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가요계는 음원 사재기 논란에 휩싸여 있다. 사재기 행태가 가요계에 생겨난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11월 그룹 블락비의 멤버 박경은 자신의 SNS를 통해 사재기 저격 글을 게시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국내 음원사이트들의 실시간 차트 위 벌어지는 차트 조작 관련해서다.
대표 음원사이트 멜론을 비롯, 지니, 벅스, 엠넷, 플로 등 복수의 음원사이트에는 실시간 차트가 존재한다. 실시간 차트는 대중의 스트리밍 수와 다운로드 수에 따라 곡 순위가 매겨진다. 과거부터 이어오던 차트 시스템이지만 최근 들어서 이를 악용, 수익을 발생시키는 '사재기 편법'이 발생해 문제가 되고 있다.
실시간 차트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게 되면 대중으로부터 더욱 많은 클릭을 유도하게 되며 이는 수익으로 이어진다. 대중이 듣고 싶은 음악을 찾아 듣는 데 집중하기보다 눈에 보여지는 실시간 차트에 손이 간다는 의미다.
차트 중심으로 흘러가는 가요계 문화 때문에 사재기같은 비정상적인 흐름이 생겨나고 있다. 듣는 음악이 아닌 소비하게끔 유도하는 음악 시장으로 변질된 셈이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현재의 음원차트는 음악의 본질적인 힘에 의해 대중이 소비하는 것이 아니다. 사재기든 바이럴마케팅이든 기본적인 홍보마케팅으로 시작돼 차트가 꾸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시간 차트가 존재함에 따라 대중은 자신이 원하는 취향의 곡을 찾아 듣기보다 순위권에 올라 있는 곡을 아무 생각 없이 듣게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 점이 실시간 차트가 갖고 있는 기본적인 문제가 아닐까"라고 꼬집어 바라봤다.
실시간 차트라는 '경쟁의 판'을 깐 건 음악 플랫폼, 즉 음원사이트의 결정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대형 아이돌팬덤은 자신들이 응원하는 가수의 1위를 바라며 스트리밍은 물론, 다운로드 수에 집중한다. 이런 음원 행태가 계속됨에 따라 음원 플랫폼은 수익을 가져가게 되는 구조다.
사재기를 하면서까지 실시간차트 상위권에 오르려는 불법적인 행위까지 등장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실시간 차트는 국내 아티스트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해당 차트는 불필요한 것이다. 사재기, 혹은 대형 팬덤으로 인한 왜곡된 차트 순위가 리스너들의 음악 취향을 방해하고 있다"면서 "음원 플랫폼들이 나서서 실시간 차트가 아닌 새로운 방식의 음악 소비 형태를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내다봤다.
가수 윤종신도 7일 자신의 SNS에 "싸우지 말아요. 애꿎은 뮤지션들끼리..판이 잘못된 걸. 매 시간 차트 봐서 뭐해요"라는 말로 실시간 차트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내비쳤다.
YTN Star 지승훈 기자 (jiwin@ytnplu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