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주철환의 음악동네>아이돌 출신 40代 택배기사… 행복의 입구는 마음에 있다
2,269 1
2019.12.06 12:00
2,269 1
0002410371_001_20191206105100974.jpg?typ

■ 태사자 ‘타임’

왠지 낯이 익다. “혹시 TV에 나오던 분 아니세요?” 40대 초반의 택배기사는 빠른 걸음으로 떠난다. 마침내 기억의 램프가 켜진다. 아, 그 사람. ‘길을 걷다 우연히 널 마주치게 되면/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너를 피할 것만 같아/그렇게도 너를 좋아했기에/그렇게도 너를 아꼈기에’(태사자 ‘타임’ 중). 발코니에서 내려다보니 배송차에 오르기 전 택배기사가 위쪽을 보며 씩 웃는다. 불현듯 가슴이 아려온다. ‘마음속의 눈물을 보아야 하나요/사랑한다 말을 마오/유행가 가산 줄 아오/갈래면 가지/왜 돌아봅니까’(윤복희 ‘왜 돌아보오’ 중).

새벽에 택배기사는 몇 장의 사진과 함께 안부를 올린다. “걱정 안 하셔도 돼요. 나름대로 열심히 재미있게 살고 있어요.” 가상의 상황 속 주인공이 드디어 지난주 예능프로에 출연해 육성으로 근황을 전했다. 왕년의 아이돌에서 지금은 ‘생활미남’으로 변한 3명의 아저씨와 함께 20년 전의 노래와 춤을 힘겹게 복기했다. 거의 20년 만인지라 다들 외모에 신경 썼다고 했다. 몸무게는 줄였지만 벽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면 속 청년들(과거의 그들)의 에너지는 못 따라갔다. ‘그래 나도 이제 이런 내가 보기가 싫어/하지만 너를 잊지 못하는데 어떻게 하라고/친구들은 나를 비웃겠지/그래도 난 신경 쓰지 않아’(‘타임’ 중).

택배 에피소드는 한 편의 CF로도 괜찮을 성싶다. 고객과 택배기사를 한때의 연인 사이로 설정한다면 좀 더 극적일 것이다. 태사자 4명(사진)이 완전체로 출연한 프로그램은 ‘투유 프로젝트 슈가맨3’(JTBC)다. 택배기사 김형준은 지금까지 3만 개 정도를 배송했단다. 축구를 좋아하는 그는 땀 흘려 번 돈을 모아 자신이 좋아하는 팀을 응원하러 세계여행도 다닌다. 구김살이 없어서 오히려 애틋하다.


기억이 강물과 다른 건 거슬러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자가 내게 영상 하나를 전송했다. 온라인 탑골공원이 뜨는 분위기와 맞물려서 1990년대 말 ‘음악캠프’(MBC)를 보다가 제작진 명단에서 내 이름을 발견한 것이다. ‘음악캠프’는 그 당시 내가 책임PD였다. 생방송이 있는 토요일 여의도공개홀에서 처음 태사자를 만났다. 아이돌 그룹이지만 프로 냄새가 나지 않았다. 실력이 아니라 인상과 인성이 아마추어 같았다. 수수하고 순수했다. 때가 묻지 않아 보였다. ‘타임’이라는 노래 또한 독특했다. 간주와 후주가 묘하게 가슴을 후볐다. 반주에 맞춰서 연습한 각도대로 정확히 움직이는 군무도 인상적이었다.

‘슈가맨’의 객석은 10대부터 40대까지 네 그룹이 따로 앉는다. 세대별로 음악에 대한 기억과 파장이 다르다는 의도다. 10대는 태사자의 춤을 ‘희한하다’고 표현했다. 좋다는 건지, 안 좋다는 건지 모호할 때 쓰는 말이다. 스튜디오에는 웃음이 흘렀지만 열성팬의 마음은 편치 않았을 거다. 하지만 어쩌랴. 그것이 ‘타임’의 규칙인 것을.

