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밥은 누구랑 어디서 드셨나요?" 수사 뺨치는 역학조사
2,677 4
2020.02.12 18:46
2,677 4
지난달 말, 국내 세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를 찾은 역학조사관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서울 강남구 한 호텔에 도착한 후 몸살 기운이 있었다는 본인 진술에 따라 접촉자 조사 대상 범위를 한정했는데, 카드 사용 내역서에는 그 전에 약국을 방문한 기록이 있었기 때문이다. 환자가 기억하는 것보다 먼저 증상이 나타났을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었다. 증상 발현 시점부터 바이러스가 타인에게 전파되기 때문에 이 시점을 정확하게 집어내는 게 방역의 핵심. 역학조사관들이 환자에게 재차 확인했더니, 이 환자도 더 이른 시점부터 몸이 안 좋았었던 사실을 기억해냈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2팀장이 12일 기자들과 만나 역학조사관의 노하우가 빛났던 순간으로 꼽은 장면이다. 역학조사관들은 환자가 정정한 정보를 토대로 접촉자 조사 대상 범위를 즉각 확대할 수 있었다. 박 팀장은 “환자가 불러주는 대로 조사하면 허점이 생긴다”며 “‘밥은 누구와 먹었는지’, ‘호텔에서 이동할 때는 뭘 탔는지’, ‘집은 단독주택인지 아파트인지’, ‘아파트면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지’ 등 일상 생활의 동선, 행동을 추론해서 끌어내는 게 노하우”라고 설명했다.

역학조사관들은 지난달 20일 국내 첫 신종 코로나 확진환자가 발생한 직후부터 분, 초를 다투고 있다. 환자의 감염 경로와 동선, 접촉자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찾아내야 감염병 확산을 차단할 수 있어서다. 증상 발현 시점이 정해지면 폐쇄회로(CC)TV와 카드 사용 내역서, 휴대폰 위치 추적 등 정보를 모을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해 ‘증상 발현 24시간 전부터 확진 당일’까지의 행적을 되살려 접촉자를 가려낸다.

하지만 신종 감염병이라는 특성상 베테랑의 노하우가 무색해지는 순간도 없잖다. 박 팀장은 “해외 상황이 시시각각 변하다 보니 판단이 쉽지 않다”며 “사례정의(감시ㆍ관리가 필요한 대상 선별 기준)에 맞지 않는 환자가 발생하면 대응 전략 자체를 바꿔야 하는 부분이 가장 어렵다”고 전했다. 예컨대 일본 확진환자와 접촉한 뒤 국내에 입국한 12번 환자(48세 중국인 남성), 태국 여행을 다녀온 뒤 확진된 16번 환자(42세 한국인 여성) 등이 그런 경우다.

역학조사라는 게 사생활을 속속들이 캐묻는 일이다 보니 환자들이 거부감을 표시하는 경우도 적잖다. 정부는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 때부터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확진자의 동선을 언론에 공개하고 있는데, 확진환자들에겐 사생활 노출 위험이 따를 수밖에 없다. 박 팀장은 “범죄자 취급한다고 느껴 협조가 잘 안되거나 세세한 활동 내용이 공개되는 것을 꺼리며 항의하는 환자도 있다”고 말했다. 이들의 마음을 돌리는 일도 오롯이 역학조사관의 몫이다. 그는 “그 때는 ‘처벌’이나 ‘통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공성’과 ‘지인들의 보호’를 위한 일이라고 설득한다”고 했다.

박 팀장은 ‘가짜 뉴스’ 자제를 당부했다. 그는 “가짜 뉴스를 확인하다 보면, 많지 않은 인력의 대응 역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당장 불을 꺼야 하는 상황에 집중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https://news.v.daum.net/v/20200212180959788
목록 스크랩 (0)
댓글 4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영화이벤트] 딱 한번만 이기자! 송강호 X 박정민 X 장윤주 <1승> 승리 예측 예매권 이벤트 216 11.21 18,153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3,706,176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7,538,453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5,765,448
공지 ◤성별 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차📢단📢] 16.05.21 27,168,011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54 21.08.23 5,308,425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31 20.09.29 4,279,572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56 20.05.17 4,874,502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82 20.04.30 5,332,692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0,078,646
모든 공지 확인하기()
2559045 이슈 멜론 15:00 TOP100 순위 (3위 지드래곤 진입, 43위 로제 진입) 15:01 0
2559044 이슈 지드래곤 - HOME SWEET HOME 핫백 1위 진입 15:01 36
2559043 기사/뉴스 디바마을 퀸가비의 '피디라잌!'을 만나다 1 14:59 343
2559042 기사/뉴스 [단독]홍명보 선임 과정서 바그너 추천한 A위원 "투표한 거 맞다" 1 14:59 160
2559041 이슈 이번 달에 갑자기 한국 왔다 가신 메간 디 스텔리온 놀라운 패션 상태.jpg 3 14:58 375
2559040 이슈 립씽크 난무하는 시상식에서 나온 가사라 더 짜릿했던 이건 못 따라해 "라이브" 14:58 372
2559039 정보 대중적으로 엄청 유명하지는 않지만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명반이라고 불리는 남자 솔로 가수 데뷔 앨범.jpg 3 14:57 392
2559038 유머 조폭판이 된 치지직 38 14:55 1,780
2559037 이슈 오늘 낮 2시 동시 발매된 솔로곡 9 14:54 598
2559036 이슈 밀크(M.I.L.K) - Come To Me 🩷서현진 드라마 '트렁크' 기념🩷@수험생을 위한 콘서트 2002 7 14:53 316
2559035 기사/뉴스 "국내 경제 늪 빠져" 이례적 성명…'비상신호' 잇따르는데 15 14:53 603
2559034 이슈 원덬이 오늘 보고 놀란 박보검 영어 멘트.x 2 14:52 568
2559033 이슈 오늘 마마에서 데뷔곡 무대 공개한다는 걸그룹.jpg 8 14:52 993
2559032 이슈 삐아프 x 스타벅스 어드벤트 캘린더 출시 (D-3) 27 14:52 1,192
2559031 정보 [마이내비뉴스 독점] TWICE 나연, 자신의 너무 귀여운 "초능력"을 밝힌다 멤버 사랑을 느끼는 새로운 취미도 14:52 105
2559030 기사/뉴스 “이제 애 아파도 휴가 안쓰겠다”...40대 워킹맘, 소아과 오픈런 끊은 이유는 15 14:51 1,734
2559029 이슈 MAMA 깜짝 출연 추측 돌고있는 레이디가가.twt 40 14:49 1,654
2559028 기사/뉴스 [단독]NH농협은행, 또 횡령 사고..올해 다섯 번째 27 14:49 1,143
2559027 이슈 키이라 나이틀리, 벤 위쇼 넷플릭스 시리즈 <블랙 도브> 2차 예고편 1 14:49 246
2559026 이슈 실시간 멜론 5분 차트 11 14:48 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