즈’로 불리는 MD 상품 판매도 한창이다. 지난해 11월 유니버셜뮤직 산하 머천다이즈 브랜드 '브라바도 코리아'에서 낸 빌리 아일리시 공식 MD가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패션 편집숍 ‘분더샵’에서 판매되기도 했다.

빌리 아일리시의 독특한 스타일이 기존 유명 브랜드 틀 안에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란 점도 특징이다. 그는 무명의 스트리트 브랜드를 섞어 자신만의 스타일로 완성하는 것도 즐긴다. 덕분에 한국의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오십일퍼센트(51PERCENT)’의 옷이 ‘배드 가이(bad guy)’ 뮤직비디오에 등장해 화제가 됐다. 오십일퍼센트의 이원재 디자이너는 “스타일리스트가 직접 메일을 보내 옷을 픽업했다”며 “빌리에게 잘 어울릴 것 같다, 그게 이유의 전부였다”고 말했다.


빌리 아일리시의 패션은 무엇보다 개성과 정체성을 강조한다는 게 특징이다. SNS를 통해 자기 생각을 거침없이 표출해온 그는 정체성을 담은 패션 스타일로도 팬들과 소통한다는 얘기다. 평소 채식주의자임을 밝히며 과격한 발언도 서슴치 않는 그는 MCM, H&M과의 협업에서도 식물성 가죽, 유기농 면, 재활용 폴리에스터 등 지속 가능한 소재들을 사용했다. 


H&M의 에밀리 비요르크하임 수석 디자이너는 그런 빌리 아일리시를 두고 “자신감 넘치는 가치 표현으로 많은 사람을 매료시키는 패셔니스타”라고 표현했다. 국내외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를 독특한 방식으로 소개하고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 온라인 편집 브랜드 ‘드롭스’의 김주영 담당자는 “요즘 세대는 하나의 큰 트렌드를 따라가기보다 자신만의 취향과 확고한 정체성을 드러내는 작은 브랜드에 열광한다”며 “빌리 아일리시 스타일에 공감하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했다. 유명 패션 편집 매장의 바이어는 “빌리 아일리시가 워낙 컬러를 잘 쓰고 색감으로 여러 정서를 표현하는 데 능숙한 게 장점”이라며 “패션을 풀어내기 좋은 자질을 가졌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5월 16일 ASCAP 팝 뮤직 어워드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그려진 재미있는 의상을 입고 등장한 빌리 아일리시. [사진 ap=연합뉴스]

지난해 5월 16일 ASCAP 팝 뮤직 어워드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그려진 재미있는 의상을 입고 등장한 빌리 아일리시. [사진 AP=연합뉴스]

“저는 항상 튀게 입는 걸 좋아했어요. 사람들이 저를 보고 알아봐 줬으면 했죠. 늘 입고 싶은 대로 입고 다녔을 뿐인데 어느 순간 제 패션에 이름표가 달리기 시작했어요.” V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빌리 아일리시가 한 말이다. 진지한 해석을 거부하며, 그저 좋아하는 것을 입는 것. 밀레니얼 세대가 빌리 아일리시에게 꽂힌 이유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https://news.v.daum.net/v/20200218130251771

목록 스크랩 (0)
댓글 63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아이레시피X더쿠💛] NMIXX 지우 PICK! 피부 고민을 지우는 아이레시피 클렌징오일 체험단 모집! 215 03.16 49,825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977,576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969,123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968,857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5,309,278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066,546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3 21.08.23 8,518,903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8 20.09.29 7,433,638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04 20.05.17 8,645,326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6 20.04.30 8,525,401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412,785
모든 공지 확인하기()
3024366 이슈 남녀 표정 반응 확 갈리는 농담 33 02:13 1,270
3024365 기사/뉴스 이란발 에너지 위기에...베트남, 한·일에 '원유 지원' 요청 37 02:08 730
3024364 이슈 롯월 점점 낡아가는데 오히려 가격 내려야하는거아니냐? ㅉ 12 02:07 1,145
3024363 유머 트럼프 현재상황 요약.jpg 3 01:57 1,997
3024362 이슈 네이트판) 엄마 쌍수 후 변한 아빠... 49 01:54 2,857
3024361 이슈 2d 덕질하는 사람은 공감한다는 굿즈 창의성 얘기 16 01:52 924
3024360 유머 목포가 진짜 개맛도리동네인데 진짜 킬포는 15 01:50 1,221
3024359 이슈 <한나 몬타나> 20주년 스페셜 다큐 예고편 8 01:49 465
3024358 이슈 요즘 사극에 위화감이 느껴지는 이유 30 01:43 2,362
3024357 이슈 와 봄동꽃 첨봐요!!! 11 01:38 1,450
3024356 팁/유용/추천 광주와서 점심으로 산수쌈밥안가묜바보 32 01:35 1,827
3024355 이슈 17년 전 오늘 발매된_ "I Did It For Love" 1 01:34 120
3024354 기사/뉴스 군밤 샀는데 열어보니… 광양매화축제 '돌멩이 군밤' 논란 2 01:33 1,532
3024353 이슈 아니 창억떡플 보면서 ㅉㅉ 인간들 내가 먹는 코스트코에 파는 냉동호박인절미도 존맛인데 16 01:33 2,266
3024352 이슈 멸치칼국수에 불닭소스넣고 계란 풀어서 넣으면 진짜 천국간다... 6 01:32 1,176
3024351 이슈 [듄: 파트3] 1차 예고편 33 01:25 988
3024350 이슈 (역겨움주의) 아침마다 부하 여직원 자리에 체모 뿌린 50대 남임원.gif 161 01:23 7,575
3024349 이슈 아 오로라공주하면 그거 생각나요ㅋㅋㅋ 마마 자기전에 누나들이 침대 둘러앉아서 마마위해 기도하는거ㅋㅋㅋㅋ 9 01:22 1,125
3024348 이슈 나 내일 학생회 면접볼때 단종연기 할건데 어떤거같아? 6 01:18 1,323
3024347 이슈 어두워도 가로등을 마음대로 설치할 수 없는 이유 (충주맨 새영상).jpg 39 01:16 2,4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