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피 들고 함께 포즈 취한 지난해 아카데미상 남녀 주·조연 수상자들. EPA/연합뉴스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13일(현지시간) 발표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최종 후보를 두고 “다양성이 결여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언론들은 연기상 부문 후보에 유색인종 배우가 거의 없는 점을 들어 이번 시상식에서 ‘백인 잔치’가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발표된 명단을 보면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후보 중 유색인종은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신시아 에리보가 유일했다. 최근 열린 제77회 골든글로브에서 아시아계 최초로 영화 부문 여우주연상을 받은 한국계 배우 겸 래퍼 아콰피나는 아카데미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2016년 주요 상 후보 20명을 모두 백인들로 선정하면서 백인 중심적이라는 비판에 휩싸였다. 그러다 지난해 시상식에선 연기 부문 상 4개 중 3개(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를 유색인종 배우에게 수여해 논란이 줄어들었다.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시상식이 다양성 면에서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연예매체 ‘버라이어티’는 “신시아 에리보가 후보에 오르면서 아카데미가 모두 백인이 후보에 오르는 난처한 상황으로부터는 ‘겨우 살았다’”고 꼬집은 뒤 ”올해도 연기 부문 후보 명단은 다른 부문보다 유색인종에게 여전히 폐쇄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영화 비평 사이트인 ‘인디와이어’는 “오스카가 2020년에 다양성을 추구할 기회를 날려버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다양성을 향한 변화의 가능성을 봤지만, 올해 후보 명단을 보면 그 변화라는 것이 일관성 없고 더디 온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올해 오스카는 백인 잔치라는 경향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기상 부문은 정말 실망스럽다. 특히 조연상 부문은 유색인종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지만, 올해는 그러지 못했다”며 “결론적으로 올해 후보작 명단은 영화 산업이 백인 남성이 아닌 사람들의 이야기를 과소평가한다는 것을 드러낸다”고 덧붙였다.
감독상 후보에 여성 감독이 없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외신들은 ‘작은 아씨들’을 연출한 그레타 거위그 감독이 감독상 후보에 올랐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 영화는 6개 부문 후보에 지명됐지만, 감독상 후보에만 호명되지 못했다.
지금까지 아카데미상 감독상 후보에 오른 여성 감독은 총 5명이며, 실제 감독상을 받은 여성은 2010년 ‘허트 로커’의 캐스린 비글뿐이다.
다만 영국영화TV예술아카데미(BAFTA)의 ‘2020 영국 아카데미상’ 후보작 명단보다는 그나마 낫다는 평이다. BAFTA가 지난 7일 발표한 연기상 후보에는 유색인 연기자가 아예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영국 가디언은 ‘기생충’이 6개 후보에 오르고 여우주연상 후보에 흑인 배우 신시아 에리보가 포함된 점과 여성 감독 그레타 거위그의 ‘작은 아씨들’이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점 등을 들어 “아카데미가 영국 BAFTA보다 다양성을 고려했다”고 평가했다.
김영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