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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이 정도만 알면 고증오류 소리는 피할 수 있는 동아시아 지역의 이름과 호칭 체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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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13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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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과 씨는 원래 다른 것

성姓은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를 뜻하고, 씨氏는 지연으로 맺어진 관계를 뜻함

쉽게 예를 들자면, '상산의 조자룡'이라고 했을 때 '상산'은 씨고 '조'는 성이라고 볼 수 있음


한국이 '성명', 일본이 '씨명'이라고 말하는 것도 여기에서 오는 차이라고 보면 됨. 일본의 성씨를 보면 거의 대부분 지역명에서 유래되어 있고, 우리나라에서 말하는 '성'의 맥락은 타치바나, 미나모토, 타이라, 후지와라 4개 뿐

정확히 파고들면 묘지라고 해서 흔히 말하는 '강촌댁' '배나무골 대감' '후원 마님'과 같이 특정 지명을 별칭으로 삼던 것이 메이지유신 이후에 성씨로 합쳐졌고, 그 이전의 일본은 귀족들을 제외하고는 성도 씨도 없었다고 보면 됨. 항간에 짐짓 농담인 척 말하는 '어디어디에서 붕가붕가했기 때문에 거길 성으로 정했다'라는 건 진짜 개소리


이 성과 씨의 개념은 중국도 한국도 얼추 삼국시대 즈음까지는 명확히 구별되다가 나중가면 씨가 성의 개념에 흡수되어 점점 구별이 없어짐. 그리고 중국은 문화대혁명^^을 맞아 족보가 개족보가 되어 같은 성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XX의 자손', 'OO의 18대손' 같은 개념을 이해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어졌고, 현재 동아시아에서 성과 씨의 개념을 '본관'이라는 개념으로 두고 어느 정도 구별하는 건 그나마 한국 뿐(중국도 X씨 집성촌, O씨 집성촌 등이 아직 남아있기는 함)


1-2. 다른 성이어도 결혼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다

팔촌간 결혼도 엄격하게 통제하는 근본있는 나라 조선의 특성 상, 저 멀리 거슬러 올라가면 원래 가족이었던 사이에 새로 성을 얻어 분가한 케이스까지 따지는 경우가 있음

민법상 결혼이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저 이 사람과 결혼하겠습니다'라고 데려오는 순간 두루마기랑 갓 쓰고 수염 기른 집안 어르신들이 단체로 들고 일어나 '이 근본없는 놈! XX씨는 안 돼!'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음

대표적으로 행주 기씨, 태원 선우씨, 청주 한씨 이 셋은 삼한시대의 3형제를 각각 시조로 두기 때문에, 서로 결혼한다고 하면 나이드신 분들은 애비에미 없는 집안 만들 셈이냐며 펄쩍 뛰신다고 함


2. 휘

동북아시아 지역에 한해서, '이름'은 함부로 불러서도 안되며 불려서도 안되는 것이었음. 이 이름에 해당하는 게 '휘'라고 보면 됨

위에서 쓴 조자룡의 예를 가지고 오면, 상산 출신의 성은 조요 이름은 운, 자는 자룡이라는 사람임


일상 생활에서 이름을 쓰는 경우는 자기자신을 지칭할 때(이 때는 반대로 휘가 아니면 건방지고 오만한 행동),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부를 때(이 때도 관직이나 직책이 있으면 그쪽을 부르는게 예의) 이 둘 뿐임

'상산의 조자룡이 나간다!' '연인 장익덕이 여기있다!'처럼 자기자신의 자를 외치는 건 상대발을 도발하는 것으로, 우리말로는 '이 몸 납시셨다!', 일본어로는 俺様参上!정도 되는 표현임


이건 정말 친한 사이라도 부르면 안 되는 것으로, 상대방을 휘로 부를 수 있는 윗사람은 주군, 스승, 부모 정도였음


현대 한국말에도 어느 정도 남아있는데, 회사 사장이 과장을 부를 때 '어이 변득출'하고 부르는 것과 '어이 변과장'하고 부르는 것의 차이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음


여튼 이 휘를 함부로 부르거나 불려서는 안된다는 개념이 여러 골치아픈 것들을 많이 만들어내게 되는데...


3. 자

남자는 보통 20세, 여자는 보통 15세가 되면 자를 가지게 됨. 이건 현대 사회의 이름과 100% 같은 역할을 수행함

이봐 자룡이, 공명 선생, 현덕형, 맹덕형, 운장님....블라블라, 이렇게 일상 생활에서 이름을 대체하여 부르는 것으로, 사회적 이름이라고 보면 큰 무리가 없음


옛날에는 형제가 많았으므로 백중숙계의 규칙을 따르는 경우도 있었는데, 순서대로 맏이-둘째-셋째-막내라고 보면 됨. 이 글자를 넣어서 자를 짓는 경우가 꽤 있었음

이에 따라 형제관계를 추측할 수도 있는데, 대표적으로 한고제 유방의 자가 '계'옥으로, 정황상 넷째나 막내아들이었을 거라는 추측이 가능함. 사마의는 '중'달이니까 둘째, 강유는 '백'약이니까 첫째, 이런 식으로 볼 수 있음. 각 순서별로 대응할 수 있는 한자가 또 따로 있는데, 이건 뭐 다른 이야기니까 생략함


