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일객 유치는 스가의 '간판 정책'
2020년 4000만명 목표 달성 위태
잇단 측근 사임, 철벽 답변도 '흔들'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의 감소로 일본을 '관광 대국'으로 만들겠다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의 목표에 적신호가 커졌다고 마이니치 신문이 11일 보도했다.
스가 관방장관은 정부의 관광전략실행추진회의 의장으로, 일본 정부는 2020년 외국인관광객을 4000만명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상태다.
그러나 한·일 관계 악화로 한국인 관광객이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사실상 ‘2020년 4000만명’이라는 목표치를 달성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실제 스가 장관은 관련 회의에서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각지의 관광자원을 발굴하고 갈고 닦는 것이 각 정부 부처의 중요한 과제”라며 관계부처 장관들을 닥달했다고 한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AP=연합뉴스]
스가 장관 자신도 지방출장을 갈 땐, 관광 시설 시찰을 일정에 넣고 있다. 지난 11월 돗토리(鳥取)현을 찾았을 땐 니혼슈(日本酒) 주조회사를 찾아 술도 마셨다고 한다. 평소 술을 한방울도 못마시는 것으로 알려진 그가 관광지 홍보를 위해 술을 입에 댄 것이다.
일본 정부는 2016년 3월 “방일객 2020년 4000만명, 2030년 6000만명 유치” 계획을 발표한 이래, 비자 조건 완화, 민박업 확대 등 관련 규제도 대폭 완화해왔다. 실제 2018년 방일객은 3119만명으로 올해 4000만명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태였다.
부산~대마도(이즈하라)를 운항하는 여객선이 모두 운항 중단되었다. 미래고속해운이 운영하는 코비호가 8월 18일부터 해당 노선을 운항 중단해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이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텅텅 비어있다.송봉근 기자
그러나 올해 외국인 관광객의 증가폭은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 올 7월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가 실시된 뒤 한국인 방일객이 크게 줄어든 게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올 1월~10월 동안 방일객수는 총 2691만명으로 방일객 2위 규모였던 한국인 관광객이 전년도에 비해 18%나 줄어든 513만명에 그쳤기 때문이다.
스가 장관은 새 연호인 레이와(令和) 발표와 함께 인지도가 크게 올라 ‘포스트 아베’ 로 주목을 받아왔다. 아베 2기 내각 출범 이후 관방장관을 맡고 있는 그는 위기관리 능력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아베 정권이 역대 최장수를 기록할 수 있었던 건 측근 역할을 해온 스가 장관의 존재가 컸다”는 평가가 총리 주변에선 정설이 됐을 정도다.
그러나 지난 9월 개각에서 스가가 추천한 장관 2명이 금전 문제 등으로 한달새 줄줄이 낙마하면서, 내각에 흠집을 냈고, 그로 인해 스가 장관의 존재감도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10월 31일 오전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약식 기자회견에서 발언 도중 고개를 숙이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하루 2번 정례기자회견에서 ‘어떤 질문에도 철벽같이 막아낸다’던 그의 답변도 “무너졌다는 인상을 받는다”(자민당 중견간부)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아베 총리가 정부 행사인 ‘벚꽃을 보는 모임’을 사유화했다는 논란과 관련, 스가 장관이 기자회견 도중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하고 비서진으로부터 11번이나 답변지를 전달받은 적도 있다.
이런 가운데 스가 장관의 간판 정책인 방일관광객 성과가 연말에 발표되면, 스가 장관에 또다시 타격이 가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마이니치 신문은 “목표치를 낮추면 관계부처가 흔들리고, 관광진흥 정책이 추진력을 잃을 수 있다. 간판정책인만큼 간단히 (목표치를) 낮출 순 없다”는 정부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