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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연애는 필수 아닌 선택…드라마 신진 작가들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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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01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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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필 무렵》 임상춘부터 《스토브리그》 이신화까지

신진 드라마 작가 작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종영한 SBS 《VIP》의 차해원 작가, 현재 방영 중인 tvN 《블랙독》의 박주연 작가와 《머니게임》의 이영미 작가, SBS 《스토브리그》의 이신화 작가까지 모두 신진 작가다.

놀라운 점은 신인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촘촘한 필력을 바탕으로 한 작품의 높은 완성도다. 《VIP》의 경우 차해원 작가는 물론이고 이정림 PD의 첫 작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15.9%(닐슨 코리아) 시청률을 기록하는 성공을 거뒀다. 《스토브리그》 역시 최고 시청률 17%를 넘기며 연일 화제다. 《블랙독》도 4%대 좋은 시청률로 호평받고 있고 《머니게임》은 아직 시청률은 낮지만 작품의 완성도는 높은 편이다.

이런 신진 작가들의 릴레이 출현은 이미 작년 KBS 《동백꽃 필 무렵》이 초대박 성공을 거두면서 어느 정도 예고됐다. 2016년 《백희가 돌아왔다》로 작가로서의 싹을 틔운 임상춘 작가는 2017년 《쌈, 마이웨이》로 성장하더니 작년 《동백꽃 필 무렵》으로 활짝 꽃을 피웠다. 단 몇 년 만에 거둔 놀라운 성취다.

이신화 작가의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한 장면 ⓒ SBS

기성 작가들과는 무엇이 다를까

경력이 이미 화려한 신진들도 있다. MBC에서 방영될 《더 게임: 0시를 향하여》의 이지효 작가는 과거 장항준 감독과 《드라마의 제왕》을 집필했다. MBC에서 3월에 방영될 《그 남자의 기억법》의 김윤주 작가는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과 《인현왕후의 남자》를 송재정 작가와 함께 작업했다. tvN에서 2월 방영 예정인 《하이바이, 마마!》의 권혜주 작가는 KBS 《고백부부》로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한마디로 올해 상반기는 드라마 신진 작가들의 각축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신진 작가들의 작품들은 기성 작가들과 뚜렷하게 다른 몇 가지 지점들이 존재한다. 먼저 장르물에 더 익숙하다. 《동백꽃 필 무렵》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코믹 멜로에 스릴러라는 이질적 장르를 별다른 이물감이 느껴지지 않게 잘 엮어놨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스토브리그》나 《블랙독》 그리고 종영한 《VIP》에서도 똑같이 드러나는 특징이다. 《스토브리그》는 프로야구 프런트들을 다루는 오피스 드라마적 색깔을 극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블랙독》은 우리가 봐왔던 학원 소재가 대체로 청춘 멜로에 맞춰 있던 것을 탈피해 마치 《미생》 같은 본격 직업 장르물을 그려내고 있다. 또 《VIP》는 치정 멜로라는 장르에 미스터리 스릴러를 더해 더 쫀쫀한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드라마가 될 수 있었다.

물론 이는 신진 작가들만의 특징은 아니다. SBS 《낭만닥터 김사부2》의 강은경 작가 같은 중견도 의학 드라마 장르를 다루고 있고, tvN 《사랑의 불시착》의 박지은 작가 역시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종영한 《초콜릿》의 이경희 작가는 멜로 장르에 휴먼 드라마적 성격을 더했다. 하지만 이들 기성 작가와 신진 작가들의 다른 점은 다소 과장된 드라마틱한 설정들을 많이 넣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드라마적 극적 변용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상대적으로 신진 작가들은 보다 담담하게 현실적 상황들을 담아내고 있다는 얘기다. 또 기성 작가들이 그간 잘 먹히던 우리 드라마들의 장르들(의학, 멜로 드라마 같은)을 고수하는 것과 비교해 신진 작가들은 새로운 영역을 열려는 시도를 보인다. 어떤 드라마든 공식적으로 있어야 한다고 생각되던 멜로는 그래서 신진 작가들에게는 필수가 아닌 선택이다.

왼쪽부터 임상춘 작가의 KBS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박주연 작가의 tvN 드라마 《블랙독》, 이영미 작가의 tvN 드라마 《머니게임》의 한 장면 ⓒ KBS·tvN

취재가 만든 리얼리티에 색다른 스토리텔링

이렇게 된 건 최근 드라마 경향이 달라져서다. 과거 우리 드라마들은 멜로 드라마, 가족 드라마, 사극, 시대극 그리고 간간이 등장하는 장르물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지금 드라마는 다양한 직업군을 다루는 본격 장르물이 중심에 서고 가끔씩 멜로, 사극 등이 나머지 부분을 채우고 있다. 이는 우리 삶의 방식이 달라진 점과 글로벌 시장이 열리면서 해외 드라마를 접하는 일이 보편적인 경험이 된 상황과 연관돼 있다. 가족 드라마가 퇴조하는 건 가족이 해체되면서 개인주의로 바뀌고 있어서고, 멜로가 모든 드라마의 필수 전제조건이 되지 않는 건 사랑과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바뀌고 있어서다. 반면 다양한 직업군을 다루는 장르물이 대거 등장한 건 그만큼 일의 세계가 삶에서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같은 OTT를 통해 실시간으로 해외 드라마를 보게 되면서 장르물은 우리 시청자들에게도 익숙해졌다.

신진 작가들은 이런 변화를 경험하고 그것을 작품을 통해 그려내기 시작한 세대라고 볼 수 있다. 리얼리티가 중요한 직업군을 다루는 장르물이 많기 때문에 취재는 더욱 철저해졌다. 《블랙독》의 박주연 작가는 본인이 교사였던 경험을 작품에 녹여냈다. 《스토브리그》는 자문위원만 18명에 달한다. 철저한 취재를 통한 다양한 사례들을 끌어모아 작업을 하기 때문에 인위적인 극적 스토리를 만들기보다는 담담해도 고증을 바탕으로 하는 리얼리티를 살려내려 노력한다. 그래서 현실 소재들을 발굴하는 취재는 기본이고, 그걸 재료로 제대로 된 극적 스토리텔링으로 엮어내는 일은 드라마 성패의 중요한 관건이 됐다.

한동안 눈에 띄는 신진 작가들이 많이 보이지 않았던 건 이미 성공을 경험한 기성 작가들이 더 많은 기회들을 가져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채널이 늘어나 더 많은 드라마 콘텐츠들이 필요하게 됐고, 제작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송사들의 요구와 맞아떨어지면서 신진 작가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졌다. 기성 작가들의 협업 시스템이 구축되면서 보조 작가를 통해 충분히 준비된 신진 작가들의 입봉이 많아진 것도 한 원인으로 볼 수 있다.

이유가 무엇이든 신진 작가들의 약진은 우리 드라마에 좋은 활력소가 될 전망이다. 변화된 시장 환경에 누구보다 잘 적응하고 젊은 패기의 실험적인 시도들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 드라마계는 여러모로 기성 작가들과 신진 작가들이 선의의 경쟁을 하며 저마다의 위치를 점하는 그런 한 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정덕현 문화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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