‘슈가맨’의 모티브가 된 건 다큐멘터리 ‘서칭 포 슈가맨’(2011)이다. 미국의 포크록 가수 시스토 로드리게스는 1970년대 초 밥 딜런 풍의 앨범 2장을 낸다. 자국에선 존재감이 없었는데 엉뚱하게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인종차별저항운동을 상징하는 음악으로 부활한다. ‘미국에선 제로지만 남아공에선 히어로다’(American zero, South African hero)라는 기사까지 날 정도였다. 그는 남아공을 4번 방문해 30번 넘는 공연을 펼쳤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였다. 로드리게스는 디트로이트에서 건물 철거나 수리, 복구현장에서 짐을 나르며 노후를 보냈다.

한때 지하철 3호선에는 성형광고가 많았다. ‘영화처럼 살고 싶다면 몇 번 출구로 나오세요’ ‘타임’의 가사에도 ‘이젠 아주 오래된 영화처럼 느껴질 뿐’이라는 부분이 있다. 사실 얼굴을 바꾸는 것보다 마음을 바꾸는 게 유익하다. 행복의 출구는 압구정에 있는 게 아니라 마음에 있기 때문이다.



https://entertain.naver.com/read?oid=021&aid=0002410371&viewType=pc

목록 스크랩 (0)
댓글 1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바이오더마 X 더쿠 💦] 내 피부 수분이끌림! 컨디션 2배 끌올! <하이드라비오 에센스로션> 체험 이벤트 474 05.06 16,689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945,945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3,481,708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4,242,784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0,648,879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1,745,871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44 21.08.23 3,536,343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18 20.09.29 2,384,529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354 20.05.17 3,098,189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53 20.04.30 3,663,002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글쓰기 권한 포인트 상향 조정) 1236 18.08.31 8,043,703
모든 공지 확인하기()
2403183 이슈 커스텀 알라이아 입은 제니 멧 갈라 사진+영상 3 09:47 507
2403182 기사/뉴스 변우석, 음원도 선재앓이…’선업튀’ OST ‘소나기’ 멜론 28위 등극 09:47 60
2403181 기사/뉴스 미국 주요 개신교단 중 하나인 감리교, 50년 만에 동성애 금지 규정 폐지 1 09:47 67
2403180 이슈 2024 멧갈라 시드니 스위니 9 09:46 673
2403179 이슈 세계 각국의 그 나라 대표음식들 2 09:44 346
2403178 이슈 2024 멧갈라 리조 13 09:41 1,716
2403177 기사/뉴스 뉴진스 다니엘, '2024 코리아 온 스테이지' 단독 MC 발탁 [공식입장] 6 09:41 623
2403176 정보 캐시워크 두피&머릿결 1 09:40 126
2403175 이슈 ‘신데렐라를 꿈꾼다’ 백마탄 표예진, 재벌왕자 이준영 붙들고 질주하나 1 09:39 281
2403174 기사/뉴스 4월 평균 기온 14.9도 "26년 만에 기록 경신"…최고 기온 32도 09:39 337
2403173 기사/뉴스 이홍기, 뮤지컬 '4월은 너의 거짓말' 출연 [공식] 3 09:37 311
2403172 이슈 무슨 일이 있어도 젓가락을 놓지 않는 정신 1 09:35 492
2403171 이슈 2024 백상 최우수연기상 후보자들 과거 노미&수상 이력 24 09:34 875
2403170 기사/뉴스 강민경 “담배 농담 재밌어? 안 웃긴데” 라방 중 무례한 댓글에 정색 16 09:33 1,691
2403169 유머 2024 멧갈라 카디비 동원인력 23 09:33 3,028
2403168 기사/뉴스 카드 BM, 오늘(7일) 첫 솔로 EP 발매…박재범 지원사격 1 09:32 138
2403167 이슈 유튜브 짜루캠핑의 강아지 ‘짜루’ 실종 49 09:31 3,931
2403166 이슈 아가씨는 모르시겠죠 짤 생각난다는 트로이 시반 멧갈라 의상ㅋㅋㅋㅋ 9 09:30 2,620
2403165 기사/뉴스 최웅, KBS2 새 일일드라마 ‘스캔들’ 한채영과 호흡…3년 만에 안방 복귀 1 09:30 1,084
2403164 기사/뉴스 ‘노무현과 바보들’ 서거 15주기 맞아 ‘못다한 이야기’ 예고편 공개 6 09:29 275