이 자는 서로를 공대할 때 부르는 것으로, 삼국지로 본다면 손책(여기도 '백'부니까 맏이)과 주유의 관계 정도에서 공손찬과 유비 정도 사이라면 서로를 자로 불러도 이상하지 않음. 또 서로 대화할 때 제3자를 거론해야 한다면 자를 써야 한다고 볼 수 있음. 예를 들어 조조랑 하후돈이 이야기하는데 순욱을 거론해야 한다면 '문약 그 양반이 저번에...'라는 식


물론 관직이 있다면 관직을 불러줘야 함. 성은 가, 이름은 렌, 자는 붕이, 관직은 데마시아 대장군이라면 '가 대장군'이라고 불러야지 '가붕이'라고 부르면 실례임


요즘도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 보면 족보용 이름이나 자가 따로 있는 분들이 간혹 있으신데, 다 이 영향으로 보면 됨. 한국에서는 일제시대랑 한국전쟁 거치면서 없어졌음


4. 피휘

그냥 이름이라면 적당히 안 부르는 선에서 끝날텐데, 하늘의 아들인 황제는 이름을 부르는 것이 아니라도 감히 그 글자를 쓸 수가 없었음. 그래서 해당 황제의 이름자와 같은 뜻이나 비슷한 뜻을 가진 글자, 없으면 만들어서라도 그 글자를 사용했는데, 이걸 휘를 피한다고 해서 피휘라고 함


고고학 분야에서는 나름 중요하게 작용하기도 하는데, 이게 진짜 그 시절에 출간된 책이 맞는지 아닌지를 알아볼 때 피휘 여부를 판별하는 방법이 사용되기도 함. 그 정도로 엄격하게 지켜졌고, 이거 안 지켰다가 목 날아간 사람도 수두룩함


그래도 조선의 왕들은 내 이름이 자주 쓰이거나 쉬운 글자면 이름 바꿔서 백성들 편하라고 배려해줬는데(태조 이성계가 이단으로 이름을 바꿨듯이) 중국 황제들은 'X이나 까잡수시게'하면서 끝까지 버틴 케이스가 많음. 위에서 말한 유방의 邦 자가 그 전까지는 어떤 나라를 칭할 때 더 일반적으로 사용되었는데, 이거 피휘한다고 다른 글자 쓰던게 굳어져서 지금도 나라를 말할 때는 國 자를 쓰게 되었음


지금도 누가 부모님 존함을 물으면 '변 득자, 출자 되십니다', '김 춘자 삼자 쓰십니다'로 말하는 것도 이름을 부르는 걸 꺼려하는 풍습이 남아있는 잔재라고 보면 됨


심지어 아이의 이름을 부르는 것도 꺼려해서 따로 아호를 지어주기도 했는데, 천하고 못난 이름을 지어줘야 건강하게 오래 산다고 해서 너도나도 아이 이름을 비천함의 끝판왕으로 짓기 시작했는데, 고종 황제의 아호가 개똥이였다는 걸 보아도 꽤 뿌리깊은 관습이었던 것을 알 수 있음


아버지나 할아버지, 주변 일가친척의 이름자와 같은 한자를 넣어 이름을 짓지 않는 것도 이 피휘의 개념에서 온 거라고 보면 됨. 여담이지만 무묭이네 집은 아빠가 호적메이트한테 같은 한자도 아니고 같은 발음의 글자를 넣어서 이름 지어줬다가 할아버지한테 본데없는 놈이라고 혼났다고 함


5. 실습

 1) 같은 절의 동자승으로 자라난 장군보와 동천보는 동천보의 배신으로 불구대천의 원수지간이 되었다. 장군보는 자를 삼풍이라고 하였는데, 훗날 이 둘이 건곤일척의 생사대결을 펼칠 때 동천보가 장군보를 부르는 호칭으로 알맞은 것은?

  (1) 장군보 (2) 장삼풍 (3) 장 선생 (4) 장 노사


 2) 동천보는 권력을 손에 쥔 태감 유당의 밑으로 들어가 호의호식을 누린다. 동천보가 유당을 부를 때의 호칭으로 알맞은 것은?

  (1) 유당 태감 (2) 유 태감 (3) 유당 님 (4) 부랄없는 놈


 3) 철없던 청년 황비홍은 스승 소화자를 만나 취권의 고수가 되어 도장의 무술사범이 되었다. 소화자가 황비홍을 부를 때의 호칭으로 알맞은 것은?

  (1) 황 사범 (2) 황 선생 (3) 황가놈 (4) 비홍


 4) 한나라 헌제에게는 유부녀를 밝히기로 이름높은 승상 조조(자 맹덕)가 있다. 조조가 황제에게 간언을 올릴 때의 예법으로 알맞은 것은?

  (1) 조승상이 말씀 아룁니다 (2) 조맹덕이 말씀 아룁니다 (3) 신 조가 말씀 아룁니다 (4) 너도 동태후 꼴 나고싶냐?



정답은 1-2-4-3


우리 모두 올바른 지식을 통해 동아시아 고전 덬후가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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