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미국의 월세는 왜 비싸졌나
4,834 11
2020.01.28 02:12
4,834 11
미국 뉴욕에는 많은 한국 기업과 한국인이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 LG전자 등 한국 기업의 주재원뿐 아니라 특파원은 대부분 맨해튼의 서쪽, 허드슨강 건너편인 뉴저지주(州)에 거주한다. 맨해튼은 방 두 개짜리 아파트 기준 월세가 5000~8000달러에 달해 감당하기 어려운 탓이다.

뉴저지도 그리 싸진 않다. 방 세 개짜리 싱글하우스(단독주택) 기준으로 월 3000달러 초중반이 최하다. 맨해튼에서 차로 40분쯤 걸리는 버겐카운티(county·시)의 기자가 사는 집도 마찬가지다. 호화 주택이라 그런 게 아니다. 1950년대 지어진 집이라 비가 오면 주방 쪽 지붕에선 물이 떨어진다. 비슷한 규모의 새집은 월세가 4000~5000달러로 뛴다.

각 지자체가 자율로 세율 결정

이 동네의 월세가 이처럼 높은 건 재산세(property tax), 즉 보유세가 비싸서다. 미국은 재산세가 주, 카운티, 버러(borough·자치구) 등 지방자치단체별로 천양지차다. 뉴욕과 뉴저지, 캘리포니아 등은 재산세가 높은 곳으로 손꼽힌다. 기자가 사는 동네의 한 해 재산세는 집값의 2.399%다. 기자가 거주하는 집의 감정가는 60만달러 수준으로, 집주인은 한 해 약 1만5000달러를 낸다. 그러니 월세를 덩달아 높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동네 주민들은 높은 재산세에 별 불만이 없다. 불만이 있으면 재산세가 낮은 주나 버러로 이사하면 된다. 인근에 재산세율이 0.7%인 동네도 있다.

굳이 이 버러에 살면서 많은 세금을 내는 건 그 돈이 동네를 위해 쓰인다는 걸 알아서다. 버러는 재산세를 거둬 동네 사람들이 가는 학교와 도서관, 경찰서, 소방서 등의 운영비로 쓴다. 그래서 재산세가 높은 버러의 학교가 통상 좋은 편이다. 치안과 복지, 문화시설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학령기가 되면 일부러 옆 동네에서 이사 오는 사람들도 있다.

이처럼 미국의 보유세가 높아진 배경엔 지방자치가 자리잡고 있다. 이민자들은 동부를 일군 뒤 중부, 서부로 나아갔다. 그렇게 개척한 땅에 자체적으로 동네를 형성하고 살았다. 서부영화에서 보듯 스스로 보안관을 뽑아 동네를 지키고, 주민이 다닐 학교 등을 세웠다. 그리고 재산세를 거둬 이들 시설을 운영해온 것이다.

세금 지역에 쓰여 불만 적어

한국에선 보유세 논란이 거세다. 문재인 정부는 ‘보유세가 (미국보다) 낮다’며 부담 상한을 150%에서 300%로 확대하고, 종합부동산세 최고 세율도 2%에서 4%로 높였다. 과세표준인 공시가격 비율 역시 2년 전 80%에서 2022년 100%까지 올린다. 보유세 부담은 크게 커진다. 한국경제신문이 분석한 결과 공시가 5억~9억원대 주택을 소유한 1주택자(5년 미만 보유)의 올해 보유세는 전년 대비 30%가량 치솟는다.

보유세를 높이는 목적은 좋은 학교, 좋은 동네를 만들기 위한 게 아니다. 집값을 잡기 위한 징벌적 용도다. 사람들은 보유세를 많이 내도 우리 집이나 동네에 어떤 혜택이 돌아올지 알 수 없다. 교육세, 주민세 등 미국에선 재산세에 포함된 세금도 따로 걷는다. 또 양도소득세 등 거래세가 미국에 비해 훨씬 높다. 게다가 중앙정부는 징벌적 성격의 종부세를 국세로 징수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유세가 높아질수록 조세 저항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시간이 흐르면 높은 보유세는 세입자에게 전가돼 월세가 미국처럼 급등할지 모른다.

모든 제도엔 역사적 배경과 연유가 있다. 이를 무시하고 그 제도만을 도입하려 한다면 부작용은 불가피하다.

realist@hankyung.com
목록 스크랩 (0)
댓글 11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영화이벤트] P사 감성 가득! 라이언 레이놀즈 영화 <이프: 상상의 친구> F감성 풀충전 시사회에 초대합니다🎈 157 04.29 46,130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772,602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3,299,416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4,069,106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0,499,442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1,548,024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4 21.08.23 3,480,281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18 20.09.29 2,328,585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49 20.05.17 3,038,451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53 20.04.30 3,612,901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글쓰기 권한 포인트 상향 조정) 1236 18.08.31 7,986,429
모든 공지 확인하기()
2399132 이슈 오늘자 무대에서 반묶음 헤어로 존예력 뽐낸 남돌 21:42 199
2399131 이슈 어떻게 오셨어요? - 차타고왔는데요? 21:42 200
2399130 이슈 꽁꽁얼어붙은한강 셀프챌린지 한 샤이니 태민.x 21:41 83
2399129 이슈 라이즈 응원봉 발광력이 보이는 응원법 영상 1 21:40 385
2399128 기사/뉴스 대구시, 박정희 동상 건립키로…인혁당 사건 유족·시민단체 반발 39 21:35 593
2399127 이슈 4년전 오늘 발매된, 네이처 "소녀의 세계 (Oh my gosh)" 21:35 38
2399126 이슈 아이브 가을,이서 x 김재중 해야 챌린지 🤗🌞 7 21:34 533
2399125 기사/뉴스 ‘알리·테무’ 어린이 완구에 유해물질 158배 11 21:33 609
2399124 이슈 내 차 주변에 있는 사람들 놀라게 하기.insta 5 21:33 493
2399123 유머 집에 늦게 왔는데 말 한마디 없이 엄청 혼냄 5 21:33 1,032
2399122 이슈 한국축구대표팀 감독 후보.JPG 2 21:33 816
2399121 이슈 뮤지컬배우 김소현 (주안엄마) 서울대 재학시절 미담 61 21:33 3,769
2399120 유머 (스압) 그렇겠지...뿌리까지 국 끓여먹으니까 5 21:32 1,242
2399119 유머 당시 커뮤에서 가수보다 반응 터졌던 백댄서(2세대 주의) 2 21:32 1,208
2399118 이슈 인피니트 우현 오늘자 인스타 릴스 1 21:32 215
2399117 이슈 4년전 오늘 발매된, 하성운 "I Fall In Love" 4 21:29 86
2399116 이슈 세븐틴 데뷔 전 컨텐츠 Special SEVENTEEN TV(feat. 애기 사무엘) 1 21:28 259
2399115 기사/뉴스 "뭐 먹지" 매일 신음하는 직장인들…맥도날드도 가격 올랐다 9 21:28 858
2399114 이슈 아이브 장원영 리즈 해야 챌린지.x 9 21:27 772
2399113 이슈 오늘자 프레드 브랜드 행사에 참석했던 한가인 8 21:25 2,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